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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 조정법, 입증책임 전환이 최대 이슈
의료분쟁 조정법, 입증책임 전환이 최대 이슈
  • 김동희 기자
  • 승인 2006.12.13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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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는 12일 의료분쟁 관련 3개 안에 대해 통합 논의를 시작했다.

이 안들은 모두 의료와 관련해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발의됐지만 내용은 많은 차이를 두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됐을 경우 영향력은 가히 폭발적일 것이라는 것이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 일반적인 견해다. 하지만 구체적인 사안과 관련해서는 정부, 의료계, 시민단체 등이 모두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조절이 어려운 상태다. 의료분쟁조정법 논의는 이미 20여년 전부터 논의가 시작됐으며 이와 비슷한 취지를 담고 있는 법안은 지난 15대 국회에서도 상정됐지만 국회 통과가 좌절된 적이 있어 그 어려움을 대변해 주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는 보건복지위 소속 모든 의원들이 모두 이 법안 통과를 위해 애쓸 것을 다짐하고 있지만 각계의 의견차는 너무도 뚜렷해 통과 여부는 아직도 미지수다.

이날 논의를 시작한 세가지 법안은 제명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안명옥안은 ‘보건의료분쟁의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이라고 함으로써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기우안과 청원안은 모두 ‘의료사고’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이미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더불어 ‘피해 구제’라는 용어도 의료계에서는 쉽게 용납하기 어려운 표현이다.

특히 이기우안과 청원안에서 동시에 채택하고 의료사고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항목은 의료계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기우안은 의료사고 발생시 개설자 및 보건의료인이 주의의무를 태만하지 않은 점을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내용은 다른 손해배상소송에서는 피해자가 이에 대한 내용을 입증해야 하는 법 논리와 내용을 달리하고 있어 지나치게 의료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은 입증책임 전환의 찬성 근거로 의료소송이 다른 소송과 달리 증거가 의료진측에 편중돼 있어서 일반인의 입장에서 피고의 과실 여부,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 반대 근거로는 과실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은 의료인으로 하여금 방어진료를 조장하도록 하는 우려가 있다며 결국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협은 환자측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이어서 공평의 이념이나 무기대 등의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담당자는 해외에서도 의료인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입법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입증 책임을 완화해서 적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법적 명문규정을 두는 것보다는 재판관의 융통성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것은 의료사고의 원고 승소율을 높임으로써 합의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사고조차도 무조건 소송으로 가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정전치주의와 관련해서도 3가지 입법안은 뚜렷한 견해 차이를 보였다. 안명옥안은 보건의료분쟁에서 조정절차를 종료한 후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필요적 조정전치주의를 채택한 한편 이기우안은 선택적으로 조정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했다.

조정전치주의는 소송과정을 밟기 이전에 미리 조정과정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사전에 타협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자는 것. 이는 의료관련 소송이 급증하고 있는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의료계 주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송으로 가기 전에 미리 조정과정을 거침으로써 상호간에 손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를 임의적으로 할 경우에는 소송을 급증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필요적 조정전치주의를 채택하는 입법례는 가사소송법 및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위원회는 재판청구권을 제약할 경우 국민의 권리 구제방식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어 입법과정에 논란이 될 전망이다.

형사처벌 특례와 관련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형법 268조는 업무상 과실 또는 중과실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때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안명옥안에서는 이 가운데 치상죄를 범한 경우 종합보험 등에 가입했다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과실의 정도, 사고의 사정 등에 대한 고려 없이 의료분쟁을 무분별하게 형사사건화 하는 경향은 진료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으며 방어진료를 하도록 초래한다는 것이다. 최근 흉부외과를 비롯해 산부인과, 외과 등 사고 위험이 많은 전공과의 기피현상은 이런 경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기우안에서는 반의사불벌죄를 채택, 환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로만 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에서는 헌법상 평등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의 의견을 표하고 있다.

이외에도 무과실의료사고의 보상 및 기금 마련과 관련해 이기우안은 국가, 보건의료기관 개설자, 보험사업자 등이 재원을 마련하고 3000만원 범위 내에서 국가가 보상토록 하고 있으며 안명옥안은 그 범위를 5000만원까지 높이고 있다. 하지만 청원안에는 이와 관련된 조항이 없어 과실책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위원은 의료분쟁은 과실과 무과실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구제가 없을 경우 법률안에 의한 의료분쟁조정기능이 취약해질 수 있다며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강봉훈기자 bong@doctor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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