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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의 선행
살롱 /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의 선행
  • 의사신문
  • 승인 2007.01.1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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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 · 설 · 밀 · 솔과 18년전 아름다운 약속 지켜

18년 만에 아름다운 약속이 성사됐다. 18년 전, 하마터면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지도 모를 4명의 `딸 쌍둥이'. 산모는 작은 병원에서 양수가 터진 상태에서, 인큐베이터가 있는 큰 병원을 겨우 찾아 제왕절개수술을 받았다. 70만분의 1이라는 희귀한 네쌍둥이. 처음 시술하는 의료진의 손은 떨렸으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병원 이사장은 무사히 태어난 네쌍둥이의 집안이 어려운 것을 알고 분만 입원비와 치료비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이사장은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입학등록금을 대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네 아이가 올해 모두 대학생이 되었다.

지난 10일 인천광역시 구월동 가천의과학대 길병원.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당시 길의료재단 이사장)이 18년 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황슬 황설 황밀 황솔 네 자매를 맞았다. 올 입시에서 첫째 슬과 넷째 솔은 수원여자대학 간호학과에 수시 입학했다. 둘째 설과 셋째 밀은 강릉영동대학 간호학과에 수시입학 한 것.

이 회장은 약속대로 입학등록금과 함께, 네 벌의 태권도 도복을 생일선물로 주었다. 네 아이는 튼튼하게 자라 똑같이 태권도 공인 4단의 유단자. 공교롭게도 다음 날인 11일이 이들의 생일이라, 도복이야 말로 특별한 선물이 되었다. “열심히 공부하면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뽑겠다”는 이 이사장의 `조건부' 취업약속도 받았다.

이들은 1989년 1월 11일 오후 9시15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길병원(현 가천의과학대 길병원) 신생아실에서 차례로 태어났다. 네쌍둥이 출생 자체는 아주 드문 경우다. 당시 진통을 시작하고 양수가 터진 뒤 산모와 가족들은 출생 2시간 전에야 길병원의 문을 두드려야 했다.

이길여 당시 길의료재단 이사장은 당황한 의료진으로부터 “진료기록도 없이 급박한 산모만 왔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어 산모와 네 쌍둥이가 건강하게 출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동시에 산부인과 전문의로서의 경험을 전해주었다. 의료진의 정성스런 치료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된 4쌍둥이는 모두 건강했고 산모의 건강도 점차 좋아졌다.

대학진학시 입학등록금 주기로 약속 건강히 자란 네쌍둥이에 특별한 선물



그러나 당시 강원도 삼척에서 광부로 일하던 아버지 황영천씨(54)와 어머니 이봉심(54)씨의 즐거움도 잠시였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당장의 병원비는 물론 4쌍둥이를 키우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길여 이사장은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모든 병원비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산모와 신생아들을 찾은 이길여 이사장은 이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대학입학금과 장학금을 주기로 약속하고 건강하게 자라주기를 기원했다.

우여곡절 끝에 태어난 4쌍둥이는 한글 이름 주창자인 배우리 박사로부터 슬, 설, 솔, 밀이라는 이름을 갖고 성장했다. 어엿한 숙녀로 자라난 이들은 올해 대학에 진학하게 됐다. 이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4쌍둥이인 매란국죽양과 자매결연도 맺었다. 이들 4명은 중, 고등학교 재학시절 반장 자리를 놓친 적이 없으며 각종 태권도 대회에 출전해 상을 받을 정도로 잘 자라주었다.

이들은 올해 대학 입시 수시모집에 모두 합격해 간호사의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문제는 입학금과 등록금 걱정. 어머니 이봉심씨는 경기도 용인에 거주했지만 출생당시 이길여 이사장에게 많은 혜택을 받은 터라 선뜻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지난해 9월 이길여 회장은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4쌍둥이와 찍은 사진을 보게 되었고 이들과의 약속을 잊지 않고 직원을 시켜 거주지를 알아보도록 지시했다. 강원도 삼척을 거쳐 인천과 경기도 여러 곳을 이사한 이들 쌍둥이 가족을 어렵게 찾아내 18년 전의 약속을 지키고 입학금과 올해 두 학기 등록금을 전액 장학금으로 주기로 했다.권미혜기자 trust@doctor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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