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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수 평가하기 <24>
의대 교수 평가하기 <24>
  • 의사신문
  • 승인 2007.03.2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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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평가만으론 부족…업무활동평가 병행

교수는 신분을 보장 받는다. 웬만하면 65세 정년까지 자리를 보전할 수 있다. 그래서 일반공무원보다 더 완고한 `철 밥통'이라고 한다. 그러나 교수들은 `교수 하기'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고 한다. 평가가 더 높은 수준으로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한다. 그러나 교수 평가는 더 달라져야 한다.

왜 평가하는가?

예로부터 의대교수의 역할은 교육·연구·진료이고, 사회봉사를 추가하기도 한다. 구태여 교수의 역할을 거론하는 것은 `평가는 역할에 맞춘다'는 원칙을 되새기려는 것이다. 사회가 변하고 학문이 발전하며 의과대학의 역할이 바뀐다면, 마땅히 의대 교수의 역할은 바뀌고, 그에 걸맞은 평가 방법을 고안하여야 한다.

교수는 학문의 자유와 신분을 보장 받는다. 우리 사회가 교수에게 이런 보장을 제공한 까닭은 교수로 하여금 개인의 의지와 관심에 따라 스스로 계발하고 발전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교수는 반대급부로 대학과 사회(국가, 지역사회)에 대한 의무를 부담한다. 대학과 교수의 수가 많아지고,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 하는 교수가 생겨나면서, 대학은 개별 교수의 업무성과를 평가함으로써 교수 자신뿐 아니라 대학의 발전을 도모하며, 사회적 계약에 따른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승진, 성과급 지급기준수준에 머물러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평가가 달라졌고 또 앞으로 달라진다면, 원칙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현재 교수를 평가하는 목적은 신규 임용이나 승진임용처럼 신분에 관한 것이거나, 또는 성과급이나 연구비를 지급하기 위한 업무에 대한 것이다. 그러나 교수 평가를 위한 일관성 있는 원칙이 없고, 사안에 따른 분산된 기준이 있을 뿐이다.

예전의 교수, 우리들의 선생님을 돌이켜보면, 대단한 분들이었다. 명의(名醫)이면서 명강의를 하였고, 훌륭한 연구 업적도 많았다. 더욱이 의료계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직책을 훌륭하게 수행하셨다. 그 때에는 교수를 평가할 일도 없었다. `교수' 자체가 존경과 흠모의 대상일 뿐이었다. 그 분의 논문을 감히 평가할 수도 없었다. 그저 연구 업적으로 평가하는 척만 하였다.

현재에는 모든 영역에서 훌륭하기란 불가능하다. 있더라도 그런 사람은 매우 드물다. 한 가지 영역만이라도 탁월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런데도 아직도 교수 평가는 연구업적 평가뿐이다. 현행 교수 평가는 연구업적의 평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교수 업무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않는다. 그나마 연구업적의 평가도 양적 평가, 논문을 몇 편 썼는지에 치중되어 있고, 질적 평가는 미흡하여 “SCI 급 논문인지” 여부를 평가하는 정도이다. 우리나라에도 10년 전부터 `연구 중심 대학'등의 개념을 도입하면서, SCI 논문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한편으로 교수를 연구업적으로 몰아댐으로써, 논문을 조금 바꾼 중복 발표, 쪼개기 발표, 짜깁기 발표, 표절 발표 등의 부작용이 늘어난다고 한다. 교수의 업무가 오로지 연구뿐인가? 교육이나 진료에 대해 평가하기 어렵다고 해서 포기하여도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한편 대학에 소속되어 있는 병원(요즈음에는 대학이 병원에 소속되었다고도 비아냥거린다)이 경영에 관심을 돌리면서, 임상교수들을 진료 수입으로 내몰고 있다. 같은 임상교수라도 진료에 따른 성과급이 2배 이상 차이가 있다고도 한다. 그 결과로 병원 경영이 나아졌다고 한다. 진료 업적도 정교하게 평가하여야 한다. 특진비용 수입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들어간 비용과 비교하여야 하고, 의료사고 발생률이나 환자들의 만족도, 다른 의료직이나 직원의 평가 등도 고려해야 한다. 더욱이 진료 활동을 부추기려면 (필요한 부분은 남기고) 불필요한 연구 업적을 강요하여서는 안 된다.

