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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의사
드라마와 의사
  • 의사신문
  • 승인 2007.02.26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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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영을 시작한 `외과의사 봉달희'라는 드라마에 외과의사 안중근이 나온다는 이야기 때문에 평소 드라마와는 거리가 먼 필자가 TV 앞에 앉아 있게 되었다.

안경을 끼고 키가 작은 의사역의 이범수 보다는 키도 크고 멋있는 김민준이 안중근 역이 아니라는게 좀 아쉽긴 했지만 실력없고 무능한 의사 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했다. 혹시 내가 운영하는 의원 수입에 영향을 미칠지는 추후 따져봐야겠지만 TV속에 비친 의사의 이미지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의사로서 어쩔 수 없나보다.

서울시의사회에서 드라마 `나쁜여자 착한여자'에 대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극중 의사들의 불륜 등의 도덕적 결함을, TV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이 모든 의사들이 그런 것처럼 오해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의사들의 탈세, 보험급여 부당청구, 의료사고들이 진실여부를 떠나 신문방송에 크게 보도됨으로써 의사의 사회적 이미지는 바닥에 떨어져 있다. TV속 의사들의 부정적인 모습 역시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TV속 의사들의 모습을 보고 그것이 사실이니 거짓이니 하는 논쟁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의사들을 사회적으로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걱정되는 것이다. 우리도 모르는 훌륭한 의사들도 많이 계시지만, 다수 의사들이 히포크라스 선서에 입각하여 살아가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나 자신부터도 매일 속물같다는 생각을 몇 번씩도 하긴 하지만 나의 인생이 타인들에게 지탄을 받아야 되는 삶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름대로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좋은 이웃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 뭐 나만 억울할까. 주변의 의사 친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지만 의사라는 직업이 타인의 생명을 어루만지다 보니 하나의 의사를 키우기까지 정말 많은 주변의 노력과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인들보다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개인의 노력과 반성이 수반되어야 함은 당연하고, 각종 사회적 기여를 통해 자신이 가진 능력을 사회로 환원시켜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충분히 그러고 있는가? 한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로서 노블레스 오블레쥬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는 생각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 한사람의 생활인으로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격하시키고 자기 만족하고 있는지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는 TV에 나온 의사가 어떤 모습인지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글을 쓰는 작가가 의사라는 집단에게 어떤 원한이 있어서 나쁘게 표현하는지 아니면 좋은 기억 때문에 환자를 자기 생명보다 소중히 여기는 것으로 그리는지는 모를 일이다. 단지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현재 사회적 공감대가 그 시대에 방영하는 TV속 의사상으로 담겨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가진 집단이어야 시청자들도 방송 내용을 공감할 수 있어 TV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보고 이런 입장 저런 입장을 가진 의사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 역시 TV를 보는 시청자들이고 TV를 통해 사회를 보는 한 시민이다. TV를 통해 우리 자신의 모습을 한번쯤 되짚어 보고 반성해 볼 뿐이다. 사람들이 의사를 욕해가면서도 의사들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기에 그 집단에 바라는 기대치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를 충족시키며 살기위해 노력하면 된다. 드라마 하나가지고 냄비처럼 우습게 흥분하지 말자.








안중근 <구로구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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