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7:56 (금)
의사
의사
  • 의사신문
  • 승인 2006.12.04 14: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일단 죽지않기 위해서는 숨을 열심히 쉬어야 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본능이기 때문에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신체에서 거부하지 않는 이상은 숨을 쉬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먹어야 한다. 또한 배출도 해야 한다. 이것을 제대로 못한다면 또한 제대로 살 수도 없을뿐더러 의사일을 하기란 더욱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단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한다든지 시험을 본다든지 실습을 한다든지 하는 것조차 어렵게 되니까. 그리고 잠도 자야한다. 잠을 자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다음에 의사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초등학생이던 그 어느 날 텔레비전이 고장 나서 기사아저씨가 와서 우리 집 텔레비전을 온통 뒤집어 놓은 것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전기를 다루는 것을 볼 경우, 고개를 쳐들고 입을 벌리고 거의 넋 나간 사람처럼 쳐다보고 있다. 너무나 신기하고 기사아저씨가 하는 일이 거의 신에 가까운 것 같은 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의사인 나 자신도 전기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식하기 때문이다. 어쩌다 실수로 물에 젖은 손으로 전기를 만지다가 짜릿하게 감전을 당하고 나면 전기아저씨에 대한 존경심은 더욱 높아진다.

 한 번 손대기조차 어려운 것을 마치 찰흙을 주물러 동상을 만들어내듯이 전기를 만지는 전기아저씨는 나보다 몇 배 천배 전기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전문가인 것이다. 그래서 전기에 대해서는 전기아저씨가 너무 훌륭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면 의사인 나는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현재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의사에 대한 불신이 과연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의사인 나를 어떻게 볼까를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사회가 변했다고 하더라도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의료에 대해서는 의사가 가장 전문가다. 이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가 사회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우선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의료는 환자 치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예방과 건강증진을 중요시 한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숨을 쉬고 먹고 배출하는 일과 같은 의사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 의사가 사회에 봉사 할 수 있는 일은 잘못된 의학적인 문제를 바로잡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만연해 있는 비의료인에 의해서 행해지는 잘못된 의료행위들을 앞장서서 바로 고치는데 매진을 해야 하지 않을 까 생각한다. 이것이 의사로서 가장 전문적인 일을 사회에 내놓을 수 있는 일이다. 방송을 통해 엉뚱한 건강상식이 전달되는 것도 의사가 나서서 막아야 할 것이며 어떤 약초가 마치 만병통치약으로 통용되는 상식도 의사가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의사로서 전문적인 능력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의사도 다른 분야에서 뛰어 날수 있지만 사회에 의사로서 위상을 세우고 의사가 의사로서 대우받기를 원한다면 이제는 더 이상 의사사회에서만 비판하고 불평할 일이 아니라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더 이상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잘못된 의료적인 일들을 가만히 보고 있는 것은 의사로서 의무과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건강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사회에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들도 진료실 밖에서 다양한 활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 기회가 온다면 방송을 통해 올바른 건강정보를 전달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일반인을 상대로 건강강좌를 펼치거나 인터넷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의사가 아닌 일반인들이 최소한 잘못된 상식으로 자기의 건강을 해치게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경주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