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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가천 암당뇨연구소장
김성진 가천 암당뇨연구소장
  • 권미혜 기자
  • 승인 2007.03.31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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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착공한 가천의과학대 암․당뇨연구소의 김성진 소장(전 미국립보건원(NIH) 암연구소 종신연구원). 그는 세계 의학계의 화두인 TGF-β의 작용기전을 밝히고,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 치료의 가능성을 연 ‘세계 최고의 과학자’다.

-훌륭한 연구환경을 버리고 한국에 오게 된 배경은?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을 결정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몇 년 더 근무하면 종신연구원으로서 모든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포기했다. 평소 고국에서 연구 결실을 보고 싶던 차에 이길여 회장님의 연구소 설립 의지를 듣고 결행했다.”

-암당뇨연구소의 연구 방향과 운영 계획은?

“미국엔 25개 암센터가 있다. 국가 연구비 27조원 중 8조원이 암 연구에 쓰인다. 당뇨를 포함하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 만큼 암과 당뇨 질환이 가져오는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지나 30년간 50%에서 63%로 증가했으나 사망률이 높은 폐암, 전립선암, 유방암과 대장암의 경우 생존율이 그다지 호전되지 않고 있다. 또한 서양 사람들에게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던 이들 암 환자가 국내에서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비만, 당뇨병, 심혈관질환, 고지질혈증 등의 만성대사성 성인병의 이환율과 사망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전 세계 비만 성인의 숫자는 10억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 중 3억은 고도 비만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 당뇨병은 이로 인한 사망률이 35세 이상 성인의 전체 사망률의 10분의 1을 차지하고 2030년에는 전 세계 당뇨병환자가 현재의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를 내놔 이들 질환의 발병기전연구, 조기진단 및 효율적 치료법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 연구소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요즘 미국 등 의료선진국의 암및 당뇨 연구 경향은?

“암환자는 대부분 전이 때문에 사망한다. 최근 TGF-β가 암의 전이에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암 전이 억제물질을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 TGF-β의 신호전달 과정을 조절하는 물질을 개발, 이와 관련된 암,면역질환, 섬유증 질환의 치료제도 개발되고 있다. 우리 연구소도 이 연구에 중점을 둘 것이다. 암 전이억제 연구뿐 아니라 TGF-β나 뼈형성 인자(BMP)를 이용해 간경화.사구체 신염.폐섬유화 와 같은 염증 질환, 퇴행성 관절염이나 골절 치료제 등도 개발한다. 당뇨 연구의 흐름은 크게 두 가닥이다. 하나는 혈당조절에 관련된 인슐린 정보전달 체계와 대사과정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는 당뇨 신약의 개발과 직결된다. 다른 하나는 뇌의 시상하부에 어떤 신경세포가 당 대사에 관여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우리 연구팀은 동물 모델을 개발, 당 대사에 관한 시상하부의 역할을 분석하려고 한다. 이러한 연구는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고해상도 PET.MRI 영상기기가 완성되면 가능해진다. 뇌를 열지 않고 분자생물학적 원인을 정량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은 의학사 초유의 일이다.“

-연구소 내에 국내에 없는 여러 센터가 생긴다고 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마우스 대사기능표현형 연구센터다. 사람의 유전적 질병을 가진 생쥐를 만들어 각종 약물 반응과 기전(메커니즘)을 연구한다. 요즘 이 분야의 연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00년부터 미국 내 4개 대학에 당뇨병.비만을 포함한 대사성질환 연구를 하는 형질연구센터가 만들어졌다. 아시아엔 아직 하나도 없다. 한국에 이 센터가 만들어지면 제약회사의 신약 개발 관련 연구는 물론 대학및 연구소와 함께 생체 내 유전자 기능 분석을 주도할 것이다. 유전성 출혈 혈관확장증(HHT)센터도 만들어진다. 이 병은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고, 혈관벽이 얇아지는 유전병으로 8000명에 한 명꼴로 나타나는 흔한 질병이다. 국내엔 환자 보고도 없을 정도로 연구 불모지다. 동물 모델을 이용해 HHT 환자의 혈관이 기형화하는 원인을 밝히고, 기형 혈관을 복원시키거나 악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약품 개발 연구도 수행한다.“

-환자를 위한 실용화 연구는?

“TGF-β 수용체의 발현과 활성을 조절하는 물질을 찾아 암 치료제, 염증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당뇨연구는 이미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주를 만들어 쥐와 개에서 성공한 상태다. 앞으로 캡슐로 싼 이 세포주를 영장류의 콩팥에 넣어 인슐린을 분비케 하는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가천 암․당뇨연구소는 길병원의 우수한 의료진의 지원을 받아 그 연구결과를 임상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빠르면 수년내 암과 당뇨, 비만 치료기술과 치료제가 임상에 적용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갖고 있다.”

권미혜 기자 trust@doctor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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