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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선발 - 어떻게 할 것인가? <8>
학생선발 - 어떻게 할 것인가? <8>
  • 의사신문
  • 승인 2006.11.0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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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보다 적성위주 변별법 정립해야

우리나라에서 대학입시만큼 화제를 불러 모으는 주제도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고등학교 졸업자가 대학에 입학하기를 원하고 있고 그 만큼 입시경쟁도 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대학에서 어떤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가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더욱이 사람의 생명을 다루어야 할 학생을 선발하여 교육해야 하는 의과대학의 경우 학생선발 방법에 대해 그 어느 분야보다 많은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분명한 소신없이 의학 선택 많아

지금까지 대부분의 의과대학은 특별한 고민 없이 학생을 선발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의과대학은 일차적으로 성적우수생이 입학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어 우수한 학업성적의 학생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학생을 순서대로 뽑으면 되었기 때문이다. 학생들 역시 성적이 우수하다는 이유만으로 의과대학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자신이 왜 의학을 선택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소신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에게 의학을 선택한 이유를 물으면, 의사직에 대한 자신의 적성이나 소명의식보다는 경제적인 안정, 사회적 인정 등의 이유가 많다. 어떤 학생의 경우에는 성적이 우수한 이유로 부모님 또는 주위의 권고로 선택했다는 학생들도 상당수 있다. 대학에서 전공을 선택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자신의 적성이나 의사로서의 소명의식 등은 거의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며칠 전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방영되었던 어느 전공의 1년차 아내의 말이 떠오른다. “흔히 의사라 하면 사회적 지위가 높고, 높은 수입을 올리는 좋은 직업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 자식은 의사로서 헌신적인 소명의식이 있지 않는 한 의사를 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대학특성 미반영 전형법 다반사

의과대학에서는 그 동안 어떠한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하였는지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종합대학에 포함되어 있는 의과대학의 경우에는 대학본부에서 총괄적으로 학생선발을 주관하고 있기 때문에 의과대학이 자체적으로 선발방법을 연구하여 학생을 뽑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종합대학에 소속된 의과대학들의 경우 그 선발방법이 유사하고 대학의 특성을 반영하는 특별한 전형방법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의과대학이 자체적으로 학생을 선발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학생을 뽑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떤 학생을 선발하여 교육을 시킬 것인지는 대학의 매우 중요한 사명이자 책임이다. 의과대학은 대학의 이념과 목적을 바탕으로 학생선발 방법을 연구 개발해야 한다. 어떤 학생을 선발하여 교육시킬 것인가는 그 대학이 추구하는 목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의과대학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면서 학생선발을 직접 주관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됨에 따라 학생선발은 이제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의과대학 자체의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일반 학부대학을 졸업하고 의과대학 또는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을 원하는 학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는 학생의 적성, 잠재적인 능력 그리고 특히 의학을 선택한 동기 등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의 적성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선발한 경우를 살펴보자. 많은 학생들은 의학이 자신의 적성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런 부적응은 학생으로 하여금 자신감을 잃게 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더나가서는 정신적인 혼란을 가져다주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게 만드는 현상을 초래한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국가적으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의사직이 적성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는 데 적절한 투자를 한다면 이와 같은 문제는 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우리나라 의과대학에서도 학업성적 외에 심층면접, 특기사항,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여 학생선발에 적용하고 있는 추세다.

#의학입문검사 'MEET' 한계 노출

한편,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고 있는 대학들은 학생의 기본적인 사고능력, 문제해결능력 등을 일차적으로 파악하고자 의학입문검사인 MEET(Medical Education Eligibility Test)를 도입하여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검사는 외국에서도 실시하고 있는데, 미국의 MCAT(Medical College Admission Test), 호주의 GAMSAT(The Graduate Australian Medical School Admission Test) 등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검사의 특징은 특정 교과에서 얻은 지식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의학을 공부하는데 선수요건이라 할 수 있는 과학 개념 및 이론에 대한 지식과 문제해결, 비판적 사고와 작문실력을 측정하기 위한 언어추리, 작문능력 등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검사들은 의과대학 진입을 위한 조건으로 학생의 태도, 가치관, 소명의식 등을 측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 검사의 결과가 합격 또는 불합격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며, 학생이 어느 영역에서 더 우수한지에 대한 판단자료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검사의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의 적성과 인성적인 측면을 판단하기 위해 심층적인 개인면접과 집단면접, 집단생활에서의 행동관찰, 발표와 토론 능력 등 보다 다양한 학생선발 방법의 개발과 연구에 심혈을 기울인다면 좋은 인재를 개발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심층면접'다면적 평가로 좋을듯

특히 심층면접의 경우 학업성취도에서 제대로 평가 할 수 없는 가치관, 태도, 언어적 의사소통 능력, 성격, 사회성, 동기 등 한 개인을 다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다만, 심층면접을 그 목적에 맞게 실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면접관에 대한 사전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스라엘의 한 의과대학에서는 면접관을 위한 워크숍을 며칠간에 걸쳐 집중적으로 실시하여 기본적인 면담술을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면접 상황 경험을 통해 의과대학을 지원한 학생의 자질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대학은 지금부터라도 어떠한 방법이 의사직이 적성에 맞는 학생을 뽑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인지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기를 바란다. 학업성적이 우선이 아닌 다양한 선발방법을 활용하는 것은 의학을 선택하는 학생의 입장에서도 단순히 학업성적만으로는 의학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하고 자신의 적성과 능력 등을 고려하여 의학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좋은 길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사가 지녀야 할 진정한 자질에 대한 인디애나 의과대학의 토마스 이누이(Thoma Inui) 교수의 솔직한 고백을 끝으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결국, 우리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것은 우리가 가진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지식과 기술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명백하고 이타적인 가치관에 견고한 바탕을 두고 있을 때에만 그 신뢰감이 형성되는 것이다….”


 




김선 <가톨릭의대 의학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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