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3:19 (목)
의료법 전면개정안의 문제점과 심각성
의료법 전면개정안의 문제점과 심각성
  • 의사신문
  • 승인 2007.01.24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영우 <강동구의사회 회장>

▲ 박영우 회장
의료법은 1951. 9. 25 국민의료법으로 제정되었으며 1962. 3. 20 전면 개정되면서 현재의 의료법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그 후 기본적으로는 1962년 전면개정 의료법의 틀이 유지되었으며 지금까지 30여차례 개정되어왔다.

그러나 이번 전면개정은 1973. 2. 16 법률 제2533호 전면개정 이후 실질적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본다.

이처럼 이번 의료법 전면개정은 약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으로, 그 중요성이 이 지대한데 비해 일반회원들의 관심은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이러한 점은 독점적 행정권력의 주도 하에 계획되어 지금까지 9차에 걸친 밀실작업이 진행됐다(의료법 전면개정을 위한 의료법 개정 실무작업반을 구성하여 단지 각 단체 대표의 입장을 듣고 형식적인 토론과정을 거친 후 일방 결정하고 있음). 그러나 회원의 권리·의무에 관계되는 중요한 의료법이 정작 일반회원들은 소외된 채 추진되어 왔으며 의료인·의료기관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중차대한 의료법(제1조에 현행의료법이 국민의료에 관한 법인데 반해 개정법안은 의료인·의료기관에 관한 사항으로 규정함으로써 그 목적이 이들에 대한 규제·통제·처벌에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이 소리 없이 개악되어 이제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다.

이에 의료인들의 관심을 촉구하며 문제점과 심각성을 알아보고자 한다.

#의사 '투약권' 의도적 배제

개정안의 중요한 독소조항들 1. 제4조 의료행위의 정의 - 의사의 `투약권' 삭제 그동안 의료법에는 의료행위의 정의가 별도 규정되어 있지 않았고 다만 무면허 의료행위의 처벌을 위해서는 대법원의 판례의 해석에 의해 왔다.

대법원 판례는 1978. 5. 9 선고 77도2191판결에서 처음으로 기존의 정형적인 의료행위의 개념 이외에 비정형적인 부분 즉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포함함으로써 이후 대법원 판례는 거의 일관되게 같은 개념 정의를 하고 있다. 즉 의료행위라 함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검안·처방·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2002다 48443판결, 2005. 8. 19. 선고 2005도 4102판결,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4도 3405판결 등).

문제는 개정안에는 의료행위의 정의를 신설하면서(제4조) `투약'을 의료행위의 정의에서 삭제함으로써 의사의 고유권한인 투약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의료행위의 특성에 비추어 투약행위는 당연히 의료행위에 포함되는 것이며 현행 약사법에도(약사법 제21조 제5항) 약사법상 의사도 직접 조제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하고 있어 의사의 투약권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2003년 9월 22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첫날 한나라당 김찬우 의원은 `의사의 조제 및 투약행위가 의료행위에 포함된다'며 복지부에 명확한 답변을 요구한데 대해 복지부는 “현행법상 판례 및 복지부 유권해석을 한 결과 투약행위와 조제행위는 의료행위로 판단된다”고 밝힌바 있다.

환자 상태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의사의 투약행위가 의료행위임은 당연한 의사의 권리이며 만약 개정안에 투약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향후 의사가 주사제를 사용하는 것도 불법화될 수 있음을 알아야하며 이 문제는 자칫 제2의 의약분업 사태를 야기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임을 유념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투약권은 -비록 의약분업으로 약사에게 조제 및 판매를 맡겼더라도- 어떠한 경우에도 의사만이 가질 수 있는 의료행위이다.

2. 제30조 보수교육 의무 개정안은 `의료인은 자질 향상을 위해 보수교육을 받아야하며 의료인은 면허를 받은 날로부터 매 10년마다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별도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료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학문이므로 기존 의료인들이 직업 수행과정에서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하여야 하고, 노력을 하여야 극심한 경쟁체제 하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 현재 많은 학회의 교육과정에 참여하여 도태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노력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빌미로 소위 `면허 갱신제'(면허 재교부제)로 하여 의료인을 구속하고 법률로서 강제하려는 저의는 아무리 선의로 해석한다 하더라도 위헌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전세계적으로 전문가 집단의 면허를 재교부하는 경우는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타 어떤 전문직종에서도 보수교육과 관계되는 법률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이 문제는 헌법 제15조의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권을 침해하게 되고 헌법 제37조 제2항의 국가의 안전 보장·질서 유지 및 공공복리와도 무관하며, 의료인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을 침해할 수 있는 것으로 비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무엇보다도 의사면허제도를 도구화하여 의료계를 조종·통제하기 위해 의료법을 개정하여서는 안된다.

3. 제122조 유사 의료행위 개정안에는 `의료인이 아닌 자가 행하여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제5조(무면허 의료행위 금지)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유사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유사 의료행위를 기존 의료법에 명시된 접골사, 침사, 구사를 개정안 제121조에 명시하면서 별도 제122조에 `유사 의료행위자'를 인정함으로써 이 법이 통과되면 앞으로 피부미용사는 물론이고 각종 의료기사의 독립의료행위 특히 카이로프랙틱 시술이 허용될 가능성이 많다(2006.10 김춘진 의원이 카이로프랙틱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을 위한 개정안 발의 한 바 있음).

