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0:45 (금)
"재소자 사회적 편견 해소 일익 보람"
"재소자 사회적 편견 해소 일익 보람"
  • 의사신문
  • 승인 2007.01.17 14: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소자 문신제거사업' 펼치는 국립의료원 박미연 과장

사회를 향한 공익차원의 아름다운 발걸음이다. 신년벽두에 `재소자를 위한 문신제거사업'이 신선한 화제를 낳고 있다. 수감 중인 재소자들을 위한 공익차원의 사회적 배려인 셈이다. 문신으로 인한 사회적 편견을 줄이고, 재소자들의 원활한 사회복귀를 지원하기 위한 국가중앙병원의 사업이 돋보이는 이유다.

국가 공공의료의 중추인 국립의료원(원장·강재규)이 최근 교도소의 재소자 문신제거사업에 적극 나서면서 국가공공병원으로서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그 봉사의 중심에 박미연 과장(피부과)이 있다. 재소자를 위한 문신제거사업, 사실상 그 누구도 꺼려하는 일이 아니던가.

#수감자 위한 공익차원 사회적 배려

퍽이나 특이한 `만남'이다. 지난해 11월, 국립의료원 의료진은 영등포교도소의 재소자 8명과 만났다. 의료진은 개인면담을 거쳐 재소자의 온 몸에 요란하게 치장된 문신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갔다. 수차례에 걸친 시술 후 해당 신체부위가 깨끗해지자 제소자들로부터 환호가 터져 나왔다. 자신에게 덧씌워진 죄의 사슬과도 같이 결코 깨끗이 씻을 수 없다고 느껴졌던 문신이었다. 재소자들은 의료진의 정성어린 시술로 문신이 제거되고 깨끗한 피부가 드러나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교도소 문신제거사업의 현장은 이렇듯 늘 진한 감동이 살아있다.

“이 사업을 통해 재소자의 각종 문신 제거 및 재활에 장애가 되는 피부질환의 개선을 도와주면서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편견을 줄이는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회 재활을 돕기 위해 피부과 의료진을 비롯, 교도소 내 보건의료과의 협조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박미연 과장은 이 사업이 교도소 등에 수감된 재소자의 출소후 사회복귀과정에서 사회재활에 기여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현재 국내 교도소, 구치소 및 소년원 등에 수감되어 있는 재소자들 사이에서 문신은 거의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문신은 사회적 편견으로 자칫 수감생활 후 복귀한 정상적인 사회활동 및 재활에 심각한 장애를 줄 수 있습니다.”

박 과장은 “교도소, 구치소 및 소년원 등에 수감된 재소자의 각종 문신들은 사회적인 편견과 불이익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사회로의 원활한 복귀에 걸림돌이 된다”고 문신제거사업의 취지를 전했다. 그는 “문신이 있는 재소자들에게 문신제거 시술을 시행한다면 재소자들의 사회복귀 및 재활에 긍정적인 효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희망자에 1년 2회이상 방문진료

현재 교도소, 구치소 및 소년원 등에 수감된 재소자들의 문신 현황에 대해서는 정확한 자료가 전무한 실정이다. 하지만 대략 일반인들에 비해 그 수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이들 문신이 있는 재소자들의 경우, 문신으로 인한 사회적 편견으로 일반활동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이로인한 사회 적응과 재활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재소자들은 문신을 제거하고 싶어도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재소자의 경우, 교도소와 구치소를 벗어난 의료기관에서의 문신제거 시술은 방법과 비용면에서 큰 제한이 있습니다. 특히 재소자 관리에 대한 어려움으로 인해 외부 기관에서의 문신제거 시술은 현실적으로 더 더욱 어려운 실정입니다.”

