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유감
의료법 유감
  • 의사신문
  • 승인 2007.03.1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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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유리창을 뚫고 날아온 총알 하나에 관광버스를 타고 가던 여자가 다치고 어깨와 목 사이에서 출혈이 시작되자 모로코인 가이드가 소리치며 의사를 찾는다. 긴급히 마을로 행선지를 바꾸고 이윽고 도착한 수의사는 동물에게도 쓰기 쉽지 않을 굵은 대바늘에 실을 꿰어 출혈을 멈추기 위해 봉합술을 시행하고 떠난다. 모로코 정부와 미국 대사관 사이에서는 총격의 원인이 테러냐 아니냐는 쓸모 없는 논쟁을 벌여 애타게 기다리는 앰브런스는 오지 않고 그사이에 당사자 부부만을 남겨 놓고 관광버스는 떠나 버린다.

영화는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연의 굴레를 비집고 들어가 총격이 가해진 총기의 출처를 밝히고 서로 얽혀진 매듭을 풀고 설명하기 위해서 풀 한포기 없는 모로코 사막 지대의 산에서 보여 지는 무채색의 풍경에서부터 시끄럽고 현란한 동경을 거쳐 미국과 멕시코 접경지대의 뜨거운 사막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영화 `바벨'중에서)

사람이 갑자기 아프거나 다치는 순간에서는 누구나 의사를 소리쳐 부르고 도움을 청한다. 이럴 때 의사는 정치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는다. 의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를 위해서만 우선 순위가 작동되도록 교육받고 실행해 오고 있다.

지난 2월 20일 아침 북경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비행기 안에서의 일이다. 출발 시간이 지나도 뜨지 않던 기내에서 갑자기 우리말과 영어 그리고 중국어로 의사를 찾는 방송이 나오더니 승무원들이 직접 다니며 의사를 찾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다른 의사가 없는 것 같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의사임을 자진 신고했더니 잠시 후에 환자를 봐 달라고 연락이 왔다. 텅 빈 비즈니스 칸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환자는 산소 마스크를 쓰고 거의 쓰러질 듯 앉아있고 객실 사무장과 여승무원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중국 여자가 가슴이 답답하다고 난리를 치는데 제대로 통역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환자의 상태를 알기가 어려웠다. 맥박을 잡아 보니 100번은 족히 넘고, 손은 땀으로 젖어 있고…. 결국 환자를 안정시켜서 비행기는 약간 늦긴 했으나 무사히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이렇듯 의사는 언제 어디서나 스스로 의사임을 자임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의료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당사자들은 진정으로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우선 순위를 정하는지 궁금한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객원기자〉







강원경 <서초구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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