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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적인 슈퍼카
실용적인 슈퍼카
  • 의사신문
  • 승인 2007.01.2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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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양산차도 슈퍼카로 둔갑 가능

영화 택시 2를 보면 택시의 주인공을 따라오는 일본갱들이 타는 차들이 있다. 그 차들은 속칭 `란에보'라고 부른다. 랜서 에볼루션(lancer evolution)을 줄여서 애칭같이 `란에보'라고 부르는 것이다. 미츠비시 랜서는 우리나라의 엘란트라나 소나타 II 정도의 차라고 보면 되겠다. 이 차가 경주용으로 진화하면서 에볼루션, 일본식으로 에보라는 용어가 덧붙여진 것이다.

간단히 생각하면 슈퍼 엘란트라가 길거리를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란에보' 보다 이전에는 란치아의 경주차들이 란치아 델타(조금 큰 프라이드를 생각하면 된다)라는 작은 차의 스트라달레 에보루치오네(이탈리아어로 스트리트 에볼루션 정도로 번역) 버전이 나오면서 이 용어를 유행처럼 만들었다. 아무튼 `란에보'는 매우 인기가 있어서 몇 세대를 거듭하며 지금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보통은 200∼300마력, 더 개조하면 400마력 정도까지도 나오는 엘란트라나 아반테라는 것이 이해가 안가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이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란에보'를 세대별로 구분해서 모으기도 한다. `란에보'의 인기는 초기의 물량이 예매를 개시한 날 거의 다 소진된다.

`란에보'의 엔진은 4G63이라는 엔진 블럭을 사용한다. 물론 헤드나 다른 파트는 개선을 하긴 했지만 대회의 규정상 변경에는 엄격한 제한이 있다. 4G63은 과거에 소나타나 마르샤에 광범위하게 쓰였던 엔진이다. 베타 엔진이라고도 부르고 시리우스라고도 부른다. 지금도 우리나라 길거리에 적어도 수십만개 이상의 4G63l 굴러다니고 있다. 여기에 터보와 4륜 구동을 붙인 것이 `란에보'다. 그러니까 길가에 다니는 구형 소나타나 엘란트라들은 조금 손을 보면 4륜 구동 슈퍼카까지는 안되도 터보만 붙인다면 전륜 슈퍼카로는 둔갑할 수 있는 포텐셜이 있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란에보'를 정식으로 수입한다고 하면 기존의 엔진파츠들을 상당 수 그냥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의사신문의 독자들이 `란에보'를 몬다던가 `란에보' 비슷한 것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언제나 소수다.

실용적인 슈퍼카와 양산차 사이에는 그렇게 큰 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자동차 회사들도 이런 모델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소수 모델의 물량위주 양산의 끝은 지루하다. 어느 날 안 팔리게 되면 완전히 끝나는 것이다. 만약 모든 소비자들이 차를 2∼3년만 더 타게 되면 자동차 산업은 궤멸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 다양한 틈바구니를 채우고 합리적인 가격과 문화로 유인하는 수밖에 없다(아직은 무리한 주문이라는 것을 안다).

엘란트라와 비슷한 차를 베이스로 만든, 그러니까 차체가 거의 같은 아반테를 300마력 근처로 만들어 놓은 차. 이런 이상한 슈퍼카들 뒤에는 호모로게이션이라는 규정이 있다. 양산차 메이커들이 랠리에 양산차를 베이스로 한 차를 출전하려면 반드시 일정 대수 이상을 양산해서 팔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애초부터 스포츠카가 주력인 메이커들은 별 문제가 없겠으나 일반 차량 메이커들은 비교적 강성이 좋은 작은 차를 베이스로 개조해서 일정 대수를 생산하고 경기에 출전한다. 경기에서 성적이 좋거나 인상적인 달리기를 보여주면 호모로게이션으로 만든차의 인기는 물론이거니와 일반 양산차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다.

F1과 대등한 수준의 자동차 경기인 WRC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미츠비시가 만든 `란에보'는 1996년부터 99년까지 토미 마키넨이 4년 연속 우승했다. WRC는 트랙이 아니라 공도(도로)를 주행하는 것이다. 그 중에 그룹 A라고 하는 카테고리는 개조범위가 제한되어 있다.

연간 2500대 이상의 생산 대수가 필요하고 베이스 차량의 성능에도 제한이 있다. 그리고 그룹N이라고 하는 그룹A보다 더 개조범위가 좁아 차내의 플로어 카페트마저 벗길 수 없는 카테고리에서도 우승했다.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현재 도로를 주행하는 차들의 성능이 아주 우수하다는 것이다. 비싼 슈퍼카를 꿈꾸기 전에 현재 타고 있는 차의 능력을 잘 알고 뽑아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 수동의 소나타 II나 III가 슈퍼카에서 터보와 4륜 구동만 떼어낸 차라는 것을 화두로 꺼내 보았다.

〈안윤호 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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