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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대하여
산에 대하여
  • 의사신문
  • 승인 2007.03.1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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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나는 산에 가는 것을 많이 싫어했다. 키도 작고 몸도 약해 정말 나는 등산이 힘들었었다. 특히 산에 대해 결정적으로 안 좋은 기억이 생기게 된 것은 1986년도였다. 그때 나는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백수로서 철 좀 들고 세상을 배우러 다니라는 모친님 엄명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사촌형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일요일 날 회사 등산에 강제적으로 나오라고 몇 번 시켰었다. 회사 다니면서 힘도 들고 재미도 없어, 일요일 쉬고 자는 것이 유일한 낙인 나에게 등산은 악몽 그 자체였다.

그런데 한 3년 전쯤 두 동서들이 수락산에 가자고 해서 따라 나섰었다. 땀이 비 오듯 하고 자꾸 뒤쳐지는 나를 잘 기다려 주었다. 깔딱 고개 앞에서 저는 여기 기다리고 있을 테니, 정상까지 두 분 잘 다녀오시라는 내 말에, 정상을 넘어서 반대쪽으로 내려갈 거니까 같이 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로프에 매달리고, 쇠 철책에 기는 유격 훈련 같은 죽을 고생을 해서 겨우 수락산 정상에 올라갔더니, 이제 온 길로 다시 내려간다고 한다. 이렇게 허무할 수가? 그 동서들 덕분에 그래도 서울 근교의 산들을 열 번 정도 돌아다닌 것 같다.

이제 내일 모레면 내 나이 벌서 쉰이니, 건강 걱정 차원에서 산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산은 일단 돈이 안 들어서 좋고, 맑은 공기와 좋은 경치를 감상하는 즐거움도 있다는 것을 점차 알게 되었다.

나는 불암산 콘도에 산다고 친구들에게 농담처럼 자랑하곤 한다. 아파트가 불암산과 붙어 있어 정말 끝내준다. 그런데,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불암산 가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지금은 한 달에 한번 가기가 힘드니, 사람의 마음은 정말 간사한 것 같다. 도봉산, 수락산보다 불암산은 다니는 사람들이 적고, 돌산, 헬기장, 정상 이렇게 크게 세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어, 각 봉우리마다 각기 느낌이 다르고, 정상까지 2시간 반이면 충분하고 부담이 없어 굳이 다른 산을 갈 필요를 못 느낀다. 또 밑에 `숲길 II'는 가족들이 산책하는데 정말 그만이다.

나는 아직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산에 가는 것이 잘 안 된다. 누가 좀 같이 가자고 꾀고 또 갔을 때 재미를 발견한다면 취미 붙여 열심히 따라 다니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아직은 두렵기만 하니 정말 고민이다. 〈객원기자〉







이정돈 <노원구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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