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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출산 <1>
새해 첫 출산 <1>
  • 의사신문
  • 승인 2007.03.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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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년 새해를 맞아 시사칼럼 `손종우의 의사만사'가 신설됩니다. 이 코너는 의료계 안팎의 핫 이슈가 되는 주요 테마를 놓고 진지한 시사 토론의 장이 될 것입니다. 의료와 사회를 넘나들며 날카로운 풍자와 재치가 넘쳐나는 `손종우의 의사만사'는 18일부터 매주 목요판에 독자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편집자주

매년 새해가 되면 신문이나 방송에서 제1호를 발표한다. 그 중에 새해 첫 출산이 빠짐없이 등장하는데 올해도 예외 없이 큰 병원의 산부인과에서 제1호 아기가 탄생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런데 어떤 신문은 지방의 A병원이라고 하고 또 어떤 방송은 강남의 C병원, 또 다른 신문은 강북의 J병원이라고 한다. 그 시간이 전부 0시 0분 00초이거나 01초다. 그런데 A병원과 C병원은 제왕절개분만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제왕절개율이 높다는 통계상의 수치만으로 많은 산부인과의사들을 비도덕적으로 매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제왕절개분만을 하기 위해서는 수술을 하는 타당한 이유, 즉 적응증이 있어야 한다. A병원과 C병원에서 급하게 수술을 할 이유가 있어서 응급수술을 한 그 시간이 우연하게도 제야의 종이 울리는 시점이었는지 모르겠다. 한 밤중에 해야 할 응급제왕절개수술을 하다 보니 0시 0분에 태어난 것인지 아니면 혹시 사주를 보고 정해년 황금돼지띠에 낳기 위해서 시간을 맞춘 것은 아닌지 최소한 후자는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배를 열고 자궁을 절제해서 태아를 꺼내는 시간이 3분에서 5분 정도 소요된다.0시 0분에 아기가 나오게 하기 위해서 그것을 감안하여 마취를 하고 절개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그 시간에 방송국의 기자가 수술실에 대기하고 있다가 분만 직후 뉴스에 내 보낸 것을 보면 의사와 환자의 합동 작전에 의한 연출의 가능성을 전적으로 부인하기도 힘들 것 같다. 기자와 카메라맨이 방송국에서 병원으로 가는 시간도 있을 것이고 방송장비를 가지고 생방송으로 내보내기 위해서 그보다 최소한 한 두시간 전에 합동작전의 연락을 받았을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자연분만도 혹시 정해년 0시 0분에 나오게 하기 위해서 1분이나마 막고 있다가 태아를 분만시키지는 않았는지 그 현장에 있지 않고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다만 우리나라 굴지의 종합병원에서 새해 첫 출산이라는 한 줄의 뉴스를 타기 위해서 기다림과 순리에 맡겨야 할 자연분만과 엄격한 수술의 적응증을 갖추어야 할 제왕절개분만에 타이밍을 맞추기 위한 인위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혹시나 전국의 조그만 의원의 분만실이나 가정에서 0시 0분 01초의 자연분만이 있었을 가능성도 알 수 없다. 내년에는 새해 첫 출산이 0시 0분 01초가 아닌 시간에 조그만 개인의원에서 탄생되는 자연스러움을 기대한다. 

손종우 <강남 하나산부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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