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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권말살정책' '의사노예법' 비난 들끓어
'의권말살정책' '의사노예법' 비난 들끓어
  • 권미혜 기자
  • 승인 2007.01.24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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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부 성토장 된 '의료법 전면 개정 대토론회'

당초 예상대로 의료법 전면 개정 대토론회는 `짜깁기, 누더기 시안'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과 복지부 관료를 향한 거센 퇴장 요구 등 난상기류로 얼룩졌다.

`무효화'를 주장하는 일부 강경파 회원들은 “모든 책임은 보건복지부에 있다”고 선언, 조만간 의료계에 드리워질 먹구름을 예고했다.

난항을 겪는 의료법 전면 개정과 함께 하위 보건복지부령에 대한 강한 우려도 제기되면서 앞으로 의정간 정면 대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토론회는 “공청회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주무당국자의 퇴장을 요구하는 일부 회원들의 과격 발언과 거센 항의로 결국 임종규 보건복지부 의료정책팀장이 퇴장한 가운데 열렸다.

이로써 이번 토론회는 의료법 전면개정을 놓고 향후 의정간 대격돌을 예고하는 대정부 투쟁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0일 오후 4시 3층 동아홀에서 `바람직한 의료법 전면 개정 방향과 과제'에 관한 대토론회를 열고 의료법 전면개정에 관한 경과보고 및 의견수렴의 장을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는 주제발표자로 참석한 복지부 주무팀장의 퇴장을 요구하는 한국의사회 소속 회원들의 강한 반발과 소란으로 초반 난항을 겪었다.

토론회에 앞서 한국의사회 박정하 대표를 비롯한 일부 회원들은 마이크를 잡은 채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참석하면 공청회 형태가 된다”고 복지부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표출했다. 이어 “우리 회원들끼리 의견을 취합하는 대토론회를 개최해야 한다”며 복지부 담당관의 퇴장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 같은 토론회장의 험악한 분위기에 떠밀려 임종규 팀장 일행은 즉시 토론회장을 떠났다. 의협은 당초 대언론 비공개 회의를 요구하는 보건복지부 주무팀장의 제안을 수락, 회원에 한해 출입을 허용하면서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막았었다.

임종규 팀장 일행이 떠난 뒤 다시 회의 주도권을 잡은 경만호 위원장은 5분간 정회를 선언, 소란했던 토론회장의 분위기를 수습하고 의료법 전면개정에 대한 경과보고를 가졌다.

#"주무당국자 퇴장하라" 불신 표출



이어 현두륜 변호사(대외법률사무소)는 주제발표에서 개정안의 주 내용과 평가 결과를 설명했다. 현 변호사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의료법 개정안은 그 내용이 워낙 방대하여 이 자리에서 모든 내용을 일일이 검토하고, 토론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의료법 개정안의 핵심내용을 중심으로 그 내용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여부를 설명했다.

현 변호사는 개정안 평가와 관련,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그 형식에서 뿐만아니라 실질적인 내용에 있어서도 상당한 변화가 있다”며 “그러나 문제는 그 내용”이라고 내용상의 큰 오류를 시사했다. 또 “같은 의료계내에서도 직역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직역 내에서도 위치에 따라 입장이 서로 다르다”고 꼬집은 뒤 “이러한 입장 차이는 결국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입장사이에서 절충점을 찾기는 매우 곤란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는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 완화'와 관련, “이종 의료인간의 의료기관 공동 개설이나 고용을 허용한 점, 진료기록부 상세 작성에 관한 기준을 하위법령에 두도록 한 점,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한 점, 환자유인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점 등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보건복지부장관이 주도하는 표준진료지침 제정이나 신의료기술 평가절차는 의료인의 자율권과 학문의 자유를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료광고에 대한 불명확한 규정과 사전심의제도는 의료기관의 영업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할 우려가 있어 개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표준진료지침은 자율권 제한 규정"