박 과장은 지난해 영등포 교도소 재소자 8명을 대상으로 문신제거 사업을 시작한 이래 올들어 서울과 수도권 지역 내에 있는 교도소와 구치소 9곳을 추가로 선정, 문신제거사업을 펼치게 된다. 문신 제거를 희망하는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1년에 2회 이상 방문 진료로 문신 제거 사업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문신 제거의 경우 반복적인 시술이 필수적이므로 한번 방문했던 교도소나 구치소의 경우 3∼4개월 후에 다시 방문 하여 이전에 치료 했던 재소자의 남아 있는 문신을 제거하게 됩니다. 동시에 새로운 문신제거 희망자에게 추가로 문신 제거를 시행할 계획입니다.”

박 과장은 “수감 재소자들은 수감생활 후 사회 복귀 시 문신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장벽을 느끼곤 한다”며 “이 때문에 재소자들은 문신 제거를 희망하고 있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대변했다. 하지만 문신제거를 위해서는 고가의 레이저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재소자들에게는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 상당수 재소자들은 화공약품을 이용, 스스로 문신 제거를 여러차례 시도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스로 잘못된 제거시도로 흉터 커

국립의료원 피부과를 방문, 문신제거를 시행한 재소자 중 약 절반정도에서도 이러한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된 문신 제거 시도로 인한 흉터도 크게 남아 있다.

“재소자들의 문신제거에 대한 욕구는 사실상 일반인들이 생각하고 있는 수준보다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마도 사회적인 편견이 재소자들로 하여금 이런 행동을 유도하게 끔 만드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문신 제거 시 국소 마취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통증을 감내해야 합니다. 하지만 재소자들 대부분은 문신제거에 따른 통증보다는 문신 제거에 대한 의지가 더 강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박 과장은 “결국 문신 자체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로 인한 사회 활동의 제약이 이들에게 문신제거에 대한 강한 욕구를 불러 일으킨 듯 하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재소자들에게서 문신 제거 후 만족도는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시술 후 아직 남아있는 문신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국립의료원이 시행하는 문신제거 사업은 복역하고 있는 재소자나, 곧 출소할 재소자들뿐 아니라 장기수까지 크게 환영하고 있는 분위기다. 재소자들에 대한 뿌리깊은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고, 사회복귀를 위한 재활 차원에서도 문신제거사업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에따라 재소자에 대한 문신제거 사업은 공공의료의 실현이라는 본질적인 면에서도 그 의의를 더하고 있다. 국립의료원은 이외에도 북한이탈주민진료센터 운영 등 공공의료의 구심체로 위상을 확고히 다져가고 있다.

“대략 희망 재소자들 개개인에 있어서 3∼4개월 간격으로 최소 3∼5회 이상의 시술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10개소의 교도소 및 구치소에서 문신 제거 희망자 총 95명을 대상으로 시행할 계획입니다.”

대부분의 교도소 및 구치소 재소자들은 오랜 수감생활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문신에 대해서도 일반인들이 생각하고 있는 그 이상으로 의식하고 있는 편이다. 이로 인해 전반적으로 사회적 이질감을 절감하고 있다고 한다.

#정성어린 손길로 희망찬 삶 인도

“물론 단숨에 이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이 바뀌기는 힘들겠지요. 하지만 의료인에게 있어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들 역시 치료되어야 할 그리고 치료 가능한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올들어 박미연 과장은 봉사사업의 행보를 더욱 재촉하고 있다. 앞으로 서울시와 수도권의 교도소, 구치소 및 소년원 등에 수감된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문신제거사업을 보다 확대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박 과장은 이들 중 형기를 마치고 사회에 복귀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1∼3개월 단위로 문신제거사업을 전개해 나가게 된다. 박 과장의 정성어린 손길을 통해 교도소, 구치소 및 소년원 재소자들은 밝은 새 삶과 희망을 되찾고 있다. 과거의 죄를 용서받듯, 문신의 흔적을 깨끗이 지우고 건강사회의 일원으로서 희망찬 삶을 살게 되리라. 권미혜기자 trust@doctorstimes.com







박미연 <국립의료원 과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