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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에서의 의학교육 <14>
개원가에서의 의학교육 <14>
  • 의사신문
  • 승인 2006.12.18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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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위한 실제적 학습목표 달성 '최적'

김 원장은 3년 째 개원을 하고 있는 가정의학과 의사다. 이제는 웬만큼 단골 환자 수도 확보되었고 어느 정도 수입이 유지되지만 퇴근 무렵이 되면 뭔가 공허감마저 든다. 그러나 일주일 전부터 대학병원에서 학생이 파견 실습을 나오면서 이러한 일상이 바쁜 쪽으로 큰 변화가 왔다. 학생은 진료 중간 중간 틈이 나면 환자에 대해 토론의 상대도 되고 진료 업무에 색다른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하지만 환자 수는 그대로인데 진료 대기시간은 길어지고 어떤 때는 학생 진료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늘어놓는 환자도 생겼다.

최근 들어 의학교육은 지역사회 의원에서의 의학교육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전문의의 비율은 높지만 결국 많은 의사는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나면 개업을 하여 자신만의 진료 환경을 갖게 된다. 그래서 양질의 일차의료 의사가 되려면 학생교육에서부터 미래의 진료 환경 속에서 능동적인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

#학생교육에 개원가 현장학습 필수

지역사회 개원가에서 학생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의과대학의 졸업 전 교육목표는 일차의료를 수행할 수 있는 의사를 만드는 데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학생교육은 거의 대부분 대학병원의 병동이나 외래에서 접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더욱 심각한 일은 전문의를 취득하고 난 후에 80% 이상이 개업을 하는 현실 속에서 자신의 미래 의사 역할에 필요한 일차의료 교육기회를 학생교육에서조차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대학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는 지역사회에서 자의로 혹은 다른 의사의 의견에 따라 의뢰되어 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환자는 건강문제의 연속선상에서 기질적 질병 단계로 치우쳐 있고 진단이나 치료에 있어서도 초전문적인 과정을 따라가게 된다.

따라서 병의 초기 단계 혹은 만성병의 진행 과정 중에 있는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어떻게 접근하고 환자의 지역사회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은 개인 의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의료기술의 발달, 포괄수가제도, 환자의 편리성을 강조하는 최근 의료계의 변화는 환자들이 건강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병원에 입원하는 기간은 가급적 줄이고 추후관찰은 지역사회 의원을 통하여 일어나도록 융통성을 발휘하게 하였다. 환자의 건강문제 해결에 있어서 대학병원과 지역사회의원이 한 팀을 이루어 접근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환자진료의 지속성을 이해하고 적절한 자문과 의뢰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학생교육에 지역사회 의원 현장학습을 포함시켜야 한다.

셋째, 대학병원에서는 학생들에게 가르쳐줄 수 없는 독특한 의료영역이 개인의원에 있다. 예를 들면 의료 현실을 감안하여 환자-의사 관계를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는 개원가에서 더 정확하게 경험할 수 있다. 성공적인 개원을 위해 필요한 병원 운영 전략을 수립하는 것 역시 개원가에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이미 알려진 질병뿐 아니라 미분화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 건강증진을 원하는 환자의 진료, 안심시키고 관찰하는 것이 치료 방법인 환자의 진료 등은 대학병원보다는 일차의원에서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자신의 미래에 필요한 실제적인 학습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곳은 바로 지역사회 의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의대생을 교육하는 개원의사는 어떤 보람을 느낄 수 있는가? 미국의 한 의학과 3학년 학생의 가정의학 실습교육에서 지도의사로 참여한 개원의의 88%가 자신의 역할에 만족을 하고 있었다. 지도의사에게 학생 교육에 대한 동기 유발 요소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으로부터의 자극과 교육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라고 했다. 학생이 의원에 파견을 나오면 학생과 함께 최신 의학지식을 찾아보게 되어 좋고 진료 업무 자체를 재미있게 이끌어갈 수 있는 점이 좋다고 한다. 외래 교수 임명장과 같은 학생 교육에 대한 인정서는 환자들에게 의사의 질이 높다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 하지만 학생 교육에 참여함으로써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는 진료시간이 길어지고 진료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학생 교육을 하는 의사는 진료를 더디게 봄으로써 하루 평균 1시간가량 일을 더하게 된다는 보고가 있다. 반면에 개원의가 의과대학에 들어가 강의 혹은 튜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누군가가 환자진료를 대신해 주어야 하고 일부 병원 수입 감소를 감수해야만 한다. 이에 비교하면 의원에 학생 파견을 받아 교육을 시켜 주는 것은 비교적 희생이 적은 편이다.

