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0:11 (목)
본지 김동희 기자, 태국 · 미얀마 접경
난민 의료봉사 동행 취재기 <상>
본지 김동희 기자, 태국 · 미얀마 접경
난민 의료봉사 동행 취재기 <상>
  • 김동희 기자
  • 승인 2006.12.11 16: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병마고통 씻는 구슬땀에 희망의 샘 솟아

“사린강 푸른 물 너머엔 내 고향이 있다네∼” 미얀마 군부독재의 박해를 피해 탈출한 카렌족 난민들이 눈앞의 사린강 너머에 있는 조국을 그리워하며 부르는 노래다. 우리는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모른다. 자유와 방종, 구속을 혼돈하면서 살고 있지만 저들이 추구하는 진정한 자유는 내가 서 있을 수 있는 땅을 가지고 싶어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부터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 같다.

난민촌의 풍경과 사람들을 보면서 받았던 충격에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나는 행복한 나라의 국민이라는 단순한 생각도 며칠만에 서서히 잊혀져 가는 것은 내 생각의 아둔함인가? 경희의료원 한마음봉사단의 일원으로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태국 치앙마이 북쪽 고산족 마을과 미얀마 국경 카렌족 난민촌 의료봉사를 다녀오면서 십수년의 기자생활 중 한번도 가보지 않은 해외의료봉사에 대한 설레임은 그렇게 막연히 깨져갔다.

경희의료원 한마음봉사단 조중생 단장(이비인후과)을 비롯한 신옥영(마취과), 김수철(흉부외과), 한미영(소아과) 교수를 비롯한 간호사, 행정지원팀 27명은 지난 9일 오전 9시50분 태국 국경 난민촌에 경희의료원의 인류애를 실천하기 위해 장도에 올랐다. 이날 오전 7시 인천공항에 모인 의료봉사팀은 여러 번의 해외봉사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번 진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준비한 자동혈액분석기, 심장초음파기, 안과진단기 및 의약품, 소모품 등을 늦게까지 준비하느라 다들 피곤한 모습이었다. 삼삼오오 커피와 도너츠로 아침식사를 떼우고 의료진이 최초로 들어간다는 고산족 지역과 난민촌에 대한 막연한 정보를 나누며 기대와 설레임, 두려움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인천공항의 북적거림을 느끼며 준비한 많은 의약품을 수하물로 부치려 하는데 수하물이 30kg을 넘을 수 없다는 항공사 직원의 제지로 무거운 약품가방의 무게를 줄이느라 각자의 짐에다 분산하는 것부터 힘든 여정이 예고됐다. 부랴부랴 짐을 나누고 면세점 쇼핑의 여유도 즐길 새 없이 방콕으로 가는 타이항공 923편에 몸을 실었다.

약 6시간의 비행 후 방콕 신공항인 수안낙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숨돌릴 틈 없이 바로 태국 북부 치앙마이로 가기 위해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탄 후 드디어 오후 5시경 치앙마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치앙마이 공항에서 준비한 수화물을 찾고 공항검색대 통과를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데 한 공항 관리가 의약품의 반입을 불허한다는 통보를 해왔다. 난민촌으로 가기 위한 의약품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전 정보를 들은 바 없다고 강력히 제지하는 관리 앞에서는 이 지역 교회와 지역 국회의원의 초청장도 무시됐다. 의료봉사팀이라고 설명해도 자신의 나라 국민과는 아무 관계없다는 관리의 주장 앞에서 나라 잃은 난민의 슬픔이 느껴졌다. 일단 의약품 모두를 공항에 맡긴 채 준비된 버스편으로 태국 제2의 도시 치앙마이 시내로 들어왔다. 백화점내 한국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은 후 한마음봉사단을 도와 통역, 안내, 식사 등을 도와줄 메짠공동체(대표·정도연 목사)를 비롯한 20여명의 자원봉사자들과 상견례를 했다. 이때 경희의료원 간호사를 지내고 현재 태국에 국제협력단 요원으로 파견되어 있는 전경숙 간호사(현지 간호대학 교수)가 옛 동료들과 함께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합류해 뜨거운 상봉을 했다.

#고산지역 카렌족에 인류애 펼쳐
다시 전열을 재정비한 한마음봉사단 해외의료봉사팀은 해발 1000미터의 메<&02988> 고산지역 카렌족들에게 뜨거운 인류애를 펼치기 위해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4시간여 비포장 도로를 달렸다. 드디어 밤 11시경 현지에 도착했다. 우리 시각으로 새벽 1시쯤이니 서울의 자기 집에서 출발한지 꼭 20시간 만이다. 공사 중인 메<&02988>교회에 마련된 진료소를 둘러보고 대충의 세면만 한 채 시멘트 바닥에 지붕만 올려놓은 군 내무반 같은 막사에 침낭을 깔고 누우니 드디어 오지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각종 벌레와 모기, 새벽추위와 싸우며 비몽사몽으로 밤을 새니 새벽부터 수탉이 홰를 친다.

새벽공기의 달콤함을 뒤로하고 세면대 사정이 나쁜 것을 감안해 대충 씻고 현지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준비한 아침을 먹었다. 여기서는 누가 챙겨주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철저하게 자기 물건과 식사는 알아서 챙기고 먹어야 했다. 국경에서 70km 떨어진 메똠지역의 카렌족(카렌싸코족)은 미얀마에서 태국, 라오스 등 여러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카렌부족 중 하나다. 태국내 소수민족으로 태국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깊은 산중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수월치 않은 태국어 통역 복병으로
이 지역에는 약 1500여명의 카렌족들이 살고 있지만 의료봉사팀이 방문한 것은 최초라 최선을 다해 진료해달라는 정도연 목사의 설명 후 오전 8시. 드디어 첫 진료를 시작했다.

산속 깊은 곳에 있던 노인들과 아이를 업은 엄마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간호팀에서 문진 접수를 하고 자원봉사자의 안내로 각과별로 마련된 진료소에 환자들이 줄을 섰다. 그러나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통역자원봉사들의 태국어가 통하지 않는 것이었다. 급히 현지인 전도사들이 투입, 현지인들의 증상을 듣고 태국어로 통역해주면,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이 다시 우리말로 전해주는 2∼3중의 통역이 진료팀들을 괴롭혔다.

대부분이 의료혜택을 전혀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증상 및 투약법을 설명하기에는 너무 큰 장벽이 가로 막혀 있었다. 그러나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기술로 병마의 고통에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일념으로 구슬땀을 흘리며 진료하고 통역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 아름다워 보였다. 누구하나 꾀부리는 사람 없이 안내하고 진료하고 투약하다 보니 식사시간을 놓치기는 일쑤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