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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오일과 차량의 조건
엔진오일과 차량의 조건
  • 의사신문
  • 승인 2006.12.0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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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성능 제대로 유지하는 것이 관건

지난번에 엔진오일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엔진오일은 제때 갈아야 열화를 방지할 수 있다는 일상적인 이야기였지만 차의 주행 조건은 달리는 코스에 따라 극적으로 다르다.

어떤 경우에는 4000킬로마다 갈아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보통 메이커는 10000킬로마다 갈거나 또는 그 이상에서 갈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대도시의 차량 주행은 4000킬로마저도 차로 보면 아주 힘든 코스를 달렸다고 말할 수 있다. 도심지 주행이란 가혹한 주행에 속한다.

예전에 동차의 메이커가 제공하는 설명서에는 정상운행조건이나 가혹운행조건에 관해 상세히 설명내용이 없어 사용자나 정비사 모두 혼란스러웠었는데 최근에는 내용이 조금 상세해졌다. 현대자동차 TG그랜저의 취급설명서에는 다음과 같이 가혹운행조건에 대해 적었다.

① 짧은거리를 반복해서 주행했을 때 ② 모래, 먼지가 많은 지역을 운행했을 때 ③ 공회전을 과다하게 계속 시켰을 때 ④ 기온 32°C 이상의 혼잡한 시가지주행으로 50% 이상 주행했을 때 ⑤ 험한 길(모래자갈길, 눈길, 비포장길) 등의 주행빈도가 높은 경우 ⑥ 산길, 오르막길 등의 주행빈도가 높을 경우 ⑦ 경찰차, 택시, 상용차, 견인차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 ⑧ 고속주행(70Km이상)의 빈도가 높은 경우 ⑨ 잦은 정지와 출발을 반복적으로 주행하는 경우 ⑩ 소금, 부식물질 또는 한냉 지역을 운행하는 경우 등으로 되어 있다.

애매한 문구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냥 `가혹한 조건'이라고 모호하게 표시하던 것보다는 훨씬 구체적으로 설명이 되어 있는 것이다. 내차에 대해 몇 개 항목이 해당되는지를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가혹한 조건'을 벗어나려면 즉, 순수한 정상운행에 해당하는 것은 봄날에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톨게이트까지 시속 70Km의 속도로 정속 주행하거나 막히지 않는 시골길을 조용히 달리는 정도인 것을 알 수 있다.

같이 현실적으로 지극히 어려운 조건들을 놓고 `정상운행 조건'이라는 단서를 달며 엔진오일 교환주기를 1만∼1만5000Km로 계산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동차 중 몇 대나 이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참으로 의문이다.

필자의 경우는 삼성동 코엑스와 잠실의 롯데를 통과하는 이른바 저주받은 코스를 주행한다. 그나마 시간 때문에 난폭 운전을 하고 가끔씩 중미산이나 산길을 달리기도 하기 때문에 7번과 10번을 빼고는 거의 다 해당한다. 그러나 얌전히 운전을 하는 독자들도 가혹주행에서 많이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운전대를 잡으면 거의 막힌 길에서 공회전 하고 있다. 이때 주행하지 않은 기간동안에도 엔진은 계속 공회전 하며 공회전은 연소조건에서 매우 불리한 상황에 속한다. 대도시나 근교에 살고 있다면 2000킬로를 달려도 엔진은 몇 배를 달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엔진오일이 아무리 좋아졌어도 가혹한 조건 앞에는 어쩔 수가 없으며 엔진오일은 차를 달리지 않고 있어도 자동적으로 열화된다.

교환 주기의 판단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정비소에서 엔진오일을 찍어보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지만 충분한 정보가 되지는 못한다. 그래서 만 킬로마다 갈아도 된다는 사람부터 4000킬로마다 가는 사람까지 너무나 다양하다. 그러나 엔진의 성능을 제대로 유지하는 게임에서는 언제나 후자가 이긴다.

어떤 정비시는 오일교환주기는 메이커 권장치에서 2분의 1로 차감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아마 한계일 것이다. 필자는 3분의 1 정도에서 갈거나 2분의 1정도에서 교환한다. 더불어 자동차마다 각기 다른 조건들을 반영해야 한다. 차량의 성능이 좋아진 것은 어떻게 보면 엔진에는 많은 스트레스를 준다고 보아야 한다. 출력이 큰 차라면 더 자주 갈아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은 엔진을 아무리 튼튼하게 만들어도 마찬가지다. 특별히 강인한 특수재료 같은 것은 아무리 고급차라고 해도 `없다'라고 보면 된다. “만키로마다 갈면 됩니다”라고 하는 정비사는 본사에서 교육받은 것을 충실히 반복해서 설명하는 것이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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