#조기발전·만족감등 개원의도 상승효과

지역사회 의원에서 학생을 교육하는 지도의사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조사에서 학생교육의 여러 가지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되었다.

첫째, 많은 지도의사는 자신이 의학교육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사실 자체에 만족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 자기의 선배 의사 혹은 스승이 교육적인 감명을 주어 자기가 한 의사로서 성장을 하였듯이 후배들이 자기의 교육적인 도움을 받아 성장하는 것을 보고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다.

둘째로 학생을 가르치는 과정 자체가 의사뿐 아니라 교육자로서 자기 발전의 계기가 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학생 교육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대로의 교육 비결이 생기고 스스로 자신감을 얻으면서 일종의 색다른 영역에서의 성취감을 맞볼 수 있다고 한다. 학생 교육이 단순한 진료 업무에서 오는 지루함과 매너리즘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청량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셋째, 다른 지도의사들과 환자나 병원 경영과 관련된 이야기 말고도 학생 교육에 관한 의견 교환이나 토론을 할 수 있는 점이 새로운 동료의식을 갖게 한다. 물론 아직 성숙하지 않은 후배 학생들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도 있지만 성공적인 학생 파견교육 사례에 관한 정보 교환은 새로운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넷째, 외래교수 임명장을 진료 대기실이나 진료실에 걸어두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 교수로서의 자질을 함께 갖추고 있다는 자신감이라고 한다. 특히 외래교수개발 워크숍이나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전혀 다른 차원의 동료를 새로이 만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마치 어려운 환자 문제를 자기주도적인 학습으로 해결하듯이 학생교육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지식과 기술을 연마하는 과정은 색다른 만족감을 가져온다고 한다.

다섯째, 개원의가 학생교육을 맡기로 결정을 할 때는 대개 이미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가르칠 기회가 있었던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전공의 시절의 학생교육 경험이나 지역사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경험은 학생 교육에 대해 적극적인 수용태도를 가지게 한다. 의사는 환자를 볼 때마다 매순간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에 소명의식을 지닌 평생 교육자이다. 지도의사 경험을 가진 개원 의사들이 자기의 학생 교육자로서의 역할이 환자를 가르치는 역할과 다를 바 없다고 표현하는 것은 학생 교육자로서의 기능이 결코 낯설지 않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개원의사로서 해가 갈수록 쌓이는 전문가적인 경험을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바로 학생교육이다. 지도의사의 학창 시절에는 쉽게 배우지 못했던 교육 포인트를 스스로 여러 환자를 경험하면서 새로이 깨닫고 정리할 수 있었을 때 이를 전수해 줄 대상이 바로 의과대학 학생이다. 지도의사가 미래의 의료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환자-의사관계의 전형적인 시범을 보임으로써 자연스럽게 또 다른 좋은 의사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일부 의과대학에서 외래 교수에 대한 교육과정을 개발함으로써 지금은 대학병원의 외래 교수라는 직함이 그리 낯설지 않고 과거처럼 형식적인 발령도 줄고 있다. 학생에게 제대로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교수개발이 매우 중요하다. 외래 교수에게 교육자로서의 정체성을 심어 주기 위해서는 잘 짜인 외래교수 개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의 의학교육의 방향이 일방적인 강의를 지양하고 소그룹 중심의 자기 주도 학습을 강조하고 있으므로 학생 스스로 교육에 적극 참여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교수법을 지도의사에게 교육해야 한다. 외래 교수가 근거를 중심으로 가르치고, 적절하게 질문을 하고, 효과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학생 교육에 훌륭한 모범을 보인 지도의사에게 `올해의 교육자상' 혹은 인증서를 수여하는 것도 지도의사의 교육자로서의 자부심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박훈기 <한양의대 의학교육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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