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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진정한 리더로 권위 바로 세워야 <1> - 우강 권이혁 선생
의사가 진정한 리더로 권위 바로 세워야 <1> - 우강 권이혁 선생
  • 의사신문
  • 승인 2007.03.0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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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회원 '협력' 없이는 모든것 다 잃어

본지는 신년 특별기획 대담으로 `원로에게 듣는다'를 새롭게 선보입니다. `의료의 새로운 가치관을 열자'를 주제로 본지 신원형 편집인이 찾아가는 `원로와의 대담'은 우강 권이혁 선생을 첫 주자로 모십니다. 이 자리는 권위와 질서가 붕괴되어 가는 의료난국에 새 길을 찾는 소중한 방향타가 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의료계의 `큰 별'인 우강 권이혁 선생. 최근 성균관대학교 이사장직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은퇴한 권이혁선생의 사무실을 본지 신원형 편집인이 찾았다. 빼곡한 빌딩 숲 사이로 토요일 오후의 한적한 정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광화문 플래티넘 빌딩 702호실. 출판기념회 축하차 건넨 장미꽃 한다발을 안으시는 선생은 꽃보다 환하고, 순수한 미소로 방문객들을 맞아주셨다. 은퇴후에도 젊고 패기 넘치는 모습은 여전하셨다. 선생은 대담 중 권위와 질서가 붕괴되는 의료 현실을 위로하는 주옥같은 말씀들을 남기셨다. 대담에 나선 본지 신원형 편집인을 아끼는 애제자처럼 따뜻하게 배려하면서 분위기를 역동적으로 이끌어 가시는 선생의 모습에서 역시 `큰 의사'의 큰 그늘을 느끼게 했다.



#'여유작작'-침착하고 유연한 삶



-수상집 `여유작작(餘裕綽綽)'을 출간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최근 서울의대동창회가 이를 축하하기 위한 출판기념회를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유작작'의 의미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여유작작은 80여 년 동안 살아오는 동안에 나의 생활철학을 모토로 삼아온 단어로 작년에 던진 화두다. 여유작작한 삶이란 서두르지 않고 느긋한 삶, 침착하고 유연한 삶을 말하는 것이다. 여유작작은 정신적 건강과 직결된다. 정신적 건강이 좋은 사람에게는 정신적 여유가 생긴다. 정신적 여우가 있는 사람은 남에게 기쁨을 줄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다. 인간 사회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사랑도 정신적 건강의 산물이다.”

-올해 1월 성균관대 이사장을 마지막으로 최근 공직을 은퇴하셨습니다. 또한 선생님께서는 의료계는 물론 복지부, 노동부 등 정부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치시면서 한국 의료 및 국가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기신 의료계의 `큰 별'로 통하십니다. 공직 은퇴 후 심경이 어떠하신지요?

“내 나이 올해로 85세다. 내 임기가 언제까지 인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지내왔다. 사실 이사장 취임 전부터 공직에서 떠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특별히 서운함이나 아쉬움은 없다. 이제는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워가며 조용히 글을 쓰며 지내고 싶다.”



#의사, 책임의식 요구돼



-요즘 의사에 대한 인식이 날로 악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요즘 의사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요즘 의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역대 최악이 아닌가 싶다. 의사와 환자는 신뢰와 믿음의 관계다. 예전 내가 진료할 때를 돌이켜 보면 환자들은 절대적으로 나를 믿었고 나 역시 환자에게 신뢰를 주기위해 노력했던 생각이 난다. 하지만 요즘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보면 정말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보기에 요즘 의사와 환자 관계는 단순히 장사관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서로간의 믿음이 없어졌다. 의사가 환자에게 전력을 다해나가기에는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책임이 의사에게 없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의사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모든 책임을 사회로 돌리지 말고 의사들의 문제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의료현안에 대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의료사태 이후 지난해는 의협 회장 불신임 과정을 거치면서 의료계가 날로 황폐화되고 있습니다. 권위와 질서의 붕괴라는 많은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당부말씀이 계시다면?

“지난 회장 불신임 과정은 의사사회에서는 비극과도 같았다. 현재 의사집단이 힘을 합치고 합쳐도 약한 상황인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루빨리 이 비극을 없애야 한다. 문제점이 드러난 것은 개선해서 내부적인 갈등을 하루빨리 해소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힘을 합쳐 나가야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사회적으로 의사단체의 힘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언젠가 의사단체의 주장이 지나가는 개가 짓는 걸로 생각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일이 하루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의사단체 장의 한마디가 정부 당국을 긴장시킬 정도의 무게는 있어야 되지 않겠는가.”

-현재 의료법 개악 저지를 놓고 의사단체가 이를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대정부 강경일변도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의사단체 및 의료계 지도자들에게 주시는 충고말씀이나 격려가 있으시다면?

“입원병실 규정만 보더라도 소규모 의료기관은 다 문을 닫으라는 얘기와 똑같다. 정확한 개정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많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개인적으로도 복지부에 알고 있는 관계관에게 문제점에 대해 건의를 하고 있다.”

