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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과 우리의 현실
연말정산과 우리의 현실
  • 의사신문
  • 승인 2006.12.2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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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태 <강남 박현태내과의원장>

▲ 박현태 원장
GNP 700달러의 서슬퍼런 군사독재시절에 의사들을 협박하여 탄생한 의료보험제도. 오직 선거공약의 충실한 이행과 반 의료계의 표만을 의식한 집단이 만든 의약분업. 현 시점 뿐 아니라 향후의 여러 가지 불리한 상황에 걸쳐 의사노예 만들기에 두루 써 먹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EDI청구 등 우리 의료계에는 생기거나 시도되지 말았어야 할 것들이 많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관람료 3천원 유리동물원 원숭이꼴

근래 혼란스런 연말정산의료비 소득공제를 위한 자료제출 건도 예외가 아니다. 소득세법 제165조 및 시행령 제216조의 3에 의하면 환자는 병의원이 자신의 의료비내역과 관련된 자료를 자료집중기관(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일일이 내용증명을 발송해서 거부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과 환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문제점 그리고 소득파악과 세원발굴이 공단의 임무가 아니라는 부당성을 들어 의협은 헌법소원 제출과 동시에 이 사안은 조건부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미 문제의 개정된 소득세법은 시위를 떠난 화살이 되어 되돌아오기 힘들게 됐다. 법이라는 것은 입법과정에서 충분한 토론과 설득과정을 거쳤다면 민주주의 운영원리인 절차적 정의는 충족시킨 셈이며 일단 제정이 되면 악법이라도 지키는 것이 상식이요, 국민의 도리다.

법은 위반을 할 경우에 타율적 물리적 강제를 통하여 국가가 원하는 상태와 결과를 실현하는 강제규범이고 이는 절대권력이며 유일하게 인정된 폭력이기도 하다.

입법 후에는 어떤 항의를 해도 다소 보완이나 수정이 있을 정도이지 원천적 무효는 어렵기 때문에 사력을 다해 사전에 막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더욱 어려운 것은 항상 있었던 일이지만 조직에 비협조적이고 무관심한 회원들의 다수가 신고한 상태여서 불응한 회원만 불이익을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는 점이다.

각개격파식의 정부 억압에 대한 대응조차 서툴러서 정부를 비롯한 비 의료계는 의사들의 조직을 당나라 오합지졸 쯤으로 여기게 되어 있다는 것이 오늘의 문제다. 그러나 이 법은 이미 병의원에서 신용카드를 받고 있으며 현금영수증을 발부해 오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것이다.

소득에 대한 파악의 의무자인 국세청은 그 임무를 건강보험공단에 넘겨 배임한 결과이며 타 업종은 배제했다는 것은 형평성에도 벗어나 있는 것이다. 공단에서는 보험 및 비보험 수입을 모두 파악하여 그간의 업무를 보다 단순화 시킬 수 있고 국세청은 보다 쉽게 세원을 관리할 수 있어서 그들에겐 누이와 매부가 모두 좋은, 하나의 돌로 두 마리의 새를 잡는 준수(?)한 법일 것이다.

비교적 운신이 자유롭고 부와 지식의 상징처럼 잘못 인식되어있는 의사집단은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국민이나 시민단체를 숙주로 하는 국가권력에 의하여 질식상태에 있다. 강력한 의협이 되려면 당신이 하지 않아도 될 사소한 문제들은 타자에 위임하고 핵심적인 부분에 최우선으로 집중하여 최대의 성과를 내는 `페르마의 원리(Fermat's law)'를 따라 조직을 관리 강화하고 대항해야 한다.

회원이 안심하고 믿고 따르는 카리스마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의사사회에서는 진료자체와 진료를 위한 지식습득에 전념해야 함에도 사회주의 바이러스의 전염을 비롯한 사회의 병리적 현상으로부터 조직을 방어하고 생존하기 위하여 누군가가 어려운 시간을 내고 고뇌해야만 하는 것이고 임원들은 그 희생양이 되어 있는 것이다.

아무런 이득이나 대가도 인센티브도 받지 못하고 걸핏하면 비난의 도마에 오르는 의사회의 임원으로 살아 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회원들은 잘 모른다. 회원들은 이들의 노력에 의한 성과에 편승하는 천박한 개인주의와 천민주의를 버리고 시간을 바치든가 재원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페르마의 원리'따른 강한 의협 기대

한편 국민이 선출한 정치적 대리인인 국회의원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인 근거와 방법이 없다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의 왜곡과 위기'로 통한다. 이를 극복하는데 언론의 몫이 크지만 yellow journalism과 sensationalism에 함몰된 그들은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는 의사회원 모두가 힘을 합쳐도 입법을 시도하는 국회의원 한 사람의 힘에도 못미치는 즉 당랑지부(사마귀가 앞발을 들어 수레를 막음) 꼴임을 자각하고 의회로 진출하는 의사그룹을 양산하고 뒷받침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거부했어야 할 EDI는 불쏘시개 같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 왔고 우리를 포박하는 끈에서 동앗줄로 변하여 이젠 쇠줄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의사들은 사방에서 들여다 볼 수도 있고 시비를 걸고 희롱을 당할 수도 있는 관람료 3천원짜리 유리 동물원의 재롱부리기에 지친 원숭이 꼴이 되어 있다.

꼭 연말정산용 의료비 신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박현태 <강남 박현태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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