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9:45 (목)
경만호회장, 일간지에 백혈병 칼럼
경만호회장, 일간지에 백혈병 칼럼
  • 김기원 기자
  • 승인 2006.12.15 1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만호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이 최근 ‘백혈병 고액진료비’ 논란과 관련, 지난 11일자 문화일보에 ‘백혈병 환자에게 건보의 희망을’이라는 칼럼<하단 기사>을 게재하고 의료진 억울함과 함께 의료계의 입장을 명쾌히 밝혔다.

경회장은 ‘물이 아주 귀한 사막 지방의 어떤 나라’의 예를 들었다. 일예로 어떤 집에서 불이났는데 소방차의 물이 없어 어느 집 상수도 물을 사용, 겨우 불을 끌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물이 워낙 귀한 탓에 소방관들에게 엄청난 수도요금이 부과됐으며 또 규정 이상의 물을 뿌린 행위에 대해 문책하겠다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경회장은 최근의 백혈병 고액진료비 논란도 이와 같다고 지적했다. 경회장은 “백혈병환우회의 주장과 성모병원의 억울함 호소는 아마 각각의 입장에서는 모두 일리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문득 백혈병을 앓고 있는 환자나 치료하는 병원 모두 잘못된 의료제도의 희생자”라고 밝혔다. 건강보험의 재정이 좀 넉넉하고 심평원의 기준이 보다 합리적이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경회장은 되물었다. “화재 진압이 목적인 소방관들에게 물 사용량을 제한한다면 불을 제대로 끌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환자를 살리고 봐야 하는 의사에게 약 사용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면 제대로 치료할 수 있을까”라고 말이다.

경회장은 마지막으로 “이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한다면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불신이 쌓이고 결국 의사는 소신진료를 꺼리게 되어 환자 치료에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 문제를 알면서도 방치했던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김기원기자 kikiwon@doctorstimes.com

-----------------------------------------

백혈병 환자에게 ‘건보’의 희망을
 

물이 아주 귀한 사막 지방의 어떤 나라가 있다. 그 나라에서는 물이 어찌나 귀한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의 양을 제한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화재 시 소방차 한 대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도 규정을 하고 있다.

어느 날 도심지의 어떤 집에서 불이 났다. 긴급 출동한 소방차들이 물을 뿌려댔으나 불길이 거세어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싣고 온 물이 바닥나 소방관들은 어쩔 수 없이 그 집의 상수도를 호스에 연결하여 물을 추가로 더 뿌린 끝에 겨우 불을 끌 수 있었다.

문제는 며칠 뒤에 일어났다. 집주인이 그날 사용한 수도 요금을 소방관들에게 청구한 것이다. 물이 워낙 귀한 나라인지라 엄청난 수도 요금에 소방관들은 그만 넋이 빠지고 말았다. 그것뿐이었으면 다행이련만 소방서에서 해당 소방관들에게 규정 이상의 물을 뿌린 것에 대해 문책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무슨 그런 황당한 나라가 있느냐고 웃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얘기와 비슷한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면 믿을까. 며칠 전 백혈병환우회라는 단체가 성모병원이 백혈병의 항암치료 과정에서 수백억 원대의 치료비를 과다하게 환자들에게서 받았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즉 “심사평가원에 진료비 확인 요청을 한 결과 성모병원이 수백억 원대의 진료비를 과다 청구하고 있는 사실을 적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성모병원은 “의료진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의 진료를 행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말하며 “백혈병환우회가 과다진료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환자들의 다수는 살리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은가. 아마도 양측 모두 일리가 있을 것이다. 환자는 치료를 받는 입장에서, 병원은 치료를 하는 입장에서 각자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백혈병을 앓고 있는 환자나 치료하는 병원 모두 잘못된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희생자라는 생각이 든다. 건강보험의 재정이 좀 넉넉하고 심사평가원의 기준이 보다 합리적이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예를 하나 들자면 이런 것이 있다. 항암치료를 받는 백혈병 환자는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있어 감기라도 걸릴 경우 금방 폐렴이나 뇌수막염 등 중증 감염으로 발전하여 생명이 위험하게 되는데, 균 배양 검사가 나오기 전이라도 효과가 기대되는 여러 가지 항생제를 투여하여 환자를 일단 살리고 보는 것이 의학적으로 타당한 일이며 또한 의사의 본분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심사평가 기준은 균 배양 검사가 나오기 전에 사용하는 항생제들은 대부분 삭감을 당한다.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한 약물이지만 정부로부터 그 비용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부득불 병원은 환자들에게 그 비용을 청구할 수밖에 없는데, 이번에 그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화재를 진압하는 것이 목적인 소방관들에게 물의 사용량을 제한한다면 불을 제대로 끌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환자를 살리고 봐야 하는 의사에게 약의 사용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면 제대로 치료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한다면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불신이 쌓이게 되고 결국 의사는 소신진료를 꺼리게 되어 환자의 치료에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또 지금까지 이 문제를 알면서도 방치했던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성모병원 의사의 말을 마지막으로 인용한다. “백혈병 환자들은 하루가 다르고 1분 1초가 다른 죽음의 경계에 있는 환자들입니다. 우선 살리기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 의료진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치료하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기사 게재 일자 2006/12/1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