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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의료의 질관리를 위한 향후 발전과제
12.의료의 질관리를 위한 향후 발전과제
  • 의사신문
  • 승인 2006.12.1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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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준 도입 · 임상진료까지 질관리를

들어가는 말 의료의 질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혹은 불완전한 의료행위로 발생한 문제의 해결에 관한 규정은 의료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기원전 1800년 전후에 기록되었다고 전해지는 함무라비 법전에는 의료사고로 피해를 입힌 의사에 대한 처벌규정이 기록되어 있다. 이 법전이 당시 근동 지방의 관례를 정리한 것이라는 점에서 보면 비교적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이 많았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한편 불완전한 의료에 대한 불만, 혹은 개선에 대한 반응으로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히포크라테스 전집의 한 권인 법도(the Law)에 실려 있다. 이 소논문에서 의사들은 그 능력을 확인할 수 없는 의사들(돌팔이)이 행하는 의료행위로 환자와 의료계 모두가 피해를 입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흥미로운 기록들을 통해 의료의 질관리에 대한 관심은 여러 형태로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사회의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의 질관리 역시 발전하여 왔다. 우선 의사의 과오에 대한 처벌(혹은 함무라비 법전에서처럼 잘못에 비해 과중한 처벌을 방지하는 것)에서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시 하는 방향으로 변화했고, 그 주체 역시 의사 개개인에서 기관으로 옮겨졌다. 발생한 사건의 처리에서 사건 발생을 예방하는 차원으로, 의료의 질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할 수 있도록 평가 기준과 기제를 마련하는 체계적인 발전을 보였다. 특히 방사선영상의학과나 진단검사의학과의 경우에는 국가 차원의 표준화된 질관리 기제와 관리활동을 활성화하였다.

질관리의 지향점
질관리의 지향점은 무엇인지 설정하는 일이 필요한데, 의료사고로 인한 손실을 살펴보게 되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2005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구 용역에 의하면, 의료분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연간 1800억 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손명세). 여기에는 소송비용, 진료손실, 진료비 감면 등과 같은 기회비용이 포함되어 있으나 의료진의 정신적 비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정신적 충격이 진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의료분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사고의 예방과 의료사고에 대한 부적절한 대처로 발생하는 의료분쟁의 예방-위기관리(Risk Management)-이 질관리 업무의 핵심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어떤 개선이 필요할 것인가
우선 환자의 만족도나 의료진과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도 향상을 질관리의 목표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환자가 의료기관의 동기와 최선의 노력을 납득할 때 분쟁으로 발생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조사되었다. 심지어 의료진이 과오를 고지하는 경우 환자의 만족도가 떨어지거나 소송으로 진행하는 비율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연구도 있다. 결국 의료기관 입장에서 큰 부담요인인 의료분쟁의 예방에도 환자 만족도나 신뢰도 향상이 중요하게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환자가 치료 방침이나 치료 방법에 관해 적절한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치료 방침의 결정권을 갖도록 하며, 의문점이 있을 때 물을 수 있는 기전을 마련하는 것은 인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분쟁의 예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 의료진에 대한 교육, 환자에 대한 고지(입원 시 배포하는 환자 권리 장전 등의 방식으로 수행되는), 환자 만족도 관리부서의 운영 등이 필요하다 하겠다.

두 번째로 객관적 지표가 존재하지 않는 임상진료에 대한 질관리 방안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진료 행위는 의사가 자신의 의학적 지식에 근거하여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고 이에 맞는 치료 방침을 결정, 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의 개별적 특징, 주변의 상황, 인간 관계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반화하고 지표를 개발하기 쉽지 않다. 최근 대한의학회가 중심이 되어 진행 중인 `임상진료지침(Practice Guideline) 개발'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다. 진료의 결과가 의료진이나 환자 측에서 기대했던 것과 다를 때 진료 과정을 검토하고 평가하기 위한 일종의 준거로서 임상진료지침이 기능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임상진료지침의 개발뿐 아니라 적용 및 개선 작업에는 의료진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의사들 일부에서 진료지침이 결국 의사의 자율성을 침해할 것이라 의구심을 품고 있으나 임상진료지침 개발의 동기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납득시키는 과정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환자의 만족도 향상을 지표로 하고(윤리적 법적 의사결정 지원을 포함하여) 임상진료지침 개발 등 종합적인 질관리 정책의 개발이 필요하다. 임상 각과에서 그것도 일부 임상과에서만 수행되는 질관리로는 의료기관 전체의 질관리에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경영진이 지속적으로 개입하고 노력하여 리더십이 지속성을 띠고 유지될 수 있도록 하며 의료진을 설득하고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네 번째로 글로벌 스탠다드를 설정하여 JCI 등의 기준을 도입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이제는 한국도 의료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으로 가야하고, BT사업과 의료서비스 산업이 국가 주력 산업으로 부상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질관리는 점차 의료기관 전체의 위기관리로 발전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환자의 만족도를 지표로 삼고, 임상 진료행위까지 질관리의 대상으로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질관리 전문가의 양성과 병원 경영진의 의지가 필요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거기에 더해 국제적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







손명세 <연세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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