이처럼 교수의 역할과 업무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업적(achievement)만을 평가해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교수의 업무활동(work)을 평가하여야 한다. 비록 업적보다 정보를 수집하기 어렵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해서 포기할 수 없다. 다만 정보를 수집하고 평가하기에는 행정적 부담이 따른다. 특히 연구업적(논문 별책)과 달리 교육 활동, 진료 활동, 봉사 활동 등에 관한 업무(Work) 평가는 연구업적(Achievement) 평가와 달리 객관적으로 계량화하여 보고하기가 매우 어렵다.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교수 평가는 교수의 자기발전을 위한 되먹이기(feedback) 기능을 수행하고, 연구비 지급 등 교수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기초 정보를 제공하며, 교수의 신규 임용이나 승진, 정년보장 등의 심사를 위해 필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여야 한다. 따라서 기본 원칙이 있어야 한다. ① 총장(대학교)은 일관성 있는 교수평가를 위한 기본원칙을 세우고, ② 학(원)장은 해당 학문 분야의 특성을 고려하여 평가 항목, 평가 기준, 평가 비중, 평가 방법 등에 관한 세부적인 규정을 마련하며, ③ 학(원)장은 교수평가와 관련하여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여야 한다.

연구논문 업적으로 한정하여 평가하는 현재의 제도를 개선하고, 연구뿐 아니라 교육이나 진료 활동, 사회봉사 활동 전반에 대한 업무와 업적을 총괄적으로 평가하는 균형잡힌 평가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연구에 국한하여 설명하더라도 연구비 수혜 상황, (긍정적인 결과가 없더라도) 성실하고 영향력 있는 연구 활동, 차세대 연구 인력 양성 등도 연구 활동의 평가 대상이다.

종합평가제도는 업무와 관련한 교수의 개인적 성향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연구 활동에 집중하기를 원하는 교수에 대해서는 연구업적을 평가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교육에 더 많은 관심이나 재능을 가진 교수에 대해서는 교육 관련 업적을 중점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진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특정한 교수활동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올린 교수에 대해서는, 그러한 성과가 다른 분야의 부족한 성과를 보완하는 것을 인정한다.

#대학, 교수, 목적별 평가방식 세분화

학문의 특성은 전공별로 매우 다양하므로 평가기준을 대학교 전체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교수 평가는 학(원)장의 책임 아래 ① 교육 활동, ② 연구와 창의적 활동, ③ 전문적 활동, ④ 사회 봉사활동으로 분류하여 구체적이어야 한다.

교수 개인의 업무에 관한 정보입력이나 수집에 대한 대학교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계량화하기 어려운 업무 활동이나 업적을 일관성 있게 평가하려면, 전담 인력이나 부서가 있어야 한다. 교수 평가 자료는 크게 서술적인 자료와 판단 자료로 구분할 수 있으며, 자료 제공의 출처로는 교수 개인, 동료 교수, 과장이나 학(원)장 등 보직자, 학생, 학부모, 졸업생, 지역사회단체, 각종 인증기관 및 위원회, 환자 등이 있다. 자료의 종류에는 등급표, 관찰 기록, 면접, 추천서, 업적물 평가, 서류 검토, 비디오나 오디오 자료, 재연 등이 있다.

모든 교수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사항 이외에는 평가 방식을 다양화한다. 특히, 모든 교수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평가방식을 지양하고, 대학(원)의 특성이나 교수 개인 업무의 특성, 평가목적(예 ; 승진, 정년보장, 성과급 지급 등)에 따라 평가 방식을 달리한다. 이를 위하여 일정 기간(예 ; 3년)에 자신이 예상하는 활동분야에 대하여 스스로 평가 비율을 미리 정하고, 그 기간이 경과한 뒤에 업무평가를 받는 방식이다.







이윤성 <서울의대 의학교육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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