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처방 의무응대_무엇이 문제인가?
의심처방 의무응대_무엇이 문제인가?
  • 강봉훈 기자
  • 승인 2007.02.12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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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처방에 대한 의무응대 규정이 포함된 의료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에 상정됐다. 더욱이 이에 대한 처벌 조항은 국회 통과 과정에서 더욱 강화될 전망이이어서 의료계의 강력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의료법 전면개정과 관련, 7000여명의 서울시의사회 회원들이 과천 복지부 청사 앞에 모여 궐기대회를 벌이는 사이, 약사의 전화를 받지 않으면 형사처벌 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특히 이 안은 처벌 규정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시작되고 있어 의료계에 더욱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울 전망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이의 논의과정에서 여러 번에 걸쳐 절대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입법화를 막겠다고 선언한 바 있어 국회와 의료계간에도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6일, 장향숙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검토보고를 들었다.

이날 상정된 개정안은 △응급환자를 진료 중이거나 △환자를 수술중인 경우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약사의 문의에 응대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이를 위반했을 경우에는 처방전 허위청구와 같은 수위인 벌금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환자를 문진하고 처방을 내리는 것까지가 의사의 행위이며 이에 대한 확인 의무는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것일 뿐이지만 약사는 처방전을 받고 이를 확인하고 약을 조제, 설명하는 과정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 본래의 책임이기 때문에 이를 같은 수준에서 논의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꼬집었다. 의사는 처방전을 발행하는 순간 모든 책임은 발생하는 것이며 이에 대한 응대 의무는 부수적인 역할이지만 약사의 확인 의무는 약을 조제하는 과정에서 이를 확인해야 하는 본래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나아가 응대의무의 위반은 결국 약화 사고 발생 이후에 형성되는 것인데 약화사고가 발생하면 잘못된 처방에 대한 책임이 기본적으로 부여되는데 여기에 다시 성실응대 의무 위반까지 가중해서 처벌받게 되기 때문에 과잉입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 잘못된 처방이 없더라도 약사가 자기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문의 전화를 할 때마다 통화가 되지 않았다고 이를 처벌하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의사를 옭매기 위한 조항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검토보고에서 국회 전문의원은 약사법에 의심처방에 대해서는 문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 이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문의를 받은 의사는 이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개정안에는 이를 위반시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약사법상 문의 의무 위반의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비해 형평성이 맞지 않아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검토보고 후 이어진 대체토의에서는 약사 출신인 문희, 장복심 의원은 일제히 의심처방에 대한 문의 의무와 응대 의무 사이에 처벌 수위의 차이가 있다며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2005년 국정감사에서 김선미 의원이 지적한 사항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다. 김선미 의원은 당시 “약사법상 약사의 의심처방을 확인하도록 의무규정을 두고 있으며 이에 따르는 처벌규정도 두고 있다”고 지적하고 “의료법에는 의심처방 문의시 답변해야 한다는 규정은 있지만 이에 대한 의무규정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사가 확인을 하고 싶어도 의사의 의무규정이 없어 신속히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의무조항 신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처벌조항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지는 않았다. 다만 간호사 등 무자격자들이 대신 답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에 대해서는 처벌 조항을 신설해야 하고 의·약사간 상호 협조를 통해 의약품 사용의 안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국감 보고서에서 단순히 “의사의 의심처방 문의에 대한 의무 응대 규정 필요성 지적”으로 표현됐으며 복지부에서는 이를 그대로 받아 지난해 가을, `의무 응대 규정'과 ‘1차 위반시 경고, 2차 위반시 면허 정지’ 등 순차적 행정처분을 가하는 `처벌 조항'을 신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내용이 의료계에 알려지면서 강력히 반발했다. 결국 법안은 장향숙 의원실로 넘어갔고 오히려 처벌 내용은 ‘벌금 300만원 이하’로 강화됐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의사회 한 회원은 “약사출신 국회의원의 의사 길들이기 국정감사에 뚜렷한 근거도 없이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현실적으로 개원의들은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없으며 오히려 확인 전화를 주는 것을 고마워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문제는 대학병원의 경우에는 의사가 수술, 처치, 해외 학회 참여 등으로 인해 매번 전화를 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며 법으로 인해 이런 활동이 제약을 받는다면 더욱 큰 문제”라는 밝혔다. 처벌조항을 만든다 해도 불성실 응대를 구체적으로 입증할 방법이 없으며 얼마든지 둘러댈 수 있는데 억지로 처벌조항을 만드는 것도 지나친 확대입법이라는 주장이다.

 나아가 의사의 잘못된 응대보다 약사가 의사 처방과 관련해 잘못된 설명을 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진료를 하다보면 ‘싼 약’ ‘나쁜 약’을 처방했다는 약사의 비방행위를 간접적으로 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에 대한 처벌 조항부터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입법과 관련해 의료계에서는 “지역별 의약간 대화의 창구를 만들어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도록 한다면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라며 “무조건 처벌로 통제하려는 정부의 행태는 즉시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법안은 법안소위(강기정, 양승조, 장향숙, 김병호, 고경화, 안명옥)에 회부돼 의안을 확정한 후 다시 보복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한다. 이 법안은 다시 법사위에서 조문 내용이 다른 법안과 상충되는 것이 없는지 검토한 후 의결되면 국회 본회의에 상정, 통과시킨다.

각 과정에서는 언제든지 법안 내용을 고칠 수 있지만 보복위 법안소위에서 마련된 안은 큰 문제가 없는 한 국회 본회의까지 그대로 통과된다.

강봉훈기자 bong@doctor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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