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면과의 교감·안전의 `시작점'
노면과의 교감·안전의 `시작점'
  • 의사신문
  • 승인 2007.02.26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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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에 대해서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 회고록을 보면 할머니는 드러커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정부나 공무원 같은 것들을 믿지 말거라. 원래 그것은 백성을 뜯어먹는 일이니까. 그들이 마지못해 따르는 법이라는 것은 절대로 어길 수 없는 자연의 법칙뿐이란다”

자연의 법칙은 어길 수 없다. 자동차에 많은 개선을 해나가도 차와 자연의 법칙이 만나는 지점은 타이어와 노면이 접지하는 곳 사실상 하나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자동차 운전자들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사고가 적어진 것은 그만큼 타이어가 좋아졌다는 이야기도 된다).

실제의 도로와 타이어가 접지하는 곳은 엽서 하나의 면적밖에 안 된다. 코너에서 원심력이 걸리거나 비가 오거나 먼지가 많은 길 아니면 살짝 얼어붙은 길의 마찰 계수를 생각해보면 그 다지 안전마진이 높다고 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많은 경우 운전자들은 이런 사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정말 신비로운 일이다). 몇백 마력의 힘과 2톤에 가까운 쇠덩어리의 그리고 그 안에 탄 사람의 운명은 엽서 한 장 크기의 면적이 도로를 물고 있는 것에 의존한다.

메이커들이 안전용으로 말하는 ABS(요즘은 너무 흔해진 필수장비가 되었다)나 ESP같은 것들 그리고 엔진의 개선이나 6포인트 브레이크 캘리퍼, 구동장치 같은 것들은 타이어 앞에서 끝난다. 물리학적인 한계, 자연의 법칙은 모든 일이 타이어에서 멈춘다. 브레이크의 과열이나 성능감소와 같은 예전의 안전운전 요소는 사실상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 되었다. 일반 승용차라도 브레이크 패드나 디스크의 성능은 극한까지 좋아졌다. 도로와 타이어 그 사이에는 열을 받은 한 장의 고무가 있을 뿐이다. 그 밑에는 철이나 케블라로 만든 섬유층이 있고 그 다음은 공기다. 이 고무면이 노면과 떨어지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100마력짜리 차이건 몇 십 마력이 안 되는 차이건 모든 힘은 타이어를 통해서 서로 교감한다. 대지와 차의 교감은 타이어를 통해서 일어난다. 그리고 달리는 즐거움의 많은 부분인 전달되는 노면 진동과 주행음은 타이어 특성을 타도 너무 탄다고 말 할 수 있다.

예전에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의 차를 구경하다가 타이어를 보고 경악한 적이 있다. 갈아야지 하면서 줄곧 미루어 놓은 타이어는 슬리퍼 단계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슬리라는 트레드가 다 닳은 타이어를 말한다. 별 문제는 없지만 주행중의 급제동이나 코너링을 하다가 측면의 접지력이 필요해질 때 노면과의 마찰력이 부족하면(어떨 때는 정말 2%만 부족해도) 자연의 법칙을 몸으로 느껴볼 기회가 되기도 한다. 몸이 마루타가 되는 것이다. 나중에 반성하고 다시 타이어에 신경을 쓸 기회를 영영 잊어버리게 된다. 보통 타이어와 관련된 사고는 일단 대형이다. 80년대에 빈발하던 화물차 사고의 많은 부분은 불량 타이어와 관련된 요소가 많았다. 몇 명의 고속광들이 사고를 낸 사진을 분석해보면 타이어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경우도 몇 건이나 있었다.

타이어는 오래되면 경화하기도 한다. 고성능의 타이어라도 오래 세워 놓으면 합성수지와 고무의 중합성분이 약해진다. 햇빛을 받고 비바람에 노출되면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지며 타지 않고 한자리에 오래 세워 놓으면 부분적인 변형이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상태가 좋아 보이더라도 4∼5년이 되었으면 타이어는 자동으로 은퇴할 나이가 된 것이다. 운전거리가 짧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고급타이어라도 마찬가지다. 노면과의 기분이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갈라질 수도 있다. 그때는 정말 난감한 일이 일어난다.

그리고 타이어에는 중요한 요소가 더 있다. 같은 차에 같은 급의 타이어를 끼워도 타이어마다 만들어내는 체감의 요소는 극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차종이 바뀐 듯한 정도의 기분을 선사하기도 한다. 신발을 운동화를 신거나 구두를 신고 달리기를 비교해 보는 것과 같다. 물론 메이커에서 나온 순정 타이어(때로는 피렐리 같은 고급 타이어가 순정인 차들도 있다)로 만족할 수도 있으나 조금은 변화를 주는 것이 좋다.

정말 달리기에만 충실한 타이어도 있고 달리기와 편의성이 다 좋아진 타이어들도 있다. 요즘의 국산 고급 타이어는 이미 일반적인 국제 규격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그래도 몰아보면 차이가 있다. 신기하게 차이가 난다. 필자의 경우 타이어를 종류별로 거의 다 끼워 보았다. 마니아에 가까웠단 적이 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어떤 타이어는 노면을 너무 많이 타서 고속에 적합하지만 위험할 정도였다. 어떤 타이어는 편안하기는 하지만 너무 그립이 약했다. 그리고 어떤 타이어는 느낌상으로 꽤 유명하던 미셀린 파일러트 보다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몇 년 동안 이 타이어로 정말 열심히 달리고 있다.

적은 투자로 안전과 노면과의 교감을 가장 즐겁게 하는 방법. 그 중의 하나는 타이어이다. 그리고 차안에 있는 시간을 가장 즐겁게 만드는 시간의 경제학이기도 하다.

안윤호 <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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