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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의약품선별등재방식' 회의론
거세지는 '의약품선별등재방식' 회의론
  • 의사신문
  • 승인 2007.01.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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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성공보다 제도실행 부작용에 촉각

의료계와 제약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부터 의약품선별등재방식(이하 PLS)이 본격 시행 됐지만 지금까지 약가절감정책 성공사례가 없어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의약품 실거래가보상제와 의약분업제도가 약가절감 명분에 있어 `실패한 제도'라는 평가보고서가 발표됨에 따라 PLS에 대한 회의론이 더욱 거세다. 이에 PLS 정책 성공여부 보다는 제도실행에 따른 부작용 여파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거래가제·의약분업 실패 판명

◆“약가절감 정책 성공사례 없다” = 현재까지 정부가 약품비 절감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추진했던 대표적인 제도는 2000년 전후로 실시했던 실거래가제와 의약분업제도다. 의약분업 실시 이전에도 우리나라 총진료비 중 약품비의 비중이 30%를 차지하는 등 의약품의 과다소비가 이미 사회문제로 대두됐었다. 이에 정부는 1999년 11월 실거래가제에 이어 2000년 7월 의약분업제도를 실시함에 따라 의료공급자와 국민의 과도한 약품비 소비를 절약하고자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최근 보건경제·정책학회지에 발표된 `의약분업 전·후 약품비 변동추세와 구조변화 분석(신종각·이의경)' 보고서에 따르면 약가절감을 목표로 실행된 실거래가제와 의약분업제가 의약품 구매총액함수의 구조변화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가에 따르면 의약품 실거래가제는 우리나라 의약품·전문약품·항생제구매 총액함수 추정식에 구조적 변화를 야기한 것으로 판단됐지만 구매계수(매출계수)의 변동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의약분업제도는 의약품·전문약품·항생제구매 총액함수 추정식의 절편과 구매계수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의약분업제도의 시행이 의약품 구매총액함수의 구조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보고했다. 한마디로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의약분업이나 의약품 실거래가 실시가 약품비 구매총액 추세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는 의약분업제도 실시의 주요 목표 중의 하나인 약처방과 관련한 경제적 동기를 제거함로써 과도한 약품비 소비를 절약하려는 목표가 달성되었는지를 분석한 것이었기에 PLS제도 실행에 앞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이 보고서는 정부의 중요한 정책은 충분한 사전분석과 주위여건을 고려해 시행되어야 하는 필요성을 제시함에 따라 이번 PLS의 사전분석과 주위여건이 얼마나 고려되었는지 의문을 던지게 하고 있다.

#한방첩약등 약제비포함이 문제

◆`약제비가 높다'는 전제부터가 잘못 = 그 동안 이런 약제비 절감정책에도 불구하고 약가절감 정책에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주장이 분분하다. 이 중 가장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는 부분은 “우리나라의 약제비가 높은 것은 아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약제비의 비중이 높은 이유는 약제비에 한방첩약이 포함되어 있고 약제비에 의료소모품의 규모가 OECD국가들에 비해 보다 철저히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OECD Health Data에서 `약제비'로서 흔히 인용되는 `약품/의료소모품(Pharmaceuticals and medical non-durables)에 대한 지출'은 2004년 12조2000억원으로 국민의료비 43.9조원의 27.7%. 우리나라 약제비의 특수성, 즉 한방첩약도 포함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다양한 약제비 규모를 추가적으로 산출한 결과, `한방첩약을 제외한 약품/의료소모품에 대한 지출'은 10.3조원으로 국민의료비의 23.4%을 차지했다는 것. `의료소모품을 제외한 약제비'는 11조원으로 국민의료비의 25%였으며 `의료소모품과 한방첩약을 모두 제외한 약제비'는 9조1000억원으로 20.7%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OECD평균 17.7%와 별반 차이가 없다. 특히 `OECD 각국의 1인당 GDP'와 `국민의료비에서 약제비의 점유율' 간의 관계를 보면 폴란드, 헝가리 등 비교적 국민소득이 낮은 수준에 있는 국가일수록 우리나라와 같이 약제비의 점유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약제비의 빠른 증가와 관련해 명지대 경제학과 조동근 교수는 “2001∼2005년간 혈압강하제, 당뇨병치료제 등 만성질환 관련 약제비 증가율은 171%로, 다른 질환진료군의 약제비 증가율 1.82배를 넘고 있다”며 “최근 노령화 급진전에 따른 만성질환자 증가가 주요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성분명처방 전환 의혹' 우려

◆의료계 `의사 처방권 침해', 약계 `생산성 저하' 우려 = 이와 관련해 의료계 내부에서는 제도실행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 벌써부터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현재 의료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대체조제 활성화에 따른 성분명처방으로의 전환 의혹 부분이다. 만약 생동성검사 통과 여부가 등재의 중요한 조건요소가 될 경우 생동성 중심의 의약품들 중심으로 등재돼 대체조제만으로도 성분명처방의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게 된다는 주장이다. 현재 약사법 제23조의2에 대체조제가 명확히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자칫 PLS가 성분명처방의 길목을 합법적으로 열어주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등재품목수 조정으로 인해 의사 처방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의료계는 PLS 신중론을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한국제약협회는 PLS 총력전에 들어간 상태다. 제약협회는 우선 이번달 중 행정소송과 위헌소송을 제기할 예정으로 이에 앞서 4일에는 주요 무가지 신문에 `약제비 절감 방안이 국민의료비 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하는 등 여론몰이에 들어갔다.

제약협회는 제도의 취지가 시장에 반영되기보다 반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제약회사의 생산성 저하 △재산권 침해 △인프라 부족 △산업 내 양극화 심화 △소비자 불만 증가 등 선별목록 제도 도입시 예상되는 문제점들에 대해 설득시켜 나가고 있다.

◆정부 “의료계·약계 피해 최소화 할 것” =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환자진료의 차질을 방지하고 제약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등재되어 있는 의약품은 새로운 제도에 의해서도 등재된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의약품 유통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실거래가에 기초한 약가관리가 가능하도록 `의약품 저가구매 요양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정재로기자 zero@doctor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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