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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자존심 짓밟은 2.3%
의료계 자존심 짓밟은 2.3%
  • 의사신문
  • 승인 2006.12.1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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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소자 <서대문 나산부인과의원장>

▲ 남소자 원장
내년 건강보험수가가 2.3% 인상으로 결정되었다. 의사에게 팁같이 던져주는 거의 보이지도 않는 병아리 눈물 같은 인상률을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2001년 의약분업 이후 건보재정이 파탄 나 특별법까지 만들어 한해 4조원씩이나 국민 세금을 돌려쓸 정도로 재정이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자기 어려운 것만 강조하는 공단은 물론 보험료를 올리고 의료수가 낮추는 데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는 것이 소위 전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라는 참여정부의 태도다.

근시안적 정책에 국민·의료계 멍들어 국민세금을 끌어오고 보험료는 보험료대로 매년 3∼8.5%까지 올려 2003년 1조5000억쯤 흑자 났다고 좋아하고 암 치료비, 병원 밥값, 6세 이하 어린이 입원비용 면제 등 전시성·선심용 정책을 펴다 2003년 15조원이던 건보지출이 올해 22조4000여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러자 또 국민에게 손을 내밀고 의료계에는 원가이하의 진료를 하라고 강요를 하는 것이다. 그것이 고작 2.3% 수가인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국가백년대계정책은 커녕 창문 앞도 못 내다보는 근시안적 정책으로 피곤한 쪽은 국민과 의료계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를 외면하고 의료수가만 올려달라는 것은 아니다. 고통은 국민과 함께하자는 것이 우리 의료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운영을 방만히 하고 세금 멋대로 쓴 경영 잘못을 국민이나 의료계가 지라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물가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이 수가대로 나가다가는 일선의원들이 진료비 손해가 1∼1.5%나 돼 한해 1억원의 진료비를 올린다면 100만∼150만원의 손해를 본다는 통계도 있다(물론 진료비가 높은 의원은 손해 폭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 결과는 떨어질 대로 떨어지는 의사 자존심을 더욱 깎아내려 눈(雪)으로 눈(眼)을 씻으니 눈(雪)물인지 눈물인지 모르게끔 됐다.

유권자의 눈치만 보는 정책, 보건복지부의 준말이 보복부라고 의사에게만 보복을 하려는 것인지 포퓰리즘의 끝 간 데가 어딘지 알 길이 없다.

건보공단의 방만한 운영이 곳곳에 드러나는 보도가 나온 지도 오래됐다. 공단직원의 교육훈련비가 2004년 12월 한 달에만 1년 전체예산의 36.4%, 2005년 12월에는 42.4%나 썼다는 보도는 그때까지 아껴둔 예산을 한꺼번에 쓴 결과(예산을 다 쓰지 않으면 다음해 예산에서 필요 없는 줄 알고 깎인다고 함)로 보인다.

2004·2005년 신입직원 보수과정 프로그램을 지리산 종주, 스키강습, 수상래프팅 등에 총 1억4500여만원을 썼다고 돼 있는 것을 보고 벌어진 입을 닫을 수 없다.

건강보험업무에 래프팅이나 스키강습이 왜 필요한지, 그런 놀음에 국민혈세를 써도 되는 것인지….

방만운영 막고 적절한 수가보상 시급 공단직원의 인건비 상승은 물가인상률보다 더 높은데 왜 의료수가는 자꾸 낮추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전문성 없는 임직원의 낙하산식 자리채우기도 문제고 선심성 보장확대에 매달리다 적자가 나면 애꿎은 담뱃값이나 인상하고 보험료를 올려 수지균형이나 맞추려는 알량한 경영은 이제 그만 둘 때도 됐지 않았나 싶다.

국민 건강을 위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건강보험 재정이 균형을 이루고 수가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 이뤄진 후에 해야 하는 것이다. 의료계는 저수가로 고통받고 있는데 국민들에게 보장성을 강화한다면 결국 의료계의 고통은 다시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느 시민단체가 조사한 결과를 건보공단직원은 다 알 것이다. `보장성을 낮추더라도 보험료 인상은 안된다'는 응답은 다른 산의 나쁜 돌도 내 구슬 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을 되새겨 볼 때다.

남소자 <서대문 나산부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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