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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불과 가마솥에 익힌 '닭볶음탕' <14>
장작불과 가마솥에 익힌 '닭볶음탕' <14>
  • 의사신문
  • 승인 2006.12.1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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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흡수 잘되고 지방 적어 담백

요즘 또다시 발견된 조류독감(AI)으로 축산농가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알려진 바대로, 조류독감이 유행하는 지역의 닭과 가축들은 폐사를 시키므로 그 고기가 시중에 유통될 수 없고, 또 완전히 익혀먹으면 아무런 위험이 없다. 이런 즈음일수록 닭고기 소비에 협조하는 것도 어려운 처지에 계신 분들을 돕는 방법이 될 것이다.

닭고기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민족이 사용하는 육류로, 기원전 3000년 전에 인도에서도 닭을 사육했다는 기록이 있다. 맛은 품종이나 사육법에 따라 상당히 다르다. 닭고기는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지방이 적어 맛이 담백하다. 가슴살에는 지방이 겨우 1%정도로 100g당 열량이 109kcal밖에 되지 않으므로, 칼로리 걱정을 하는 젊은 여성들의 다이어트 식으로 매우 좋다. 닭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근육섬유가 가늘어 연한 것이 특징으로 소화흡수가 잘 되기 때문에 위가 약한 환자나, 노인, 어린이들에게 특히 좋다.

또 다른 고기에 비해 지방을 제거하기가 아주 쉬우며, 지방의 구성도 불포화 지방산이 많다. 닭고기에는 돼지고기나 쇠고기에 부족한 비타민 A도 10배 정도 많은데, 비타민 A는 좋은 시력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영양소며, 성장과 세포분열 및 증식, 생식, 그리고 면역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다.

이렇게 값싸고 영양도 많은 닭고기는 부위마다 독특한 맛을 지니고 있고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변신이 가능하다. 이것이 닭고기가 가진 최대의 매력이다.  따라서, 닭을 조리하는 기본적인 방법만 알아두면 얼마든지 독창적인 일품요리를 탄생시킬 수 있다. 닭은 부위별로 나누면 맛이 더 좋아지는데 날개는 조림이나 튀김, 가슴살은 담백한 일본요리나 신선한 야채를 곁들인 샐러드, 닭다리는 구이, 조림, 튀김으로 조리하면 더 맛이 좋고, 연하고 신선한 닭 가슴살은 날로 먹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좋아하는 닭요리는 삼계탕과 닭볶음탕이 아닐까 싶다. 삼계탕은 보양식으로 인기가 좋고, 닭볶음탕은 푸짐한 저녁 반찬으로, 또 술안주로도 널리 사랑 받는 음식이다. 닭볶음탕은 닭과 감자를 먹기 좋게 도막 내어 냄비에 넣고 매운 양념장을 넣어 국물이 자작하게 끓여내는 요리로서, 우리의 전통 요리인 닭매운찜을 약간 변형한 것이다. 흔히 닭도리탕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우리말과 일본어가 무분별하게 혼용된 용어로, 일본어 `도리'는 새나 조류 또는 닭[鷄]을 일컫는다. 따라서 닭도리탕에는 우리말 `닭'과 역시 닭을 뜻하는 일본어 `도리'가 겹쳐 있어 어법상으로도 맞지 않는다.

닭볶음탕은 필자가 어렸을 적부터 좋아하던 메뉴인데, 고향인 대전 근교의 음식점에서 갓 잡은 토종닭에 햇감자와 매운 고추 양념, 마늘을 듬뿍 넣어 한 냄비 끓여 내오던 그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삼청동에 위치한 `성너머집'은 이런 토속적인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점이다. 메뉴는 닭볶음탕과 삼계탕 두 가지 뿐인, 그야말로 닭요리 전문 음식점으로서 그 만큼 정성스럽고 제대로 된 맛을 낸다. 신선한 중닭을 도막내서 통감자를 넉넉히 넣어 끓여 내오는 닭볶음탕은 밖에서 장작을 떼서 큰 가마솥에 끓여내는 덕분에 독특한 훈연의 향기가 배어 더욱 맛있다. 연하게 익힌 닭살과 감자를 건져 먹고, 걸쭉하면서 얼큰한 국물에 밥을 비벼 먹으면, 맛있는 국물 덕분에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된다. 양념이 진하면서도 달지 않아 특히 필자가 만족스러워하는 곳이다. 식사를 주문하면 먼저 김치와 오징어를 넣은 투박한 감자전이 바로 부쳐져 나오는데, 이 것도 별미일 뿐 아니라 그 양도 적지 않다. 반찬으로는 배추김치와 파김치, 총각김치의 3가지 김치가 나오는데 모두 덩어리나 포기째 내주고 즉석에서 잘라먹도록 하는 것도 무척 맘에 든다.

일본인들도 즐겨 찾아온다는 이 집을 찾는 것은 그리 쉽지는 않다. 삼청동에서 감사원을 지나 성균관대 후문 쪽으로 가면 굴다리가 나오는데 여기를 지나면 바로 왼쪽에 있다. 닭볶음탕과 삼계탕 모두 1인분에 8000원. 전화 02-764-8571.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8시. 첫째·셋째 일요일 휴무. 

한송이〈강남 유비여성클리닉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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