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15:39 (목)
피부, 사랑하세요?
피부, 사랑하세요?
  • 의사신문
  • 승인 2007.01.15 16: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는 참 못생긴 손을 가졌다. 그게 마음에 안 들어서, 누군가와 얘기할 때에는 주먹을 꼭 쥐고 손을 테이블 아래로, 주머니 안으로, 숨기는 버릇이 있었다.

결혼 반지를 고르기 위해 남편과 함께 보석가게에 갔을 때에도, 아무리 예쁜 반지를 껴도 여전히 드러나는 투박한 손 모양 때문에 마음속으로 많이 속상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미용실에 들렸던 날부터, 나는 내 손을 조금은 다른 각도로 보게 됐다. 그것은 머리를 손질하고 그곳에서 해주는 손톱소제를 받은 후부터였다.

전문가의 능숙한 솜씨로 큐티클이 제거되고, 동그랗고 미끈하게 손톱이 깎이고, 그리고 투명한 에나멜이 발라졌다.

나는 조금씩 예뻐져 가는 내 손의 모습에 적잖이 놀랐고, 마침내 모든 매니큐어 과정이 끝났을 때, 전혀 달라진 내 손의 표정에서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그날 처음으로 내 손이 웃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수줍음, 주눅, 불만 등을 벗어 던지고, 활짝 웃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까지 나는 콤플렉스에 내 손을 가둬두고 스스로 못 생긴 손이 되길 선택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째서 내 스스로 뭔가 해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나는 미워하고 숨기려고만 했지 사랑할 줄을 몰랐다. 그렇다. 사랑이다. 사랑은 가만히 바라만 보는 게 아니라 아끼고 보살피는 것이 사랑일 것이다. 거기에는 적당한 책임이 따르고, 귀찮지만 날마다의 의무도 따른다.

나는 내가 이렇게 내 손을 위해 뭔가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 대견하다. 어쩌면 사람들이 보기에 내 손은 여전히 투박하고 미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눈에는 너무나 예뻐 보인다. 사랑하면 그렇게 된다.

나는 병원을 찾는 나의 환자들에게도 똑같은 말을 하고 싶다. 사랑한다면, 가만히 있지 말고 뭔가를 해보라고.

덕분에 나는 그 중심에서 화장품에서부터 비누, 팩, 새로운 박피술, 마사지기계, 레이저에 이르기까지 내 피부를 마루타 삼아 제일 먼저 테스트하면서 환자들의 고민을 더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나이보다 더 젊은 피부를 가졌다는 칭찬도 많이 들었지만 반면에 알러지나 부작용에 시달리며 고생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뭔가를 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객원기자〉 

 

정혜신 <강남구의사회 홍보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