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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투쟁사
돌고 도는 투쟁사
  • 의사신문
  • 승인 2007.02.13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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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6일 화요일 오후, 구의사회에서 마련한 버스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동료 의사들과 함께 과천 정부종합청사를 향해 출발했다. 과천에 도착해서 7000여명이 모인 집회 규모에 다들 놀라는 분위기였다. 집회 개최를 결정하고 홍보하기까지 매우 급박한 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성공적인 집회의 시작을 알리는 분위기였다.

몇 몇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아직 우리 회원들 사이에 의료법 개악의 속 뜻이 잘 전파되지 않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의료법에 민감해야할 우리 회원들이 아직 잘 모르는데 일반 국민들이 의료법 개악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도 없고, 그 중요성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번 의료법 개악이 현실화되는 과정을 되새겨보면서 우리 의료계가 반성해야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어야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먼저 의협 집행부는 의료법 전면 개정이라는 큰 변화를 맞이 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었다. 의료법 개악 투쟁에 의료계가 나서야 한다면 가장 큰 걸림돌은 도덕성과 진실성에 있어서 많은 회원들과 과반수 대의원으로부터 불신임을 받고 있는 현 의협 집행부일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선(先) 내부 정리, 후(後) 투쟁이라는 말이 옳은 것인지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둘째로, 의료계 내부에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 시킬 수 없었던 사람들이 의협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정부에 호소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의약분업 사태를 촉발시키고 의료계의 분란을 심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K교수를 비롯한 소위 인의협 추종 세력들이 처음부터 외부에서 의협을 공격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1996년에 의협발전추진위원회를 구성해서 자신들의 주장을 의협 내부에서 관철시키려는 노력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동료 의사들을 변화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느끼게 되면서 외부 정치 권력에 의지해서 의사들을 강제하는 방법을 택한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의 그런 행태는 우리 의료계에 큰 부담을 지운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그런데, 이번 의료법 개악 과정에서도 똑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에 기가 찰 뿐이다. 의료계 내부에서 어떤 정책에 대해서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주고 그 의견을 논의해주는 과정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의료계의 지지를 얻지 못한 정책이 가져다 줄 현실적 폐해는 교수들이 아닌 바로 일반 회원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왜 몰라주는 것인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셋째로, 의약분업 사태 이후 의료계와 정부의 깊어진 감정의 골이 이번 사태를 더 힘들게 풀도록 강요하고 있는 요소라고 생각된다. 의약분업 사태 이후 의료계는 정책 당국과 인적, 정책적 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는데 그 단절을 복구하기 위한 노력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을 왜 우리 우호세력으로 만들지 못하고, 자꾸만 적으로 몰아세우게 되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넷째로, 언론이나 대중 매체에 대한 전략이 전혀 없거나, 있어도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내부적으로 집행부만을 상대하려는 정부의 의도대로 불리한 회의에 끌려 다니던 모습 때문에 회원을 상대로 홍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회원들의 논리적인 대응책을 수렴하지 못한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의료법 개악으로 인해 가장 큰 희생자가 될 일반 국민에게 우리의 홍보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 그리고 그 실행 수단을 확보하지 못한 우리의 역량을 돌이켜 보면, 앞으로 더 큰 왜곡을 당하더라도 억울함을 호소할 곳도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건국 이래 많은 유사 의료업에 진출하려는 사람들이 법원에 송사를 벌였지만, 의사 면허 제도를 통해서 보호 받는 것은 의사의 기득권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이라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판결 취지였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정 과정에서 제대로 된 의견 수렴과정을 생략하고, 공청회나 설명회도 개최하지 않은 채, 회의 개최 직전 날 밤 늦게 자료를 회의 참석자에게 보내고, 그 다음 아침 7시에 회의를 하는 식의 졸속으로 의료법을 개악하려고 하고 있으니, 이는 국민을 실험용 쥐로 밖에 여기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제 우리 의사들은 누가 인정해주지 않는 고독한 싸움을 오랜 기간 동안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또 TV, 라디오 등 대중 매체가 총 동원된 의사 죽이기도 문제지만, 투쟁 과정에서 동료들과의 갈등은 또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부디 우리끼리만 이라도 하나되어 나갈 수 있도록 지도부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민식 <서울시의사회 정보통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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