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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노조시대 활짝' <상> - 설립 배경과 의미
`의사노조시대 활짝' <상> - 설립 배경과 의미
  • 정재로 기자
  • 승인 2006.10.30 1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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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환경 개선 마지막 보루' 기대속 출범

 의사노조시대가 열렸다.

그 동안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의료계의 관심을 모아왔던 전공의 노동조합이 지난 30일 설립신고를 마침에 따라 3년간의 기나긴 준비과정 끝에 드디어 노조설립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의협과 병협의 껄끄러운 관계 속에서 무리하게 출범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그 출발이 그리 순탄치 않아 보인다. 이에 본지는 그동안 전공의 노조 추진과정을 되짚어보고 `의사 노조' 시대의 의미와 향후 노조의 방향, 그리고 남은 과제가 무엇인가를 점검해 본다.

#의료계 찬반논란 끊이지 않아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지난달 30일 `대한전공의 노동조합(이하 전공의노조)' 설립을 노동부에 정식 신고함에 따라 대전협 현 이혁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노동조합을 공식 출범시켰다. 전공의노조가 본격 논의된 지 3년만이다.

 그 동안 의료계 내부조차 노조설립에 대한 찬반논란이 끊이질 않은 관계로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온 전공의 노조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에게는 마지막 보루라 할 정도로 상당한 기대를 받아왔다.

 사실 전공의들의 열악한 수련·근무환경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대전협이 지난 2004년 전공의 2492명을 대상으로 수련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공의들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100시간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평균연봉은 2400여만원에 머물렀으며 평균 야간당직은 주당 3회, 주말당직은 월간 2회가 기본인가 하면 근무시간이 120시간을 넘는 경우도 전체 30%에 이렀다.

이에 전공의의 66.6%가 급여에 대해 불만을 갖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수련환경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70.3%(1604명)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공의 75%는 `전공의노조가 생긴다면 가입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가입하겠다'고 응답하는 등 내부적으로도 노조에 대한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7기 집행부부터 논의

 이러한 전공의 수련의 열악한 환경이 지속되면서 결국 전공의 노조는 지난 2000년 의권투쟁을 기폭제로 산발적으로 논의되기 시작, 2003년 대전협 7기 당시 임동권 회장이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대전협은 2003년 8월 임시대의원 총회에 전공의 노조 설립을 공식 안건으로 채택, `전공의노조연구기획단'을 통해 전공의노조에 대한 사회적·법적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이후 2003년 11월 제1차 전공의노조 포럼을 시작으로 세 차례의 포럼과 대토론회 개최를 통해 의료계를 비롯한 전공의 내부의견을 취합한 대전협은 2004년 2월 전공의노조 설립 준비위원회를 발족, 8월 출범을 목표로 예정대로 추진해 나갔다.

 하지만 당시 노조설립 논의를 위한 임시총회 참석인원이 40여명밖에 되지 않았으며 토론회 참석 전공의 인원 역시 20여명에 지나지 않는 등 전공의들의 저조한 참여의식이 노조설립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했다. 또한 노조형식보다는 협의회를 강화하자는 방안이 언급되는 등 내부 반대여론이 형성됨에 따라 노조설립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됐다.

#의/병협과 의견접근 결국 실패

 결국 전공의 노조설립 문제는 8기로 김대성 회장체제로 지연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대한병원협회는 전공의 노조 설립이 유보되는 대신 병원협회가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는 교섭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 대전협이 이를 수용함에 따라 노조설립에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당시 대전협 김대성 회장은 “노조설립을 위한 모든 준비는 완료된 상태지만 최근 병협이 전향적인 자세로 대화를 요청해 옴에 따라 양 단체의 입장을 확인하는 가운데 합의의 가능성을 발견, 이같이 양해각서에 해당하는 합의안을 도출하게 됐다”고 밝혔었다.

 이에 따라 양 단체는 이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공의 후생복지 및 휴가휴무 관한 사항 △전공의 임금지급에 관한 사항 등에 대해 협상을 진행해 나가기 시작하면서 `연속당직 금지' `연 휴가 보장' 등의 협상 결과물을 도출하는 등 일부 성과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진행과정 속에서 여러 진통을 겪음에 따라 노조설립문제는 꾸준히 제기됐으며 결국 올해 초 대전협은 더 이상의 협상진행은 무리라고 판단, 독자적인 노조설립을 위한 작업에 다시 착수했다. 이후 4월 정기총회 때 미리 노조출범식을 가진 대전협은 의협의 적극적인 지지 하에 출범하고자 노동부 설립신고를 미루며 의협과 지속적으로 협상을 진전해 왔지만 결국 의견접근에 실패함에 따라 독자적으로 지난달 30일 설립신고를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3년간의 기나긴 줄다리기 속에 결국 전공의노조는 수많은 기대감과 우려를 안고 2006년 7월을 시점으로 출범했다. 이에 대전협 “앞으로 전공의노조를 통해 전공의들이 수련의 질을 높여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진료에 있어 환자의 안전을 한층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전공의노조 출범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줄 것을 주문했다.

#전문직노조 실질적 활동 다짐

 대전협 이혁 회장은 “노조가 설립되기를 오랫동안 기다리던 전공의와 지지해준 분들에게 자랑스런 조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며 “앞으로 노조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하는 한편 전문직 노조로서의 사명감과 실질적인 활동으로 오해를 풀어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의협과 병협의 껄끄러운 관계 속에서 무리하게 출범됐다는 지적과 함께 △내부 전공의들의 공감대 미확보 △노조 조직체계 미흡 △노조가입률 저조 △전공의들의 지역적·단위병원간의 갈등 △병협과 맞물린 `젊은의사공제회 사업' 등의 문제들이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어 향후 전공의노조의 활동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재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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