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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급 검진
일등급 검진
  • 의사신문
  • 승인 2006.12.0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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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철 <가톨릭의대 교수>

▲ 이원철 교수
일등급 검진이라고 제목을 정하고 나니 원래 의도는 그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언뜻 연상되는 것은 요즈음 유행하고 있는 수백만원 하는 검진이다. 일등의 개념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였는가에 따라 달라지니까 이러한 검진이 연상되는 것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원래 검진(screening)은 질병예방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의 하나다. 우리나라의 주된 사망원인이 암과 뇌혈관 및 순환기질환인데 우리나라는 국가암검진사업과 국가 건강검진사업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잘만 하면 이들 질환에 의한 조기사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수준높은 국가검진사업 수행 중요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현재 수행되고 있는 검진이 과연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일등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인가 하는 점이다. 면적에서 보면 절대 크다고 볼 수 없는 이 작은 나라에서 세계적으로 으뜸인 일등의 소식이 연이어서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세계적으로 일등으로 만들자는 주문이 별로 무리는 아닌 것 같다.

국가 유방암검진사업은 주로 서구 국가들을 중심으로 약 25개에 달하는 나라에서 국가검진사업으로 또는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지역사회검진으로 수행되어 오고 있다. 1989년부터 시작한 영국의 경우 이후에도 유방암의 발생이 계속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사업 시작 후 4년 내지 5년 후부터 감소하기 시작하여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자랑스럽게 발표하고 있다.

일등이라고 할 만한 일이다. 자궁경부암의 경우는 더하여 잘만하면 자궁암검진의 발생률을 이론적으로 90%까지 감소시킬 수 있고, 실제적으로도 80% 내지 60%의 감소를 보인 국가 또는 지역들이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완벽한 검진사업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일등이 되려면 국가 자궁경부암 사업에서 남들이 보여주지 못한 90%의 감소효과를 보여주면 된다.

계속 일등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실제로 일등을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국가검진사업들을 최상의 검진사업으로 만들자는 것이고 일등은 이를 위한 도구이기 때문에 일등의 개념을 차용해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검진은 수행한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고 사업수행 후에 대상질환의 사망률 감소라고 하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오히려 검진사업에 의한 위해(harm)만 남기 때문에 애당초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기 때문에 수준 높은 검진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간질환 등을 대상질환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국가건강검진사업은 세계적으로도 국가검진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그야말로 세계에 자랑할 만한 거리가 될 수 있는 호재다. 물론 세계에 자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최상의 국가검진사업으로 만들어서 그야말로 검진사업을 통하여 질병을 예방함으로써 우리 국민 모두가 건강한 상태로 노년기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검진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자 하면 우선 우리나라에 적합한 검진 가이드라인(몇 살에 시작할 것인지, 주기적으로 몇 년 마다 수행할 것이지, 검사방법은 무엇으로 할 것인지)을 잘 설정해야 하고 질적으로 우수해야 하며 대상자의 거의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검진에서 양성으로 나온 대상자들에 대해서는 진단, 치료에 이르기까지의 필요한 전 과정을 제대로 제공해 주어야 한다. 검진은 한 번 시작했으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시작하자고 하는 결정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의사사회 내부의 공감대 형성 시급

이러한 검진사업에 의사가 빠질 수는 없다. 그런데 언뜻 느낌에는 검진기관에 속해 있거나 국가검진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의사들만이 여기에 연결되어 있을 뿐 대부분의 의사들은 관여되어 있지 않거나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제도적으로 관여될 수 없도록 짜여 있는데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개념적으로 이러한 일에 관심이 적어서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일등 국가검진을 이루기는 매우 어렵다. 제도면에서도 뒷받침될 수 있도록 필요한 부분이 수정되어야 하겠으나 검진사업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건강수준을 최대한 올리고자 하는 의사사회 내부에서의 공감대 형성이 더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일 것이다.

이원철 <가톨릭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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