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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의사 참여기회 확대를
젊은 의사 참여기회 확대를
  • 의사신문
  • 승인 2006.12.0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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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훈 <동작·하정훈소아과의원장>

▲ 하정훈 원장
당연히 의사회는 참여해야하는 것으로 알고 시키면 시키는데로 따라하는 것이 미덕인 줄 알았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 대한의사협회처럼 큰 의사회가 잘 된다는 소리는 참 듣기 힘들다. 잘되는 곳이라도 젊은 사람들의 참여가 적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회원들이 참여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임원들은 자기 시간 내서 희생하면서 열심히 일하는데 회원들은 일하지도 않으면서 불평만 한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런데 의사들의 사적인 모임에 가면 의사회는 일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는 말도 간혹 듣는다. 일부에서 그런 오해들이 있나 보다.

일선회원 불평에 적극 귀 기울여야

뭐 그리 먼 옛날의 일도 아니다. 90년 중반 의협공청회에 지정토론자로 나간 적이 있었다. 젊었던 나의 눈에 비친 의협은 정말로 나랑은 세대차가 났다. 단상에서 “의협이 양로원 같아 보이니 젊은 사람들을 좀 많이 참여시키자”는 말을 했더니 의협회장님이 그 말이 끝나지 말자 얼굴을 붉히면서 야단을 하시더이다. 의사들이 젊다고 해봐야 다른 사회에서는 다들 큰 사람대접 받을 정도인데 의사회에서만 애들 취급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2000년 의약분업의 그 뜨거웠던 여름도 나에게는 황당한 경험의 시절이었다. 수많은 회의들. 회의에 참석하면 많은 경우 결론은 이미 어딘가에서 만들어져 왔고, 참석한 사람이 자신의 주장을 마음껏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는 드물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참석해도 의견도 말하기 힘들었고 의견을 말해도 받아지는 경우도 별로 없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사실이 아닐지 몰라도 젊었던 나의 눈에 그렇게 비췄다는 것이다.

그런 곳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정말로 이상했었다. 돈 준다 해도 다시는 그런 분위기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나의 기억으로는 그랬다. 나는 요즈음 의사회 일을 하지 않으니 잘 모르지만 이제는 많이 개선되었으리라 믿는다. 옛날이 그랬다는 이야기다.

의사면허번호 28253번인 나는 현역 중에서는 이미 의사사회에서 위쪽의 3분의 1에 가깝다. 다시 말하면 나보다 더 젊은 의사가 전체 의사에게 3분의 2 가까이 된다는 말이다. 이들은 이미 의사사회의 주류다.

하지만 지금 이제 새롭게 등장한 젊은 의사들의 눈에는 과연 지금 우리의 의사회가 어떻게 보일까, 참여해서 자신들의 뜻을 펼칠 그런 기회가 주어진 곳으로 보일까? 아니면 노땅들이 자기들끼리 자리다툼하는 그런 추한 곳으로 보고 있지는 않을까?

젊은 사람들을 참여시키려면 젊은 사람들이 참여할 마음이 생기게 해줘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영화를 상영하는데 관객이 오지 않는다고 관객을 비난하는 영화관은 없다. 영화가 재미없을 따름일 뿐이다. 영화가 재미있으면 줄을 서서라도, 암표를 사서라도 오지 않던가. 참여하지 않은 회원들을 비난하기 보다는 참여하지 않은 것이 내탓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소속감이 있는 의사들이 줄어드는 것은 의사사회의 힘을 급속히 약화시킬 것이다. 잘되는 모임들은 확실히 뭔가가 있다. 일만 시키고 중요한 결정은 다른 사람이 하고, 열심히 일해도 윗사람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백지로 돌려지는 일이 벌어진다면 참여할 의욕조차 없어질 것이다. 젊은 사람들을 믿고 맡겨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참여 요구앞서 책임 부여 바람직

의사회도 이제는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예전처럼 의사들이 대접받아서 `에햄'하고 협상을 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높은 사람과 협상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민의 설득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들을 누가 잘 설득할 것인가?

국민들은 나이든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젊은 사람들이 더 많다. 회원 전체의 권익을 위해서 젊은 머리로 해결하는 것이 더 좋을 일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 참여만 요구하지 말고 아예 몇 부분을 뭉떵 떼어서 젊은 의사들에게 책임을 지게 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하정훈 <동작·하정훈소아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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