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56 (금)
노인수발, 의사 개입은 필수조건
노인수발, 의사 개입은 필수조건
  • 의사신문
  • 승인 2007.03.06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사가 해야할 일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보았다. 어느 순간에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의료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의사로서의 본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도 한다. 또 치료를 한다는 개념을 넘어 질병의 예방과 더 나아가 건강증진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가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조그마한 동네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리고 지금의 난발하고 있는 의료라고 하는 서비스들이 오히려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건강을 해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해 본다.

예전에 독거노인을 주기적으로 방문하여 건강을 보살핀 적이 있었다. 거기서 실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하였으나 작은 동네의사로서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도는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독거노인 할아버지는 걷지를 못했으며 겨우 기어서 생활을 영위하였다. 겨우 복지관의 도움으로 반찬 서비스와 목욕등 가사서비스를 받고 있었다. 처음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면서 할아버지의 걷지 못하는 다리는 내가 할 수 있는 치료의 범위는 넘어 섰으며 단지 할아버지의 말벗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할아버지의 의료서비스는 재활치료가 가장 중요했으며 올바른 영양섭취와 적당한 외부접촉과 더불어 운동(외출정도라도)이 필요하였다. 그리고 세상과의 단절을 해결하여 소통을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한달에 한 번 방문하는 보건소 간호사는 약을 한보따리 지어다가 할아버지에게 주었고 또다른 복지관에서도 할아버지에게 약을 한보따리 주었다. 내가 보아도 무슨 약인지 어떻게 복용을 해야 하는지 조차도 알 수 없는 약들이었고 할아버지 역시 드시지 않고 계셨다. 그러한 약들은 쌓여서 할아버지는 버리지도 못하고 그냥 두기도 힘겨워 하셨다. 이것을 보건소에서 거의 맡기다시피 하면서 주고 갔다고 한다. 나로서는 정말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혼자서 움직일 수 없는 환자의 통합된 치료가 부재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찔끔 저기서 찔끔 하는 식의 환자 돌봄 내지는 치료는 환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이런 식이라면 약물남용과 같은 부작용만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것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 것을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독거노인을 예로 든다면 가장 가까운 의료시설이나 환자가 원하는 의료시설에 있는 의사를 주치의로 정해야 한다.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던지 다른 치료를 시행하려고 할 때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처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환자가 원한다면 주치의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동네병원에서의 치료범위가 넘어선다면 그 주치의는 환자를 2차, 3차 병원으로 환자와 함께 환자의 기록(차트)를 같이 이송함으로써 그동안의 환자치료의 연속성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거택보호환자의 보건소나 복지시설의 의료서비스는 적절한 치료로 생각되어 지지 않으며 또한 재정 낭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더불어 적절하지 못한 치료에 대한 부작용만 낳으며, 때로는 그것이 환자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지 않을 까 생각된다.

지금 노인수발보험을 시행한다 어쩐다 하면서 법이 통과되고 또한 이전에도 일부에서는 여러 가지 형태로 이러한 것을 시행해 왔다. 언젠가 일본의 노인수발보험에 관한 자료를 접한 적이 있다. 여기서 공감이 가장 컸던 것은 노인수발에 있어서 노인이 자기가 생활하던 곳에서 의료서비스와 생활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일단 노인은 주치의를 정하고 그 주치의는 가정간호사(방문간호사)를 환자의 집에 파견하여 환자의 기본적인 상태를 차트에 기록하고 의사는 처방을 내림으로써 마치 병원에 입원한 것처럼 환자를 돌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당뇨나 고혈압이 있는 환자의 경우 필요한 검사를 주기적으로 하고 약을 조절하면서 식이요법도 같이 처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경우에는 간호수발이 아닌 생활수발을 하는 사람들과 연계하여 당뇨식이라든지 고단백식이를 할 수 있게 처방을 해야 하며 주기적으로 점검을 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환자가 병원에 입원을 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의사의 처방에 의해서 치료하게 된다. 이와 같이 수발보호를 받는 환자인 경우 간호수발 이외의 다른 생활수발에 까지도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환자의 모든 상황은 차트에 기록이 남게 되고 환자의 향후 치료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노인에 있어서 생각하여야 하는 부분은 대부분에 있어서 하루 섭취량이 상당히 줄어 있으며 또한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도 다양하지 않아 많은 수에게 영양의 결핍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지만 진단되지 않는 질환이 없는 경우에는 환자의 건강을 더욱 보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또한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증진의 가장 일차적인 문제는 영양균형을 맞추어 주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운동과 적절한 정신적인 자극을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을 의사는 비록 뚜렷한 질환이 없는 노인일 경우라도 진단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역시 간호수발뿐만 아니라 생활수발에 있어서도 의사의 개입이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전반적인 면에서 살펴 보았을 때 수발을 받아야 하는 사람(반드시 노인이 아니라도 있을 수 있음)인 경우 적극적인 의사의 개입이 필요한다. 또한 다른 부분들과의 긴밀한 협조체제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하여야만 효율적인 보살핌을 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

김경주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