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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료와 시장경제' 새 길을 열자
의료기관평가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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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평가제도
  • 승인 2007.01.0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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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일관성 · 의료질 개선 원칙 충실해야
2004년에 시작된 의료기관 평가제도가 3년간 275개 병원에 대한 평가를 끝내고, 2007년 2주기 평가를 앞두게 됐다. 의료기관 평가제도는 의료의 질 향상을 유도하고 의료소비자에 대한 선택정보를 제공하는 정책적 역할을, 정부가 능동적으로 맡게 되었다는 점에서 정책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의료현장에 대해서도 타율적인 방식이기는 하지만 의료의 질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병원서비스 전반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정책시도 자체만으로도 긍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그러나 1주기 평가이다 보니 진행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제기됐는 바, 현실에 맞지 않는 평가도구, 평가계획 및 조사과정의 미숙함 등으로 결과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의료기관 또한 인식부족 등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의료현장에서의 질 개선 효과가 제대로 성취되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들이 적지 않다. 1주기 평가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제도도입 단계에서의 미숙함으로 이해하고 제도의 긍정적 취지가 단계적으로 구현되기를 기대하기 위해선, 2주기 평가에서 전향적인 개선의 노력이 전제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2주기 평가를 목전에 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노력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어 아쉽다.

최근 정부는 2주기 의료기관 평가의 운영방향에 대한 개요를 밝힌 바 있으나, 2주기 평가가 1주기 평가의 전철을 밟지 않고, 현장에서의 의료의 질 개선을 견인하기 위해선, 현재 시점에서 평가 세부적 내용 정비도 중요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의료기관 평가제도의 운영방향의 설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몇 가지 원칙을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정책효과와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정책취지와 내용이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의료기관 평가제도는 타율적 정부주도의 평가이면서도 평가내용에 있어선 최소 기준을 벗어나 민간기관이 자율적으로 정한 서비스 수준에 따라 시장의 소비자에게서 선택받아야할 사항에 대해서도 평가기준에 포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도의 정체성에 혼란과 이견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며, 우선 정책의 지향점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의료기관 평가가 외형적으로는 법적 근거에 따라 강제시행의 형식을 갖췄지만 실제 지향하는 내용이 최상의 기준을 지향하는 신임제도의 내용을 기준이라고 한다면, 이에 걸맞게 접근단계와 방안도 자율적인 질 개선을 도모하는 신임제도의 철학을 살릴 수 있도록 실행과정이 정비되어야 한다.

둘째, 정책목표에 있어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한 정보공개와 의료기관의 질 향상 기반 구축이라는 상충된 목표를 놓고 논란이 제기되어 왔다. 1주기는 물론이고 2주기 평가에서도 소비자 정보제공이라는 미명 하에 임상 질 지표를 졸속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평가주체나 대상기관의 역량, 질 지표를 참고하는 소비자 수준 등 이해주체들의 질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고, 국내 평가역량 및 평가기반 또한 열악한 실정임을 고려할 때, 소비자에 대한 정보제공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자칫 타당성이 떨어지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의 판단을 호도할 수 있다. 한편, 질 개선에 노력하는 의료기관의 건전한 노력보다는 임시적 대응을 제도가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목표의 우선순위를 현실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즉 현실적 제약점과 질 평가 정책단계를 고려할 때, 의료기관 평가의 정책목표를, 초기 단계에서는 소비자 공개를 위한 정보생산보다는 질 개선을 위한 체계마련에 우선순위를 두고, 단계별로 공개영역을 선정하여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목표를 절충해가는 방식으로 현실수준에 접근시킬 필요가 있겠다.

셋째, 의료기관 평가가 의료의 질 개선 원칙에 충실하게 설계되고 운영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의료기관의 자율적 질개선 동기를 진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며 의료기관의 근본적인 질관리 역량을 높이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향을 유도할 수 있는 평가내용과 유인체계를 포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평가내용 및 접근방법의 타당성을 확보하는데 우선순위를 둠으로써 정책의 신뢰성을 제고하여야 한다. 그 외에도 의료기관 평가를 실시하는데 필요한 정보수집 등 정책관리를 위해 소요되는 금전적, 비금전적 비용이 정책편익을 상회하지 않도록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노력해야 하며 다양한 이해주체들의 요구들을 합리적으로 수용하고 조정할 수 있는 운영방안이 설계되어야 한다.

타율적이고 경직된 의료기관 평가제도의 운영은 제도운영의 미숙함이 주는 정책혼란보다도 더 부정적인 정책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2주기 평가의 운영은 제발 1주기 평가와 달라졌으면 한다.

이선희 <이화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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