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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병원의 미래를 말한다<제도/정책적 지원책>
어린이병원의 미래를 말한다<제도/정책적 지원책>
  • 승인 2006.11.3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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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과>
어린이병원의 미래를 말한다-제도/정책적 지원책

이철<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과>



수가 현실화/기부 활성화 정부가 나서야

세계 최저의 출생률인 우리 나라는 어린이병원 육성을 통한 질 높은 어린이 건강관리를 제공함으로써 출산율을 높인 것과 버금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유는 출산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태어난 어린이를 건강하게 키워서 국가가 필요한 인재로 제공하는 것이 어린이병원이기 때문이다.

 UNICEF가 정의하는 선진국의 기준은 나라의 군사력이나 국민소득이 아니라 어린이와 여성이 받는 의료의 질적 서비스에 의한다. 1000명의 생존 출생아 당 생후 1세 미만의 사망자 숫자인 영아 사망률은 국가의 사회경제적 수준, 국민 보건복지를 대표하여 한 나라의 의료수준 및 사회보장수준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다.

 1970년 우리나라의 영아사망률은 45였으나 1985년에는 13으로 크게 감소하였으며, 1999년에는 6.2로 선진국 수준에 진입하였다. 30년만에 영아사망률 45에서 6.2명으로 감소했다. 과거 연간 100만명이 출생하였다고 가정한다면 매년 3만9000명을 살려 낸 것이다.

이렇게 선진국 수준으로 영아사망률이 감소한 이유는 전반적 영양 및 위생상태의 개선도 있지만 어린이질병과 최일선에서 싸워 어린 생명을 살려낸 소아질환 관련 의사들이 큰 공헌을 하였다. 선진국들의 영아 사망률은 5명 미만이며 특히 일본이 가장 낮아 3.4명이다.

 저출산시대를 맞아 영아사망률을 더욱 낮추는 것은 어린이병원이 감당하여야 할 임무이며 우리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또한 우리 나라 영아사망률이 이렇게 급격하게 낮아진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 어린이병원의 자리매김과 정책지원을 위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답을 제공할 것이다.

 2002년 보건복지부 정책보고서의 영아사망률 분석에서 보면 출생일을 기준하였을 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출생 28일 미만의 아기의 사망으로 정의되는 신생아 사망이다. 전체 영아사망률의 60.8%를 차지하며, 특히 생후 첫 7일 이내의 사망이 영아사망률 중에서 41.9%를 차지한다.

또한 전체 영아사망 중에서 미숙아가 차지하는 비율이 66.7%이다. 미숙아 사망은 생후 24시간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미숙아 응급치료에는 첨단 시설, 인력 투자가 선행되어야 사망률과 생존 후 후유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

 저출산으로 고생하는 선진국에서는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신생아집중치료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 나라는 지금까지 미숙아 치료는 일부 대학병원의 자체적인 투자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신생아관련 진료에서 발생하는 적자가 너무 커서 일개 대학병원이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된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힘든 과정을 겪는 궁극적인 목표는 건강한 아기를 얻기 위한 것이다.

 아기가 정상으로 건강하게 태어나면 신생아실에서 며칠 지난 후 산모와 집으로 가게 된다. 그러나 건강하지 못한 신생아는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입원치료를 받게 된다. 이렇게 집중치료실에 입원하는 신생아의 대부분은 출생체중이 2500gm 미만인 미숙아들이다.

전체 신생아 중 약 7%가 미숙아로 태어난다. 어떤 미숙아는 체중이 1000gm이 안 되어 3개월 이상 입원하면서 인공호흡기를 비롯한 여러 첨단장비와 많은 치료 인력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마쳐야 부모 품으로 가기도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어린이병원의 미숙아집중치료실과 정상 신생아를 위한 신생아실의 1년 적자액은 10억원을 상회한다. 대학병원 중에는 신생아관련 진료의 적자가 20억원까지 이르는 병원도 있다. 적자가 워낙 크다보니 그동안 인큐베이터 증설이 되지 않아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분만된 미숙아가 즉시 입원이 안 되는 어려운 사정이 매우 흔하였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하여 적자에도 불구하고 대학병원들이 인큐베이터 등 미숙아 집중치료시설에 많은 투자를 하였다. 수익성에 근거한 투자는 진료와 교육의 불균형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국민건강의 파수꾼인 대학병원들이 수익성만 보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병원의 이런 노력에 비하여 국가의 어린이 진료에 관한 병원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였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국가에서도 의료지원이 저출산시대의 중요한 대책이라는 것에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그리하여 미숙아 진료비 지원에 이어 신생아 진료비 그리고 최근에는 6세 미만 어린이 진료비를 국가가 부담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보호자에 대한 지원이지 병원에 대한 지원은 되지 못한다.

 어린이병원은 나이를 기준으로 설립된 병원으로 즉 심장, 뇌혈관, 암 등 장기별이나 질환별 전문병원과는 그 진료 분야가 광범위하다. 어린이병원의 지원은 어느 한 질환이나 특수 장기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신체의 각 장기를 모두 보살피는 전반적 지원으로 인식되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사회의 기부가 시작된 병원은 장기별 전문병원보다 어린이병원이었다.

 정보 시대인 21세기에는 선진국들은 제조업대신 서비스산업 특히 병원산업을 국가 경쟁력 제고 및 일자리 창출의 고부가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의료산업을 복지로 볼 것이냐, 국가경제를 이끌 성장 산업으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에서 우리는 싱가포르를 눈 여겨 보아야 한다.

 우리사회는 병원을 국가재정을 축내거나 또는 시혜의 차원으로만 생각했지 병원을 국가수입 증대 및 일자리를 만드는 산업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반면 몇 년 전 우리 나라에서 태어난 샴쌍둥이를 수술한 싱가포르는 제조업의 사양화에 대비하여 교육 및 병원산업을 국가성장의 견인 산업으로 선정하였다.

 병원을 의료산업으로 키우기에 우리 나라도 아주 적합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의료보험 수가가 국가 통제 하에 있기 때문에 의료의 특정 분야를 발전시키려면 의료보험 수가를 인상하면 자연스럽게 그 분야에 병원의 투자를 증가시키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복지부의 결정에 따라 이제 우리 나라도 출산 장려를 위한 여러 지원들이 시작되는 시점에 와 있다. 출산 후에 아기를 맡길 탁아시설의 부족, 과다한 교육비 지출 등 아기를 가지기 어렵게 만드는 여러 이유들이 산재한다. 그러나 일단 임신이 되면 출산 후에 건강한 아기를 얻기 위해서는 의료보험 수가의 현실화를 포함하여 어린이치료에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나라는 이제야 국가에서 부모에게 소아 관련 의료비 지원을 시작하는 마당에 와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소리 없이 신생아와 미숙아 진료를 담당하였던 병원들에 대한 격려도 필요하다.

어린이 질환 관련 의료보험 수가 인상이나 어린이병원에 대한 금융지원과 세제혜택, 자유경쟁에 의한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여 사회 자본이 투자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어린이병원은 출생한 아기를 건강하게 길러내는 임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국가경제를 이끌 성장산업으로의 일익을 감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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