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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변화
차의 변화
  • 의사신문
  • 승인 2006.11.0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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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출력 · 위치 변경등 꾸준히 진화

BMW의 미니라는 차가 의외로 잘 팔린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차의 원형은 영국의 로버라는 회사에서 거의 4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고급차와는 거리가 멀었다. 최초의 전륜구동 시스템과 소박한 엔진을 얹었다. 어떻게 보면 폭스바겐 비틀과 함께 약간은 궁상맞고 자유로운 젊은이의 문화를 상징하는 차였다. 지금이야 오리지널 미니의 가격이 하나의 골동품 내지는 문화 아이콘으로 변하여 매우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만 처음의 미니는 아무튼 저렴한 차였다.

폭스바겐 올드 비틀도 마찬가지로 저렴한 차였다. 로버사가 경영이 어려워져서 BMW에 인수된 후 미니는 비싸며 완성도가 높은 차로 탈바꿈한다. 젊은 사람들을 겨냥한 문화코드의 유전자와 BMW에서 만들어지는 다른 문화유전자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성공적인 마케팅에 의해 의외로 잘 팔린다. 만약 BMW라는 브랜드가 없었더라면 이만큼 잘 팔릴지는 정말 미지수다. 원래의 모습을 많이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는 이미 미니가 아니다. 어떤 천재적인 디자이너가 짧은 기간 동안 만들어낸 독창적인 설계는 그냥 이미지로만 남아있다.

실제로 차를 타보면 카트처럼 작으며 차체에 비해 너무 크다고 할 수 있는 썬루프, 작은 엔진에 수퍼차저를 달아 놓은 것이나(쿠퍼S) 의외로 비싼 가격을 포함해서 정말 메리트가 무엇인지 애매한 차라고 할 수 있다. 비교적 고성능이긴 하지만 차체가 일단 작다. 정말 빠르고 작은 차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골프 GTI나 푸조 206RC 아니면 아직 수입이 되지 않은 후륜구동의 BMW 1시리즈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메이커의 이미지와 차의 이미지를 보고 차를 산다. 이미 미니는 `이탈리언 잡'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일종의 고도의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는 차량 소개는 자연스럽게 영화에 나온 그 `깜찍한 차'라는 최면을 걸어 놓는다. 거기다가 강렬한 색채와 특이한 디자인을 보면 이런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지 않을 수가 없다. 원래의 디자이너가 본다면 뭐라고 할 말이 없겠지만 주인이 바뀐 제조사는 분명히 BMW만큼 잘 팔지 못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BMW는 원래의 문화 DNA를 살짝 바꾸어 사라져버릴 지도 모를 차의 혈통을 살려 놓은 것이 분명하다. 아무튼 미니는 고급차로 바뀌면서 살아남았다. 차의 문화적인 유전자가 모습을 바꾼 것은 미니뿐만이 아니다.

고급 스포츠카로 유명한 포르쉐 역시 최초의 작고 가벼운 차에서 점차 고성능의 차로 변해간 케이스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새로운 차의 라인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 포르쉐의 엔지니어들이 구할 수 있던 베이스 부속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엔지니어들은 독일의 국민차이던 폭스바겐 비틀의 설비들을 변형하여 차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폭스바겐 비틀의 설계자가 포르쉐 박사였다). 당연히 처음의 차들은 공랭식일 수밖에 없었다. 차의 프레임도 원래 비틀의 설비를 이용하다보니 엔진은 뒤로 갈 수 밖에 없었다(엔진이 가볍고 뒤에 붙어 있으니 차의 운동성은 스포츠카에는 유리한 면이 있었다). 디자인도 풍뎅이차라고 부르는 비틀과 비슷할 수밖에 없었다. 포르쉐가 예상치 못할 만큼 인기가 좋다보니 그 다음의 차들은 포르쉐라는 이미지를 갖기 위해 최초의 설계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었다.

성공의 기회이자 스스로 한계를 지은 애초의 설계 때문에 911의 엔진이 공랭식을 포기한 것은 50년 정도의 세월이 흘러서 그것도 마니아들의 반대와 우려를 불식시키고 나서야 가능했다. 손으로 들어올릴 수 있을 정도의 엔진 그것도 오토바이처럼 마운트와 몇 개의 볼트만 빼면 되는 차에서 터보차저를 붙이고 엔진의 출력을 계속 올리며 미드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엔진의 위치는 트렁크 아래쪽에서 앞뒤로 옮겨 다니는 변화를 계속했다.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고객들의 높은 기대를 만족시키며 살아남아야 하는 문화와 기술에 대한 줄다리기는 진화의 법칙처럼 변화는 계속되지만 유전형질은 조금씩 변하는 기묘한 게임이다. 이른바 성공적인 차종이라는 것은 이런 줄타기를 몇 십년 동안 성공적으로 계속하고 있다.

〈안윤호 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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