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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과 시스템 그리고 기록
조직과 시스템 그리고 기록
  • 의사신문
  • 승인 2007.01.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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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체계적인 시스템과 이를 뒷받침하는 매뉴얼이 없으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따라서 조직 성장의 일정 단계에서 시스템과 매뉴얼을 갖추는 것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하여 넘어야 할 중요한 조건이다.

의협이나 의사회의 조직은 3년마다 수장이 바뀌게 되고 그에 따라 이사진의 대부분이 교체됨에 따라 피치 못할 혼란을 수반하게 된다.

3년이란 임기동안 1년은 업무파악, 1년은 감을 잡고 일을 하다가 알만한 시기에 나머지 1년은 퇴진 후를 생각하는 전철을 계속 밟아 온 것이 의협과 의사회의 현실이다.

그러나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있다 하더라도 의협과 의사회의 업무가 시스템화, 표준화, 매뉴얼화 되어 있다면 복지부와 심평원, 공단, 언론, 시민단체 등에 둘러 쌓인 고도에서 헤쳐 나갈 방법을 찾기가 좀 더 쉬울 것이다.

시스템과 매뉴얼을 갖추고 있는 조직에서 그 매뉴얼이 새로운 지식과 경험으로 매년 업그레이드 된다면 조직 전체의 능력이 지속적으로 향상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스템과 매뉴얼을 제대로 갖추고 이를 중요시하는 조직은 사람이 바뀌더라도 비교적 단절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미군부대에 근무했던 친구는 미군의 매뉴얼을 보면 일개병사가 하는 임무까지 상세히 매뉴얼에 규정돼 있어 신병들이 이를 보고 금새 따른다고 한다.

현재 중국에서 자산1위에 선정된 중국최대갑부인 35세의 황광위가 이끄는 궈메이제국의 경영관리수첩은 1998년 처음 230쪽이었으나 2001년도에 1000쪽에 이르는 분량으로 자신의 경영모델과 경험을 담아서 궈메이제국의 중간관리자만 되어도 누구나 이를 적용하고 더 나아가서 새로운 영역에 활용할 수 있는 유연성을 담고 있다고 한다.

또한 새로운 체인점이 생기고 그 점장이 이 분야에 생소하다고 하더라도 이 경영관리수첩을 참고하면 별 문제 없이 궈메이제국의 전통과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고 한다.

의협과 의사회의 모든 조직과 부서, 그것이 법제와 보험이든, 의무와 학술이든, 공보와 섭외이든 모든 분야에서 담당이사들의 경험과 기록이 전수되어야 할 것이다.

그 방법이 비망록이 되건 업무일지가 되건 사건과 사람, 비용과 시간, 전략과 전망이 담겨 있는 내용을 후임자에게 넘겨 줄 수 있는 전통이 형성된다면 누가 다음 임기의 이사가 되어도 그것을 참고하여 최소한 똑같은 경우에 봉착하였을 때 시행착오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난 한 해 동안 난공불락의 공정거래위원회와 무소불위의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우리 의사회가 이루어 낸 응전의 내용은 한 편의 드라마다.

지금도 수십년간 이어져 내려온 의료법의 개정을 앞두고 많은 비의료인 단체와 복지부를 상대로 준비되지 않은 응전과 승부를 펼치고 있다.

이 모든 사실은 서울특별시의사회의 업적을 뛰어 넘어 의료계의 살아있는 중요한 역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곤혹함 속에서 탐색을 거듭하는 오류를 언제까지 범할 수는 없다. 의사회의 과거와 현재를 통합하여 의사회의 미래로 끌어 들임으로써 가장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하는 새로운 모델의 문화를 창조하여야 할 것이다.

의협과 의사회의 집행부가 들어선 지 임기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에 지금부터라도 비망록이나 업무일지를 만들어 후임자에게 아름답게 넘겨 줄 수 있는 전통을 세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실제상황이란 어차피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지도자는 독창적인 전략과 임기응변의 능력을 갖춰야 하고, 담당 이사들은 지시와 매뉴얼을 충실히 따르는 형태로 가는 조직과 시스템을 구성하여야 할 것이다.

이사의 판단착오와 독단으로 생길 수 있는 오류를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통과 문화가 이어져 갈 때, 우리 의협과 의사회는 고도에서 생존할 수 있는 강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과 매뉴얼을 사람과 결합시키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다.
 



손종우 <서울시의사회 대외협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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