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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꼭필요한 존재’ 알려야
‘의사는 꼭필요한 존재’ 알려야
  • 강봉훈 기자
  • 승인 2007.02.27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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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롭고 화애로운 남자 정의화입니다.”

의사로서도 성공적인 삶을 살았고 정치인으로서도 인정받고 있는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한나라당·국회 재정경재위원장)은 처음 만나자마자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어 자신의 할아버지가 지어준 이름(義和)대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정의화 의원은 최근 의료계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 국민의 지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의사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 개선에 다 함께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지금의 어려움은 그동안 의료보험 도입에서부터 건보공단 통합, 의약분업 등 대 변혁의 과정에서 편법 대응이 나쁜 이미지를 사회적으로 심어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의사는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사회적 역할을 다함으로써 이미지 개선에 나서야 하고 이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기자가 정의화 의원을 찾아간 것은 의료법 개악 반대 투쟁을 목전에 둔 날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국회 일정과 지역구 활동 등으로 빠듯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두어 시간을 할애해 줬다.

-의사로서의 삶, 정치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소개 바란다. 부산의대를 졸업하고 연세의대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하던 중 갑자기 장인이 사망하는 바람에 일찍 경영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물려받은 부산의 봉생병원은 당시 상속세 등을 내고 나니 이름뿐이었다. 하지만 장인이 남긴 병원을 재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나중 원래 꿈이었던 미세혈관수술 등을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지금은 봉생병원을 신경분야가 특화된 종합병원으로 키워 중견 병원으로 자리 잡았다. 개인적으로는 의학분야에서도 안면경련, 뇌동맥류 관련 수술 분야에서 손꼽힐 정도의 의술을 갖췄다. 정치인으로서의 입문은 1996년 당시 5공화국의 실세 허삼수씨가 여러 문제로 물러나게 됨에 따라 출마하게 됐다. 그후 지금까지 내리 삼선을 하면서 보건복지위원회, 재정경제위원회 등을 거쳤다. 그동안 8년 연속 상임위 베스트위원에 선정될 만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지금은 재경위원장을 맡고 있다.

-병원 경영인으로서 가치관은 무엇인가? 환자를 진료해서 번 돈은 모두 환자를 위해 쓰여야한다고 생각한다. 봉생병원을 경영하면서 번 돈은 3분의 1은 직원과 의사의 후생·복리비로 썼으며 3분의 1은 병원 발전을 위해 투자했고 나머지 3분의 1은 문화사업, 복지사업, 무료진료 등으로 사회에 환원했다.

애초 경영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병원을 경영하면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배울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사회적인 이념이 없이는 병원이든 기업이든 영속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내가 실천하고자 하는 이념은 바로 개인의 이익보다는 환자의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이를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의료관련 활동 내용을 소개 바란다. 15대 당시 의료보험 통합과 의약분업이 논의됐다. 당시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의료보험은 광역주의로 가야하고 의약분업은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다른 의사출신 국회의원들은 모두 동의한 상태였다. 의약분업은 일단 항생제, 신경안정제 등 과다 사용시 지극히 유해한 것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사들도 지지해 주지 않았었다. 의료보험은 이제라도 광역화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건복지위에서 활동할 때 대정부 질문 15분을 모두 의료관련 안건에 할애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보복위에서 아무리 활동해도 의료계에서는 알아주지 않았다. 그 후로는 주로 재경위에서 활동했다.

-의료법 개정 등 최근 의료계 현안 문제에 대한 시선은? 모든 원인은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자기반성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우리나라 민간 의료는 선배들의 적극적인 역할로 발전해 왔다. 그 점은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77년 의료보험이 시작됐다. 당시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의사들이 나서지 않았다. 의사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살 길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소극적 진료, 방어진료, 부당청구 등으로 나타났다. 그런 예가 언론을 통해 부각되면서 의사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나빠졌다.

의료는 돈 벌기 위해 선택하는 직업이 아니다. 의료를 통해 생긴 이익은 의료발전과 사회 환원에만 쓰여져야 한다. 하지만 의사들은 그동안 이런 역할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조직으로 낙인찍힌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모든 의사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업적 의료인들이 독버섯같이 나타나고 있다. 성형외과, 안과, 피부과 등 돈 버는 쪽으로만 전공의들이 몰리는 것도 같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더욱 악화될 것이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의료법 전면 개악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가? 결국 좋은 법안을 만들고 국회를 통해 논의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의료부담을 줄이고 더 좋은 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급성, 만성, 재활, 요양 등의 의료가 적절하게 공급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내용들이 합당하게 가도록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 지나친 단체 행동은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계는 의권 회복 등을 위해 의사의 정치세력화를 표명했다. 바람직한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의사출신 국회의원이 많아지는 것이 답은 아니다. 그것보다 국민들로 하여금 의사들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들에게 ‘의사는 꼭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활동을 하면서 의사에 대해 나쁜 이야기만 듣는다. 이렇게 해서는 정치력이 생길 수가 없다.

잘못된 법은 곧 국민 건강을 망친다. 결국 국민이 손해 본다. 그런 차원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궁리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의사출신 국회의원이 의사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지 않는지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건복지위에 있어야 의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재경위는 다른 모든 분야에 커다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위원회다. 복지위에서도 결국 재정과 관련된 모든 것은 결국 재경위에서 결정한다. 의사출신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재경위원장을 맡았다. 이는 아주 의사들에게도 좋은 기회다.

의사출신 전국구의원이라면 보건복지위로 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나는 의사라서 국회의원이 된 것이 아니라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이다.

-올해는 대선이 있는 해다. 의사들은 어떤 시선으로 대선을 이해해야 하는지 소개해준다면? 의사는 보수적이다. 보수당에 대한 지지를 기대한다. 결국 대선 후보는 개개인이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당이 의사를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인지, 진정으로 의료를 이해하는 정당이 어딘지 판단해 봐야 할 것이다.

독재·산업화시대, 민주화시대를 거쳐 지난 10년간 진보정당이 집권했다. 이제는 보수적 당이 선택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정치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이제 지역화합과 남북통일을 위해 애쓰고 싶다는 것이 제일 큰 바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큰 현안은 동서간 화합, 남북간 화합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그리고 의사 출신으로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소망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나라, 골고루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추구하고 있다. 앞으로 복지분야는 더욱 더 중요해 질 것이다. 묵묵히 이를 위해 노력할 뿐이다.

정의화 의원은 “나의 성공이 공동체, 국가, 민족에 보탬이 되는 삶이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역할을 위해서 의사로서, 정치인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의사들도 더 이상 진료실에만 머무르지 말고 사회로 나와 사회에 해야 할 이야기는 당당하게 밝히고 국민 편에서, 국민 건강을 위해서 큰 목소리를 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봉훈기자 bong@doctor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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