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적인 슈퍼카
실용적인 슈퍼카
  • 의사신문
  • 승인 2006.12.26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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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다양성 추구가 발전의 원동력

운전을 하면서 필자의 차 앞으로 달려가는 페라리들을 보고 있다. 정말 잘 달린다. 하지만 다음번 신호대기에서 대략 같이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몇백 마력의 힘 중 주행에 필요한 힘은 수십마력도 안 된다. 슈퍼카는 고속도로나 길이 좋은 지방도로에서 강력한 차들이다. 도심에서는 극히 잠시 동안만 즐겁다. 서울에서는 제설제에 미끄러져서 사고를 낸 적도 있으며 안 좋은 도로에 타이어가 손상되며 사고를 낸 적도 있다고 한다. 아무튼 대치동이나 청담동에서 페라리를 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앞에서 주유 중인 경우도 있다. BMW의 M3나 포르세 고급모델을 보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다. E36모델의 M3들은 비교적 보기 흔하고 구형인 E30을 보고 싶으면 지방도시의 매니아를 방문해야 한다. 요즘은 슈퍼카들을 다루는 매장도 있고 딜러도 있다. 때로는 포르세의 영업소장으로 왕년의(현행의) 드라이버 겸 세일즈맨이 가 있기도 해서 수입 자동차 업계가 얼마나 좁은지를 실감하기도 한다. 불과 얼마전 BMW를 타보고 시승하는 일이 하나의 소망이었다면 지금은 더 고급차로 바뀐 셈이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사실상 더 이상의 고급차들이 별로 없을 정도로 우리의 소비문화가 빠르게 발달했다는 것과 수입의 증대는 사실 그만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도 과거의 일본처럼 거품에 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히 이런 차들을 즐길 수 있는 계층의 사람들이 생겨났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 반대의 스펙트럼에는 조금 궁상맞지만 이런 차들을 정말로 좋아해서 수입의 많은 부분을 투자하는 자동차 매니아가 있는데 필자는 분명히 이런 부류는 아니다. 엔진을 한 두 번 내리면 거금이 깨지는 차를 좋아하는 기묘한 사람들은 따로 있다. 그러나 분명히 있다.

필자의 관심은 슈퍼카가 아니다. 실용적인 슈퍼카들이 필자의 관심사다. 일반적인 차들보다는 좋지만 완전히 비현실적인 가격은 아닌 차들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실제로 주위의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차들이다. 그리고 명백히 실용적인 슈퍼카라는 급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일반적인 차들보다는 더 고성능이어야 하며 더 많은 제어의 폭이 있어야 하고 이런 점들이 명확해야 한다. 불행히 아직은 이런 차들이 많이 팔리지 않는다. 저렴한 명품이 크게 어필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가 아무리 슈퍼카를 좋아한다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가 아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중간에는 그냥 적절한 중산층들이 있다. 문제는 사회의 다른 분야들처럼 자동차 문화에도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중간지대에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차종들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많이 있다. 일본차와 유럽차의 다양성은 이런 틈새를 많이 만족시키는 것이다. 불행히도 슈퍼카의 반대편에는 너무나 판매에만 신경을 쓴, 판매를 위한, 판매에 의존하는 자동차들이 있고 이들이 도로를 점령 중이다. 우리처럼 먹고사는 일 자체가 일종의 전쟁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메이커들이 잘 만들지 못해서 대안들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다양한 것을 원하기 때문에 답을 찾은 것 뿐이다.

결국은 차를 타는 일이 완전히 생활화되고 또 그 안에서 무언가 재미와 즐거움을 찾아야하는 일이 하나의 의무처럼 되어 버린다면, 차들은 점차 다양화될 것이다. 차를 타는 것도 어느 정도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런 재미가 무엇인지 안다면 메이커들은 맞추어 나갈 수 밖에 없다. 그런 수요를 채우는 과정이 유럽차의 경쟁력이자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문화의 폭이라는 것은 다양성 속에서 자란다. 그리고 흔하고 흔한 일상 속에서 성숙한다.

너무 잡설이 길어진 것 같은데 몇 개의 예를 들어 이런 문화를 설명하고자 한다. 이를테면 BMW의 스포츠 모델인 M시리즈는 오토바이 광이자 2000CC급의 작은 엔진을 붙이고 싶어했던 아마추어 레이서이자 엔지니어에 의해 탄생했다. 만들 엔진 블럭이 없자 작은 디젤엔진 블록을 깎아서 엔진을 만들었다. 그것이 모터스포츠의 성배의 하나인 M시리즈의 시작이었다.

〈안윤호 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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