유사의료행위에 대한 허용과 관련, “이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할 우려가 있어 이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료인의 결격사유 중에서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않은 자'를 삭제한 것은, 의료인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의료인의 품위를 저하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불합리한 제도 개선 측면과 관련, 현 변호사는 “방사선 필름과 같이 사본을 교부하기 어려워서 환자에게 원본을 교부할 경우 원본 교부 의무를 면제한 점, 1인의 의료인이 진료기록부를 작성할 경우 서명을 필요로 하지 아니한 점, 의료인의 보수교육을 강화한 점 환자 본인이외의 자에게 처방전을 대신 발급해 줄 수 있다는 예외규정을 둔 점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의 의료현실과 부합되지 않은 부정적인 평가도 따랐다. 태아 성감별 행위에 대한 엄격한 제한 규정을 존치시킨 점, 간호사와 의료기사와의 업무범위 충돌에 관한 입법적인 해결이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간호조무사의 진료보조행위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점, 당직의료인의 의무배치 규정 등은 의료현실과 전혀 부합되지 않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김준우 변호사(법무법인 대륙)는 `바람직한 의료법 전면 개정 방향과 개정'에 대한 지정토론에서 의료인에 대한 징계의 자율성 확보, 유인·알선 등 금지, 비전속 진료 등은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특히 제69조 `당직의료인'과 관련, “현재 의원급 진료기관에서 입원실을 운영하면서 응급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필요성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현재 의원급 진료기관의 재정상 당직의료인을 보건복지부가 정하는 수준으로 요건을 맞추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고 단언했다. 또한 “경우에 따라 의원급 진료기관의 입원실만을 폐쇄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진료기관 자체를 폐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렇게 될 경우, 국민의 의료기관 접근권은 약화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당직의료인 제도는 경과 규정을 두거나,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경우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원점부터 재논의하자" 강력 촉구



김세헌 원장(성모가정의학과의원)은 지정토론에서 “의사가 주체가 되어 국민들에게 위해가 되는 법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모든 법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에서 기준과 원칙, 적용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의료법 전면 개정에 대한 회의론을 전했다.

이동모 교수(포천중문의대)는 보건복지부 의정국장을 역임했던 경험에 비추어 “의료계는 이번 의료법 전면 개정을 포함, 모든 사안에 걸쳐 보다 적극적인 의견 개진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결국 의협이 손해를 본다”고 이해를 촉구했다. 이어 “만일 개악의 요소가 한 가지라도 있다면 의료법 전면 개정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 뒤 개악의 대표적인 사례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윤창겸 경기도의사회장은 “이번 의료법 전면 개정과정은 의권말살정책으로 보인다”며 불합리한 의료법 전면 개정을 강행하는 보건복지부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박정하 한국의사회 대표(상계보람신경외과의원장)는 지정토론에서 의료인 보수교육과 면허갱신제도의 개연성 여부를 따져 물었다. 또한 “의료법이 아닌 `의사노예법'으로 간다면 의료법 개정안이 원점 논의되어야 마땅하다”고 강하게 밀어부쳤다.

#'토론회냐, 공청회냐' 놓고 격론



“공청회냐, 토론회냐.” 의료법 전면 개정 토론회에서는 이에 대한 정의 규정을 놓고 격렬한 공방이 오갔다.

한국의사회와 민주의사회 소속 일부 진보성향의 회원들은 이날 토론회장에서 “모임의 성격과 규정을 분명히 하자”며 시종 민감하게 반응, 토론회장을 초긴장국면으로 이끌고 갔다.

의료법 전면 개정을 강행하는 보건복지부가 토론회를 공청회로 악용, 공론화과정을 거쳐 이를 합법화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혹 때문이다.

이 같은 거센 항의가 거듭되자 토론회장은 험악하고 살벌한 분위기로 변해갔다. 이들은 먼저 “이 자리가 공청회 자리인가, 아닌가”라는 원칙론적 질의를 퍼부은 뒤 “그 성격을 분명히 규정하고 넘어가자”며 주최측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이같은 문제 제기는 토론회에 앞서, 또한 주제발표 직후에도 수차례 쏟아졌다. 이들은 현두륜 변호사가 발표과정에서 잘못 언급한 `공청회'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공청회'라는 발언을 취소하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같은 극도의 대치 상황은 현 변호사가 결국 “취소한다”는 발언 후 마무리됐다.

