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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액에 대해
부동액에 대해
  • 의사신문
  • 승인 2006.12.1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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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만해도 부동액 매우 비싸

폭스바겐 비틀이 공냉식 엔진이 된 것은 히틀러 집권 당시 부동액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겨울이 되면 차들은 차고에 들어가 있거나 냉각수를 모두 뺀 채로 보관돼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엔진과 함께 물이 얼어붙어서 엔진은 못쓰게 되기 쉬웠다.

히틀러는 국민차를 만들면서 설계자인 페르디나트 포르세(나중에 포르세를 창립하는 자동차 공학의 대가)에게 독일은 땅이 좁아 집집마다 차고를 지을 수 없으니 냉각수를 사용하지 않는 차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엔진의 열은 냉각 핀을 사용하여 방열을 해야했다. 공냉식의 엔진은 간단하고 가벼우며 유지 보수가 편하나 엔진의 발열량이 많아지면 불리한 점이 너무나 많아지게 된다. 800cc정도에 불과했던 독일의 국민차는 공냉식으로도 충분했고 라디에이터가 새거나 냉각수가 없어 과열되는 일도 없으며 사막에서도 그럭저럭 쓸만했고 동유럽의 혹한에서도 문제가 없었다. 지금도 폭스바겐 올드 비틀은 많은 수가 살아있고 필자도 차를 세워둘 공간만 더 있으면 하나 사고 싶을 정도다.

사실 엔진이 출력이 아주 클 필요는 없다. 그러나 메이커는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사치스러운 기분과 공간을 제공하고 엔진은 커지고 말았다. 그러나 많은 경우 엔진의 출력은 클 필요가 없다(필자보고 사람들이 궁상맞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엔진의 출력과 발열량이 많아지자 공냉식의 엔진은 점차 엔지니어링의 한계에 부딪혔다. 공냉식을 유지해보고 싶은 엔지니어링 지향의 회사들은 모두 실패하거나 좌절하게 되었다.

혼다 소이치로(혼다의 창업자)는 불가능이 없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독학이 아니라 무학에 가까운 지식으로 엔진을 직접 만들 수 있었던 용감한 개발자 역시 발열량이라는 문제 앞에는 손을 들고 말았다. 혼다의 공냉식 엔진은 실패로 끝났다.

마지막까지 공냉식을 유지한 차는 포르세 박사의 폭스바겐의 DNA를 갖고 있던 포르세 911(964)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차 역시 혼잡한 도로에서 공냉식 엔진의 발열량 한계에 곧잘 접근하는 문제가 있었다. 주변의 차들이 라디에이터 팬이 돌아가면서 잠시 짜증을 내는 동안 964의 운전자는 냉각수와 오일의 온도가 레드존에 접근하는 공포를 맛볼 때가 있다. 온도가 더 올라가면 차를 세우고 트렁크를 여는 수 밖에 없다(폭스바겐 올드 비틀과 일부 포르세는 엔진이 뒤에 있다).

물을 냉각매질로 사용하면 문제는 간단하게 끝난다. 라디에이터와 호스로 연결하고 물펌프를 돌리면 되기 때문이다. 라디에이터의 재질이 초기에는 황동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옛날차 중에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아예 장식을 겸해서 차 밖으로 나온 경우도 있었다. 자동차의 초기 디자인은 아예 라디에이터를 밖으로 빼고 신전의 기둥 모양으로 디자인해 버린 경우도 있었다. 요즘에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작은 은박들이 꼬불꼬불 접혀 있으니 이런 디자인은 불가능하지만 효율이 떨어지는 라디에이터로도 초기에는 충분했던 것이다.

겨울에 물이 어는 문제는 에틸렌글리콜을 사용하면서 거짓말처럼 사라지게 되었다. 약간의 독성은 있지만 맹독성은 아니며 흡수되거나 들이마시지만 않으면 별 문제가 없기 때문에 모두 다 사용하게 된 것이다. 영하 30도까지는 그럭저럭 아무런 문제가 없이 버틸 수 있게 되었고 첨가제를 집어넣으면 엔진내부에 슬러지가 끼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물론 에틸렌글리콜 이전의 부동액 개발에는 엄청난 시행착오가 있었다).

부동액을 싸고 쉽게 구하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는다. 70년대만 해도 부동액은 비싸서 어떤 사람들은 겨울에 시동을 걸어 놓거나 차 밑에 작은 모닥불을 켜놓거나 아주 추운 밤이면 물빼는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그러나 숨은 비용이 있다. 부동액은 독성이 있다. 차의 파이프 연결부위에서 새어나오거나 실내에서 부동액이 샌다면 antifreze poisoning이라는 의학적 문제가 발생한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폴리프로필렌 글리콜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부동액의 독성이 큰 문제였으나 소비자들에게는 널리 홍보되지 않았고 지금도 대부분의 차들은 에틸렌글리콜을 넣고 주행하고 있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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