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7:46 (수)
의협 임시 대의원총회장에서
의협 임시 대의원총회장에서
  • 의사신문
  • 승인 2006.11.01 15: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 28일 대한의사협회 장동익 회장의 불신임여부를 표결하는 임시 대의원 총회가 있었다. 회장 당선 후 겨우 반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신임을 묻게 되는 상황을 두고 논란이 분분했다. 아마도 보수적 성향의 대의원들은 잘못이 있더라도 너무 흔들지 말고 다시 기회를 주자는 쪽이었다. 반대로 진보적 대의원들은 회무부정의혹과 선거전 과명 변경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신뢰성의 문제 등으로 반드시 퇴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양측의 나름대로의 생각 중에서 한쪽을 택일해야 하는 고민 또한 만만치 않았다.

 둘 다 마음에 차지 않는다고 기권하기도 개운치 않고, 보다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쪽을 택해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이라고 생각하니, 참 민주주의는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현 회장이 당선 직후 서울시 각 구 의사회회장단 모임을 방문한 날 신임 회장에게 나는 한 가지를 부탁했다. 우리가 겪었던 의약분업 파업 중에 거의 모든 회원들이 숨을 죽이고 복지부와 대치하던 중에 느닷없이 청와대에 들어가서 일치단결하던 회원들의 염원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던 전임회장의 정치성을 경계하라는 것이었다. 그분이 얻은 것은 무엇이었던가? 갈 때까지 가고 회원들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의사회 역사를 거꾸로 기록하며 회원들의 원망만을 사고 말았다. 의사회장이 의사회원들을 위해서 당당하게 싸우다 설령 감옥에 가더라도 그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이겠는가. 그런 명예스런 전통을 세우실 기회를 스스로 박탈하였고 그런 아름다운 회장의 모습을 기대했던 우리들 또한 허탈했다. 그러니 신임회장이 퇴임할 때는 우리 회원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보기 좋게 나가시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축하인사치고는 고약하고 다소 무뢰한 고언을 드렸는데…. 의사회 선거에 참여하다보면 의사회 선거도 정치판의 선거와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몰랐던 내가 너무 순진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의 선거는 달라야하지 않겠냐는 바람을 포기하기 힘든 이유는 단 하나. 우리 스스로가 그래도 대한민국의 지성인들임을 마음속에라도 지니고 있다면 정치판의 지연·학연 따위를 가치 있는 일이라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건 우리의 자존심이 허락할 수 없는 부분이다. 혹시라도 이를 망각하고 있었다면 우리는 국민들과 정치판을 비판할 하등의 근거가 없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그 옛날에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한 가지 사실뿐이다”라고 했다. 우리 의사회의 소수만이 참여하는 직선제가 과연 순방향의 변화인지, 아니면 의사사회의 민주화 봇물에 터져 나온 시행착오의 한 부분인지, 고육지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중차대한 일이다.

아마도 대의원회의 때 이런 현제도의 문제점을 토의해야 될 듯하다. 대의원 총회의 표결결과는 불신임안 찬성이 과반수는 넘지만 3분의 2에는 모자라서 불신임안 부결로 끝이 났다. `역시 탄핵은 힘들구나' `처음 뽑을 때 잘 뽑아야지'하는 생각이 우선 앞선다. 하지만 당장은 진료비 내역서 제출이 발등의 불이며 성분명 처방 등 많은 현안들이 우리의 대응능력을 시험하고 있다.

장동익 회장은 오늘의 재신임의 의미를 오판하지 말고 우리 회원들의 여망을 저버리지 않기를 바라며 마음에 진 빚을 보답하는 뜻에서라도 남은 2년 반 가까이를 오로지 우리 의사사회를 위하여 사심 없이 고민하여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임원들도 같은 심정으로 회장의 성공이 자신의 성공이며 의사회의 성공임을 잊지 말고 자존심을 가진 지성인임을 증명하여 줄 것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배용표 <강북구의사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