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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개정' 우리 힘으로 만들자
'의료법 개정' 우리 힘으로 만들자
  • 의사신문
  • 승인 2007.01.1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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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의료법 개정문제로 의료계 전체가 시끄럽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관계자에 의하면 그동안 지켜왔던 비현실적인 의료법을 현실에 맞게 보완 수정한다는 명분이기는 하지만 어쩐지 본 의도와는 다르게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의료법 개정 중 여러 논쟁이 있지만 여기서는 `당직의료인'조항에 관해서만 논의해보기로 하겠다. 현행의료법 제34조(당직의료인)에 의하면 `각종 병원에는 응급환자와 입원환자의 진료상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한다'고 정해져 있다. 원칙은 정해져 있는 셈이다. 그러나 개정안인 제69조(당직의료인)1항에 의하면 `병상이 있거나 응급실이 있는 의료기관에는 입원환자나 응급환자의 진료 등에 필요한 당직의료인을 두어야 한다'로 현행의료법 34조와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제69조2항을 두어 `제1항에 따른 당직의료인의 배치기준 등 당직의료인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로 명시해 놓으려 하고 있다. 그들의 개정사유를 들어보면 의원급에도 29개 이하의 병상을 설치·운영하나 당직 의료인 배치가 없어 야간 응급상황 발생시 신속한 대처가 미흡하여, 당직의료인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당직의료인' 중 의료인은 누구를 지칭하는가? 의료법 제2조1항의 의료인의 규정에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의원급에서도 의사, 간호사 모두 당직의료인으로 두어야 하는지 아니면 의사 간호사 한쪽만 두어야 하는지 애매한 조항이기도 하다. 그 해석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는 것이다.

현재 의료기관의 시설·인력 기준에 의하면 `10병상당 1명의 간호사를 두어야 한다'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당직의료인에 포함된 간호사의 숫자도 이에 준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된다면 병실을 운영하는 모든 의원급은 병실을 접어야만 하는 사태로 발전할 것은 뻔한 이치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직의료인의 당직비를 주고 나면 의원운영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수가를 보전한다는 이야기는 한마디도 안하면서 모양만 내려고 하는 정부의 작태에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 개원가에 병실을 없애려는 시도가 일차 무산되자 겉으로는 유지하는 쪽으로 가며 뒤통수를 치는 격이다.

법은 만들면 지켜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 원칙을 어떻게 운용하느냐가 관건인데 정부는 시행자인 의사의 의견은 들으려 하지 않고 법적인 논리로만 해석하려 든다. 마치 아파트값을 잡으려고 세금을 올려 그 역작용으로 아파트값이 더 오른 예와 흡사하다고 하겠다.

중환자와 응급환자를 두고 자유로울 수 있는 의사는 아무도 없다. 입원실을 가지고 있던, 없건 간에 이 문제는 의사의 의무요 책임인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치 않고 법을 위한 법을 만든다면 그 법은 악법이 될 수밖에 없다.

개인의원에 병실이 전무할 때를 상상해보라. 국민의 정부 시절, 그들이 지상 낙원처럼 떠받들던 영국의 의료체계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가리라고 본다. 중병에 걸린 환자의 33%는 외국으로 떠나고, 33%는 입원치료하고, 33%는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른다는 농담 같은 이야기가 있다.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서도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을 우리는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 정부는 건강보험 도입 30주년을 맞이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도 못한 채 국민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몇 가지 쟁점사항을 시민단체와 함께 밀어 붙이려고 하고 있다. 오죽 했으면 제8차 워크숍에 참석했던 의협 의료법개정특별대책위원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왔겠는가. 국민과 의사를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워크숍을 수백번 한들 우리의 진의가 반영되기는 힘들 것이다.

의사도 국민의 한사람으로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럴 때마다 느끼는 의구심은 상대방과 싸우기 위해 우리의 전열은 확고하게 정비되었는가하는 점이다. 비단 이 문제뿐이 아니고 의료에 관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쳤을 경우에는 대학교수, 봉직의 그리고 개원의가 충분히 의견의 접근을 통해 한 목소리를 내는 시스템의 개발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당직의료인 문제만 해도 입원실이 있건 없건 바로 우리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여론을 조성하는데 일조를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오는 20일 오후 3시에 의협 동아홀에서 의료법 개정에 관한 대토론회가 준비되어 있다고 알고 있다. 많은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토론자의 토론내용을 경청하고, 마음속에 반론을 준비하여 그들에게 우리의 진정한 태도를 보여 주는 것이 마지막 남은 길이라 하겠다.

무관심의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사고만이 현재의 의료계를 살리는 길임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서윤석 <서울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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