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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회장 소고
의사회장 소고
  • 의사신문
  • 승인 2007.03.0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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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사회장을 맡은 지 벌써 1년이 다되어간다. 지난 한해를 결산하는 상임이사회, 감사, 전체이사회, 총회 등으로 남은 한 달 매우 바쁘겠다. 지난 1년간 구·시의사회, 의협의 각종회의, 교육 등에 거의 매주 참석하였고 지역사회 유관기관과의 회의·지원·행사·봉사활동도 많이 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였으나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고 배울 것도 많고 부족한 것이 많아 더 분발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지난 1월 7일의 의사시험 응시자가 3735명이라 한다. 매년 이공계 톱클래스 학생들은 전국의 의예과로 몰리고 커트라인도 최고다. 최고의 두뇌, 최고의 투자(돈과 시간)와 희생 끝에 군복무까지 마치면 30세가 넘어서 겨우 전문의가 된다. 고생의 대가로 수입이 적다고 하소연해 봐야 국민들은 공감하지 않는다. 그들의 눈에 의사는 고소득자이고 무실업 직업군이다. 그러나 의료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우리들의 발목을 잡는 규제는 많고 끊임없이 새로운 법들이 제정되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다.

법과 국가 권력은 무섭다. 유능한 지도자 몇 명이 나서서 이 거대한 파도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더구나 우리 의료계는 불신의 늪에 빠져 작은 이익에 매달려 분열되어 있고 신입회원 가입률도 갈수록 저조해져 안타깝다. 우리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단결하지 않으면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금년 한해도 의료소득 전면공개, 의료법 전면개정 등이 우리를 계속 괴롭힐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의사회에서는 구청장, 보건소장 주도하에 건강실천협의회, 지역사회복지협의체 등 각종 건강복지관련 조직단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의사회장은 구성인원 25∼30명 중 1명에 불과) 이들이 각종 의료정책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광역시나 정부산하조직도 비슷하다.

보건소장도 비의사가 임명되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서울 시내를 종횡 누비며 단체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보건소는 내부시설투자, 고가장비구입으로 진료영역을 확대하여 종합병원을 구상하고 있다. 국공립병원도 보건소보다 한발 앞서 변신하여 경쟁력이 종합병원에 뒤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서울시내 대학병원들은 엄청난 투자를 통해 호텔급 시설에 최신 의료기기를 앞다투어 구입하였고 주변 병의원과 협진의 협의회를 만들어 서로 도움을 주는 듯 하더니 외래센터 건립 등을 통해 의원환자들을 모조리 흡수하려 들어 개인의원 선호도는 날이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겠다. 국민들은 끊임없이 더 많은, 양질의, 값싼 의료공급을 요구하고 국민이 직선하는 지자체단체장, 기초의원, 국회의원, 대통령 등은 그들의 입맛을 충족시키는, 표를 얻기 위한 선심공약과 실행으로 의료인이 희생양이 된다. 국회에서는 각종 시민단체의 요구와 국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새로운 의료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고 한의사, 약사는 계속 우리의 영역침범을 호시탐탐노리며 간호사, 의료기사들까지 독립운동이 한창이다. 왜 이리 의사의 삶이 고달픈고….

구의사회의 제일 주요업무는 신규회원가입과 연회비 걷는 일로 제일 힘든 일이다. 거의 1년 내내 이 일에 매달린다. 이익단체의 힘은 속된말로 돈에서 생긴다. 돈이 없으면 정치권을 움직일 수 없고 잘못된 제도와 법을 바꿀 수도 없다.

두 번째 주요업무가 모임(반상회·이사회·각종행사·동호회 등) 활성화다. 갈수록 참여도가 낮아지고 약속했던 사람도 불참할 땐 맥이 빠진다. 어느 정신과 선생님이 신문에 기고한 내용이 생각난다. 한국민은 개개인이 다 잘나서 다스리기 힘든 민족이다. 오랜 외침에 시달려 오면서 지배계급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형성되고 굳었다. 더구나 의사들은 오직 학벌로만 뭉치고, 한의사·약사들은 학벌보다는 한의사회·약사회 중심으로 뭉쳐있기 때문에 의사들이 경쟁에 이길 수 없단다. 간호조무사협회보다도 자금지원이 부족하니 정보력과 로비가 약해 정치인들을 움직이거나 도움을 받기가 힘들단다. 아무리 실력자와 줄이 닿아 있어도 힘이 안 된단다.

이미 선출한 구·시·의협회장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여 강한 의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도 더욱 분발해야겠다. 성북구는 신입회원 가입률이나 회비수납률이 전년보다 높아졌다. 적극적으로 참여는 안 해도 애정을 갖고 어려운 경제상황 가운데도 지원해주신 회원들께 감사드린다. 김광수 사무장의 노고에도 감사드린다. 복이 넘쳐나는 황금돼지 정해년을 맞이하여 의사신문 애독자 여러분 가정에 복이 넘쳐나고, 건강하고, 신바람 나는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노순성 <성북구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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