이는 결국 각종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할 위험이 높을 뿐 아니라, 무면허 의료행위의 폐해를 막고 의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의사가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공중위생에 대해 현실적·구체적 위해를 가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그러한 위해를 발생케 할 우려'가 있으면 규제의 대상된다고 하는 대법원 판례와 배치되는 것이다.

#보수교육 규정등 삭제해야

4. 제6조 표준 진료지침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장관은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질환별 의료행위의 방법, 절차 등에 관한 표준 진료지침을 정하여 고시하도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도 요양급여의 방법, 절차, 범위, 상한 등의 기준을 보건복지부장관에 일임하여 백지위임의 형태로 철저히 규격화하고 있는 실정인데도 의료의 다양성, 유연성을 무시한 채 법률로 정하여 규제·통제를 고시한다면 의료의 자율권이나 재량은 더욱 없어지고 보다 합법적으로 의료를 옥죄울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지침을 법률로 신설하려는 의도는 그동안 의료를 통제하던 수많은 각종고시가 위법성을 내포하고 있었는바 이는 보건복지부장관의 백지위임 형태로서 위임입법의 한계의 원칙 위배, 진료기준의 강제규정에 대한 법률유보의 원칙 위배 등 논란이 된 많은 법률적인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진료행위의 주체인 의사의 전문성을 배제하고 획일적인 기준에 의해 강제되고 있는 현행 통제수단을 합법화 하기 위한 의료법 조항은 반드시 삭제되어야 한다.

5. 제40조 간호사 업무 개정안은 간호사의 업무 중에서 `간호진단'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현행 의료법 간호사의 임무는 `진료의 보조'가 주 임무임에도 간호사가 진단의 주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행 의료법 제2조 제2항 제5호에는 `간호사는 요양상의 간호 또는 진료의 보조를 임무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사의 진료보조라는 본래의 업무 영역을 일탈하여, 노인 수발 보장제도에 편승하여 간호사법 추진에 따른 전문간호사가 독자적인 판단 하에 간호업무는 물론 진단 및 일차 의료를 담당할 수 있게 시도하고 있다.

법적으로도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에 있어 수직적 분업을 설정하고 있으며 간호사는 의사의 책임 하에 의료행위를 하는 보조자에 불과하고 의사는 간호사를 지도·감독할 주의의무를 가진다'(대법원 1998. 2. 27. 선고97도 2812판결)라고 규정하고 있어 `간호진단'은 반드시 삭제하여야할 조항이다.

6. 제24조 기록 열람 개정안에는 `기록 열람의 단서조항을 신설하여 환자치료상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국민건강보험법 제13조, 제43조, 제56조 등에 따른 급여비용 심사 지급, 사후관리, 요양급여적정성 평가를 위해 공단이나 심사평가원에 기록 일체를 제공하도록 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고 하여 공단이나 심평원 직원이 이 조항을 터 잡아 과거와 같이 의료기관 현지방문·조사를 할 수 있고 자료제출을 요구할 경우 거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법 제84조와 의료급여법 제32조 제2항이 복지부장관의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부당한 조항의 신설은 부당청구를 빌미로 환수나 실사 등에 있어 우월적 지위를 공단에 다시 되돌려줄 수 있게 되고 의료계에 갖가지 압박을 쉽게 행사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특히 연말정산 증빙 자료제출에 있어 합법화 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독점적이며 탐욕적인 행정권력이 의료 식민지화의 완성을 위한 결정판을 이룰 독소조항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의료법 개정에 모든회원 관심을

의료를 살리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바람직한 의료법 개정은 의료체계에 자율성을 보장하고 의료인의 직업적 자긍심을 부여하여야 하며, 새로운 의료환경을 위해 불필요하고 과도한 행정규제를 없애고 새로운 의료환경에 맞는 의료법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의료법은 의료인 뿐 아니라 국민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률로서 의료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통제는 결국 의료발전을 저해하여 국가적 손실을 가져올 것이며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번에 논의된 개정 의료법은 황폐화된 의료를 살려야 한다는 목적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의료를 옥죄며 강제하고 있고, 많은 부당한 독소조항을 신설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많은 부당한 조항은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은 국민건강보험법과 함께 의료를 규제·통제·처벌 위주로 구성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독점적 행정권력의 과도한 간섭이 있어 왔고 의료 황폐화의 원인이 되어 왔다.

이번 의료법 개정에 하나의 독소조항만 추가된다 해도 의료인은 그로 인하여 많은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실질적으로 입게 된다. 그러므로 이번 행정권력의 일방적인 의료법 개정은 많은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모든 의료인은 의권수호를 위해 이번 의료법 개정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결국 이번 의료법은 `개정'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본다. 개악된 한가지 조항만으로도 의료는 오랜세월 많은 고통을 받을 것이다.

의료인이여! 눈을 들어 먼 산을 보라.

박영우 <강동구의사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