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59 (금)
왜? 보건소에!
왜? 보건소에!
  • 의사신문
  • 승인 2007.01.08 1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삼 <경남 김해시보건소장>

▲ 김진삼 소장
이글의 제목은 필자가 이전에 가장 많이 받은,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또 하나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이 “소장님은 왜 의사(?) 안하고 공무원 합니까?”라는 질문이다.

지역보건사업 기여위해 보건소 지원

우선, 대답하기 쉽지 않은 첫 질문에 대한 필자의 소박한 답변부터 정리해 보자. 지금은 많은 곳에서 소위 지역보건사업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이전에는 S대와 Y대 정도가 각각 춘천(과거 춘성군)과 강화도에서 지역보건의 시범사업들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모교와 지역보건사업의 또 하나의 좋은 모델을 만들어 보고자 보건소로 지원을 했고, 자그마하지만 다소의 성과도 거두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길에 대한 동기 부여는 학교에서 보다는 공중보건의를 하면서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의 동기는 환자를 보면서 경제적인 영향을 받지 않으려는 소박하면서도 중요한 기원이 있었던 것 같다. 환자를 보면서 의료의 전문성 외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 의사의 전문적인 자율성 그리고 양심 및 윤리성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우리의 의료환경에 대한 예지를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두 번째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에는 정말 많이 당황스러웠었다. 처음에는 다소 이상한 사람으로 혹은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상당히 어려웠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과 나에 대한 주위의 이해 과정을 지나자 차츰 이해를 하는 것 같았고 나아가 지지를 하는 경우도 상당히 늘고 있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최근의 여러 의료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혜안을 가진 최상의 선택을 했다고 극찬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필자가 보건소장으로 근무 한 지 16년이 넘었는데, 주위에서 보는 눈도 10년 전 과는 많이 달라졌고 그 달라진 방향은 그저 보건소를 시립의원 정도로 보다가 이제는 상당히 주요 기관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을 개인적으로는 물론 객관적으로도 느끼고 있다.

보건소에 근무하면서 가지는 어려운 일들 중 하나가 의사회와 관련된 일이었다. 지금은 많이 좋아지고 있지만, 이전에는 개인적으로는 다 좋고(?) 협조적이신 분들이 단체만 되면 도저히 일이 진행이 안 되는 것이었다. 가장 강력한 우군으로 생각했던 단체가 많은 경우에 유일한 걸림이 되었다. 물론 역사적 이유 등 복합적인 여러 요인이 있었다는 사실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순전히 필자 주관으로는 제대로 된 지역보건사업의 미완성 혹은 연기를 여러 번 경험했다. 이는 비단 필자 뿐 아니라 보건소에서 이상적인 지역보건사업을 꿈꾸는 많은 선배·동료들의 아킬레스였었다. 하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 최근에는 대구의 고혈압·당뇨관리사업에서 보듯이 상당한 변화가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새해에는 그간 숙원이던 영유아예방접종 사업도 민간주도로 진행될 예정이다.

필자뿐 아니라 보건소에 근무하고 있는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제 뭔가 해볼만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고, 경제적인 문제도 바람직하진 않지만 상대적으로 그 격차를 줄여 나가고 있다. 아직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긴 하지만 이전보다 의사의 공급도 많이 수월해진 편이다.

열악한 의료환경에 공공부문도 '신음'

그러나 너무도 정치가 중요한 나라, 사농공상의 장점보다는 폐단이 아직 힘을 발휘하고 있는 나라, 소수의 전문가보다 다수의 의견이 더 힘 있는 나라에서 더 이상 공공보건의료기관이라고 소도의 역할을 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민간의 열악한 의료환경 때문에 관내 의사회나 친구 등을 만날 때 힘은 못되어 줘도 위로를 해주려고 많은 노력을 하였는데, 이제 그런 열악한 여건들이 공공부문에도 세차게 몰아쳤고 또 치고 있다. 그리고 민간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더 세질 것 같다.

건물이나 시설은 날로 좋아지고 있지만 의료의 역할을 자꾸 변방으로 밀어내려는 움직임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의 개인적인 저항 외에 뾰쪽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 보건소의 의사들을 더 당황하게 하고 있다.

이제 “왜 보건소에” “왜 의사 안 하고 공무원을” 하는 질문에 답을 새로 준비해야겠다. 하긴 약 20년을 같은 대답으로 버텼으니 이젠 새로운 답을 개발해야 할 것 같다. 누구 좀 좋은 답안을 추천 좀 해 주셨으면….

김진삼 <경남 김해시보건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