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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교육의 세가지 측면 - 계획 · 실천 · 경험 <16>
의과대학 교육의 세가지 측면 - 계획 · 실천 · 경험 <16>
  • 의사신문
  • 승인 2007.01.1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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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듣는 것보다 직접 '하는 것' 중요

대부분의 국가들은 국민들에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의료비용의 상승을 통제하려고 한다. 환자들은 과거보다 더 많은 의료정보에 노출되어 있으며, 고급 의료서비스를 요구하고, 의료를 소비하는데 들어가는 시간(대기시간·치료시간·입원대기시간)과 의료과오가 최소화 되기를 바란다. 의사들은 이러한 환자들의 의학적 요구와 심리사회적 요구에 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환자들과 의학적인 용어가 아닌 언어로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의과대학은 의사가 양성되는 전 과정에 걸쳐 의학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미래의 의사를 양성하는 과정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의과대학은 멀지 않은 미래에 의사가 될 학생들의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준비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교육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의과대학 교육의 계획과 실천에는 세 가지 구분되는 측면이 있다.

#시간·공간 초월 'e-교육과정' 이동

계획된 교육과정 : 교실에서 웹으로 지난 40년 동안 세계 각국의 의과대학들은 의료 및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의학 교육과정을 새롭게 계획하기 위한 노력을 전개해 왔다.

교육과정은 무엇을 가르치고, 그것을 왜 가르치며, 그것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가르친 것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의 청사진과 같은 것이다. 교육과정 개발자들과 의학교육자들은 끊임없이 사회의 요구를 재해석하고, 학습 및 교수 이론에 근거하여 교육과정의 새로운 청사진을 만들어 왔다.

일찍이 이러한 교육과정 계획은 Ronald Harden에 의해 SPICES모델(학생중심, 문제중심, 통합중심 교육의 강조)로 규정된 바 있다. 교육과정을 잘 계획하는 것은 그것이 교육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의사를 양성할 것인지 목적과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교육적 경험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것인지 계획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경험들을 어떻게 조직하고, 학생들이 이러한 것들을 경험했는지 목표에 근거하여 평가되어져야 한다. 최근 4∼5년 사이에 많은 국내 의과대학들이 `계획된 교육과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교육과정 계획에 있어서 금과옥조처럼 여겨져 온 SPICES모델은 BECISB모델(교육에서의 시,공간 초월과 정보통신기술의 활용 강조)로 옮겨가고 있다. 이것은 인터넷 및 정보통신공학의 발달과 교육공학이론이 접목되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e-교육과정'의 계획(교실에서 웹으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웹은 이제 교육의 도구이며, 학생들의 수행을 격려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웹을 활용한 교육의 가능성은 가상현실, 가상체험 등의 방법들이 개발되면서, 실질적이고 현실감 있는 방법으로 효과적인 교육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교육과정은 문서화된 교육과정을 웹에 탑재했다는 단순한 행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웹이라고 하는 가상공간(가상공간이 아니라 실제 공간이다)에서 가르치고, 학습하며, 평가하는 교육의 제반 일들이 통합되어있는 것이다. 세계의 의학교육은 이미 가상의과대학(Virtual Medical School)을 만들어 가고 있다.

#교육 수월성 추구위한 교수역할 강조

실천된 교육과정 : 교수의 역할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것은 교육과정 개발 이론에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는 교육학자와 가르쳐야 할 의학적 내용에 전문성을 가진 의과대학 교수들의 공동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교육과정이 아무리 잘 계획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학생들에게 경험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계획된 교육과정은 교실 또는 현장에서 실천된(되는) 교육과정으로 전환된다. 그리고 이러한 전환의 주체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의과대학 교수들이다. 의학교육의 왜곡(계획된 교육과정을 학생들이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는)의 상당 부분은 여기서 일어난다.

우리는 교육과정의 개발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 왔으나, 계획된 교육과정이 실제 교실에서 어느 정도 정확하게 실현되고 있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지 못했다.

이제 교육과정의 계획뿐만 아니라 계획된 교육과정의 실천, 즉 실천의 주체가 되는 교수의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계획된 교육과정이 실현된 교육과정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교수들의 역할이 적절하지 못하다면 교육의 수월성 추구는 불가능하다. 교수·학습에 대해 전통적인 인식을 가진 교수들에게 새롭게 계획된 교육과정의 실천을 강요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교수개발이 중요하다. 변화된 환경,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에서 가르치는 사람의 새로운 역할을 인식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세계의 의학교육은 교육의 수월성 추구를 위한 교수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경험위한 임상 조기노출등 필요

경험된 교육과정 : 이론과 실제의 결합 학습은 사회화 과정의 일부이다. 궁극적으로 학생들은 대학에 머물러 있지 않으며, 미래의 어떤 시점에 지역사회의 의료서비스 제공자로서 참여하게 된다.

학생들은 의과대학 졸업과 동시에 학생에서 고용된 사람으로, 학생에서 책임감 있는 의사로, 이론에서 실제로, 가르쳐지는 환경에서 스스로 배우는 환경으로, 지지적인 환경에서 자기주도적인 환경에 노출된다. 이것은 학습의 초점이 대학에서 의료서비스 현장으로 이동해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의 의과대학 교육을 살펴보면, 학생들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의사들에게 요구되는 실제적인 지식, 수기 및 태도들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의과대학 교육에는 두 가지 모습이 발견된다. 첫째는 교수들에 의해 실천된 교육과정과 학생들이 경험한 교육과정이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교수들이 가르치는 정보들을 자신의 인지구조와 연결시키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들이 관심 있어 하는 아주 제한된 정보만을 받아들인다(무엇이 앞뒤인지 인과관계를 밝힐 수 없지만, 족보, 낙제 또는 유급의 면제 등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것마저도 의과대학의 학년이 바뀔 때마다 이전에 경험한 내용들을 담아둔 기억장치를 안전하게 포맷하고,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둘째는 교실 또는 대학병원에서 경험한 교육과정이 실제 의료와는 또 다른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사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실제 의료와 관련한 내용을 교실이나 대학병원에서 거의 경험하지 못한 상태로(경험이 아니라 단지 보거나 듣기만 하고) 의사가 된다고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영국의 Janet Geant는 교수에 의해 `실천된 교육과정'과 학생들에 의해 `경험된 교육과정'의 일치성을 강조하고, 이러한 경험의 내용들이 실제 의료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학생들이 실제 경험을 풍부하게 하도록 임상환경에 조기노출하고, 실제 지역사회 개원의들과 연계시켜 주는 것은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은 실제에 대해서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무엇인가를 직접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교육과정 개발자, 의과대학 교수 및 학생 모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의학교육의 종착점이다.

따라서 의과대학은 좋은 의사를 만들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그것을 실천하며, 학생들이 경험하고 있는지 평가하며, 피드백하는 루프를 가져야 한다.

교육과정의 계획과 실천은 의과대학의 일부 교수나 학생들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과정의 계획과 실천은 의과대학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사명이며, 모든 교수들의 기본적인 책무인 동시에 모든 학생들에게 부여된 과제이다.
 



양은배 <연세의대 의학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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