경만호 의협 의료법 특별대책위원장은 이에 “공청회는 입법에 앞서 보건복지부가 주최하는 자리”라며 “이 자리는 분명 의협이 주최하는 토론회”라고 일부 오해에서 비롯된 혼란을 재빨리 수습했다.

#각구회장 '플로어' 활약 뛰어나



의료법 전면 개정에 관한 토론회장의 열기는 지정토론을 마친 뒤 플로어 발언으로 이어졌다.

특히 고상덕 회장을 비롯한 서울시 각구의사회장들의 `플로어' 활약은 논리적이며, 체계적인 논거로 단연 돋보였다. 각 구회장들은 발언을 통해 의료사회주의를 철저히 경계하는 자세를 견지, 이번 개정작업에 냉철한 접근과 전략을 요구했다.

우선 고상덕 금천구의사회장은 “의료계는 이번 의료법 전면 개정안 추진과정에 냉철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의약분업의 최대 수혜자인 약사 역시 이번 의료법 전면 개정에서 의료인에 준하는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고 세부안을 내놓았다.

우봉식 노원구의사회장은 “정부가 많은 권력을 가지면 가질수록 사회주의 국가로 간다”며 “우리 정부는 모든 것을 통제·감독·관할하는 큰 정부로 역행하고 있다”고 우려한 뒤 입법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시의 적절하게 대처해 나가자고 역설했다.

특히 “재활기관에 전속된 한방재활의학전문의가 그간 단 한번도 관련 법에 규정된 적은 없었다”며 “이번 의료법 모법에 규정한 것은 도리어 국민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행태”라고 잘라 말했다.

박영우 강동구의사회장은 “이번 의료법 전면 개정과정에서 의료인에게 큰 피해를 주는 지나친 행정규제와 처분 등 과중한 독소 조항을 완화 내지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허위 부당청구 등에 대한 개념도 없이 이를 일률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중복 처분 문제를 유발한다”며 이에 대한 시정을 촉구했다.

민주의사회 조행식 회장(인천 조치항외과)도 플로어 발언을 통해 “개악으로 간다면 개정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며 “현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외에도 플로어 의견으로 기존의 범위를 축소한 의료법 1조의 위상 하락, 투약 등 건강증진에 관한 사항, 개정안 30조 2항의 보수교육 관련 논란 등이 집중 다뤄졌다.

#'개악 반대 투쟁 선언' 요구도



“의료법 개정안은 의사 노예화법이며, 전면 무효다.” 이날 토론회장에서 의협 평회원을 자처하는 일부 회원들은 `의료법 전면 개정에 대한 평회원의 결의사항'을 통해 “의료법 개악을 절대 반대하는 투쟁을 선언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토론회장을 압박했다.

이들은 결의사항을 통해 “그동안 비밀리에 진행되었던 의료법 개정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현재까지 논의된 의료법 개정안의 무효화를 선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대로 된 의료법 개정 방향에 대한 평회원의 요구를 밝힌다”며 5개항의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들은 그동안 의료법 전면 개정에 대한 논의는 무효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법이 아니라 보건복지부법, 아니 의사 노예화법이라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다”고 전제, “무효화 책임은 비밀리에 진행한 보건복지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료법 개정 논의는 원점에서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개정 논의 위원회 구성도 의료법에 대한 개정논의로 의료계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 지지 않을 경우, 의료법 개정 논의에 의료계는 불참할 것을 선언하라”고 주장했다. 의료법 개정 논의 지연으로 인해 초래되는 문제점은 요구 수용을 거부한 측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명시했다.

또한 의료법 개정 논의 위원회 구성과 관련, 의료계(의협 1인, 의학회 1인, 개원의 1인, 전공의 1인, 병협 1인) 치의계 1인, 한의계 1인, 그리고 보건복지부 1인, 건강보험공단 1인,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 각각 추천 1인씩, 법조계 1인 등 12인으로 정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 요구사항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의 밀실 행정을 통한 의료법 개정 행태를 중단하고, 향후 있을 모든 개정과정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에대해 경만호 위원장은 “의료법 전면 개정 사안을 놓고 그간 각 직역별 다양한 수렴해 왔다”며 “결코 비밀리에 진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권미혜기자 trust@doctor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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