-보충 설명하자면, 의료법이 개정되면 이 법은 의사노예법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구체적인 사항들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령에 규정하고 있어 복지부 후속 조치에 더욱 의사들은 더욱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의사들을 언제든지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조항입니다. 이를 지금 막지 않으면 그 폐해가 고스란히 20∼30대 후배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후배들을 위해서도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는 간호사 등의 권위가 향상되는 의사영역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조항들이 다수 포함되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느 조직이던 그 분야에는 팀장이, 즉 리더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지만 그 체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가 있다. 의료분야 역시 팀장이 필요하며 그 역할은 당연히 의사가 맡아야한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에는 간호사도 약사도 자신들도 같은 팀장이라고 나서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 벌써 의료의 질서는 무너지고 있다. 이번 의료법 개정에도 `의사가 팀장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무시되어 나타나는 문제인 것 같다. 어떻게 한 조직에 팀장이 여러 명이 있을 수 있는가.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매우 걱정스럽다.”



#학계, 병협등 함께하는 의협되길



-최근들어 정책사안에 따라 대한의사협회와 병협이 다소의 이견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의견들이 양분되고 충돌되면서 의사단체의 힘이 반감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선생님의 생각은?

“그게 다 의사가 팀장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과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병원협회 회원이 의사협회 회원이 될 수 있지만 모든 의사협회 회원이 병원협회 회원이 될 수는 없다. 모체는 의협이다. 병협이 의료계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다. 자연스럽게 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의사협회가 조금 더 힘을 내야할 때가 됐다. 지금과 같이 맏형 노릇을 못하면 어렵다. 의협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 나가야 한다.”

-의사회비 납부에 대한 질문입니다. 최근 의사단체가 내홍을 겪으며 과거에 비해 회비 납부율이 상당히 많이 떨어졌습니다. 일부 의사들의 이탈을 막고, 의사단체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기 위해서는 어떤 행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의사협회 명칭 전에 의학협회 명칭을 사용한 적이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의학협회가 의사협회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에 반대했다. 그 이유는 의학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어우린다는 의미의 단체가 의사만의 단체로 축소되는 것 같아서였다. 내 주장은 의사집단이 절대 분리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학 내 의사들이 의사협회 업무에 관심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의협이 노력해 나가야 한다. 의학회에 대한 지원 및 의협 임원 구성에 있어 대학교수들의 참여를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또한 대학교수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연구해야 한다. 서로 손 안 잡고는 의사단체는 멸시당할 수밖에 없다. 의사단체의 자부심이 있지 사회적으로 무시당한 단체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서로 도울 건 도우며 전체가 살 방법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건강한 정신 갖춘 '사람' 필요



- 장차 미래의료를 이어갈 의료 후속 세대에게 주시는 한마디가 있다면?

“`의사가 되기 전에 사람이 되어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겠지만 그 가운데서 환자를 다루는 의사에게는 더욱 강조되는 말이다. 나 역시 사람이 되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그럼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 것인가? 첫째로 자립성을 강조하고 싶다. 최소한도로 자기할 일을 다하지 않는 다면 그 때는 남에게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둘째로 창의력이다. 의사들은 머리가 있지만 창의력이 부족하다. 세 번째로 도덕성이다. 네 번째는 건강이다. 건강도 신체적, 정신과, 사회적 건강이 조합을 이뤘을 때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는 컴퓨터, 어학 등을 갖춘 국제인으로서의 자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다섯가지를 갖춰야 진짜 사림이 됐다고 말하고 싶다. 또한 위에서 밝혔듯이 의사는 사회에서든 의료체계 내에서도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말처럼 리더가 될 자격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 평소 좌우명이 있으시다면?

“매년 화두를 던지고 있지만, 성균관대학교 건학이념인 `수기치인(修己治人)'과 저희집 가문의 가훈인 `심중대덕 경세언인(心中大德 經世彦人)'이라는 격언을 몹시 좋아한다. 이들은 모두 여유작작(餘裕綽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결론은 정신적으로 여유가 있는 건강한 사람이 되어라는 것이다. 여유가 없으면 누구를 돕지 못한다. 건강에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이 있는데 정신적 건강에 비중을 가장 높게 둔다. 정신적 건강이 나쁘면 쓸모없다. 인간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과 사랑이라고 본다. 언제나 정신적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아직 배우고 싶은 것 많아



- 새해 계획과 포부는?

“이제 공직에서 완전히 물러났는데 뭐 특별한 계획이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무엇이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다. 요즘 내가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꼬마 손주도 나보다 많이 알고 있는 것이 많다. 이제는 배우며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그 동안 잠깐잠깐 메모했던 글들을 모아 글을 써보려 한다. 배우며 글을 쓰며 여유 있게 생활하고 싶다.” 정리=정재로 기자 zero@doctorstimes.com



#우강 권이혁 선생은?

1923년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나 1943년 경성제대 의학부에 진학했다. 1956년 메네소타 보건대학원에서 MPH학위를 취득한 후 1960년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5년 서울의대 교수로 몸담은 이래 1970년 서울의대 학장, 1976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 1979년 서울대병원장, 1980년 서울대 총장을 역임했다.

그 후 1983년 문교부장관, 1988년 보사부장관, 1991년 환경처장관, 1992년 대한민국 학술원 회장을 역임했다. 이어 1997년 학교법인 성균관대 이사장으로 취임, 근무해 오다가 최근 퇴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예방의학(공저)' `공중보건학' `인구와 보건' `보건학개론' `최신보건학' `보건인구학개론(공저)' `또 하나의 언덕' 등 전문분야 15권, 비전문분야 12권이 있다. 신원형 편집인
가톨릭의대 졸업
현 강남 신원형 정형외과의원장
대한정형외과개원의협의회 수석 부회장
가톨릭의대총동창회 총무위원장
대한개원의협의회 법제이사
서울시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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