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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투자' 전략은 공수표 남발 전략
'건강투자' 전략은 공수표 남발 전략
  • 강봉훈 기자
  • 승인 2007.01.16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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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정부 발표에 반발

“이것은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무분별한 선심성 정책의 남발에 불과한 것입니다”

의료계는 재정 확보 곤란, 진료규제 강화 가능성을 이유로 정부의 ‘건강 투자’ 전략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강력히 피력했다.

우선 엄청난 비용 마련을 위한 방안이 마련돼 있지 못하며 적절한 검사 등을 이유로 오히려 진료에 대한 규제만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2010년까지 약 1조원 내외의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했다. 특히 내년부터는 임신과 출산 분야에서만 연간 1000억원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사업에 대한 재원 확보 방안으로 건강증진기금, 공공의료계획 변경, 일반회계, 건강보험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그 실현 가능성이 보이는 것이 없다.

건강증진기금 확충은 지난해 담배값 인상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무산됐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통과된 ‘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에 따라 각종 예방 접종을 민간의료기관에서 무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던 것도 예산 삭감으로 무산됐다. 특히 담배값은 무제한 인상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이미 수차례에 걸친 인상으로 흡연자들의 인상에 대한 반발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면서 건강증진기금을 예산으로 삼겠다는 것은 매우 황당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정부에서 밝힌 공공의료계획 변경에도 예산을 만들어 내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 제시한 공공의료계획은 지난 2005년 제시된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과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 등이다. 2005년 당시 복지부는 공공보건의료 확충 종합대책을 위해 2009년까지 5년간 4조3000억원의 재원을 마련, △공공보건의료체계 개편 △저출산‧고령사회 대비 공공보건의료 역할‧투자 확대 △예방중심의 질병관리체계 확립 △필수보건의료 안전망 확충 등을 추진했다. 또 2006년부터 2010년까지 3조4000억원을 들여 건강생활실천 확산과 예방중심 건강관리 등의 사업을 계획했었다. 이 부분 가운데에서 새로 제시된 전략과 일치하는 부분을 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 전용 가능한 예산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재원이 부족하기는 건강보험 재정도 마찬가지. 복지부는 지난해 각종 선심성 보장성 강화로 건강보험 재정을 빨간불로 돌려놓았다. 결국 이는 최소한의 의료수가 인상으로 이어졌으며 연말 수가 인상과정에서 올 한해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가 예상된 긴축재정의 필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이를 위해 △경증 질환에 대한 본인부담제 개선 △약제비 적정화 등 지출구조 효율화 △보장성 강화 계획 조정 등을 내세운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해 다른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은 결국 하석상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일반회계는 복지부 전체 예산을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올해 1조5716억원이 인상됐다. 하지만 새로운 사업은 인상분 가운데 16%를 이 사업만을 위해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예산안은 빽빽이 쓰일 곳이 정해진 채 국회를 통과한 상황이어서 이번 사업을 위해 융통 가능한 부분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료계에서 이번 발표와 관련해서 염려하는 부분은 재원 마련뿐이 아니다. 무엇보다 시민을 대상으로 지원이 강화되면 무분별한 의료이용 증가가 염려될 것이고 이에 따라 오히려 각종 의료 규제를 강화해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는 임신 주기에 따라 산전진찰, 초음파, 기형검사 등 시기별 필수 의료서비스를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희망 의료기관에서 무상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산모에게 모든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고 결국 재정 절감 등을 이유로 다양한 제한이 가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오히려 이것이 의료의 위축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또 이런 서비스가 완전히 별도의 재원에서 지원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 건강보험에서 지원된다면 결국 내년 수가 인상에서는 보나마나 뻔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그에 대한 부담은 결국 의사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주장이 지지를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부인과의사회 손종우 공보이사는 “어마어마한 재원을 바탕으로 한 정부 발표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 연말, 선심성 정책 남발로 건강보험 적자가 예상되자 올해 수가 인상시에는 이 부분에 대한 조절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다시 연초에 무엇을 근거로 이런 재원을 조달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보험에서 여러 가지 부가 서비스 비용을 다 지불하겠다고 하면 결국 이 부분에 대해 각종 지침이 마련되고 다양한 규제가 의사의 진료 범위를 축소시킬 것이 뻔하다”며 “우선 재원 먼저 마련하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라고 지적했다.

강봉훈기자 bong@doctor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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