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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의사회 창립 91주년 기념특집
2007 대선 캠프에 바란다<의약품 재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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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신문
  • 승인 2006.11.3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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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성 높인 DB 토대 3분류체계 바람직

올바른 의약품분류는 의약분업의 올바른 시행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현행 의약품분류의 제도적 측면과 개별 의약품들의 분류 결과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고, 의약분업이 시행된 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개선안은 물론 문제 해결을 위한 향후 일정도 뚜렷이 제시되지 않고 있어 의약분업의 성공적인 정착에 큰 장애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의약품분류의 경과와 문제점 의약분업을 전제로 한 최초의 의약품분류는 1997년 처음 이루어졌는데, 당시에는 효능, 효과 측면보다 안전성 측면이 지나치게 강조되어 그 사용에 의사의 전문적 판단을 요하는 많은 약들이 단지 독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일반의약품(비처방)으로 분류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이후 의약분업 논의가 본격화된 1999년에 `시민대책위'의 중재로 의약품분류 안이 만들어졌고, 의견 대립이 심한 147개의 쟁점 처방은 추후분류 대상으로 하여 의대 및 약대 교수 12인이 참여하여 분류작업을 하였다. 이 분류작업에서는 미, 영, 독, 일 등 선진국의 구체적인 분류 사례를 조사하여 참고로 하였으며 안전성보다는 적응증 등 효능을 더 중요한 분류 기준으로 강조하였다는 점 등에서 이전의 작업과 차별성이 있었다.

2000년 3월까지 계속된 단일제 쟁점 처방의 분류 결정 작업에서도 78개가 의견 대립으로 미분류되어 결정을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미루게 되었다. 이 위원회에서도 의약계의 의견 대립으로 결국 대부분의 미분류 처방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보건복지부에 최종적인 결정을 위임하여, 복지부에서는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2000년 5월 30일 최종적인 분류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후 의약분업 시행의 문제점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과 투쟁에 이은 정부와 의약계 대표 간의 협상 결과 도출된 `의약정 합의안'(2000년 11월)에서는 다음 해인 2001년 12월말까지 문제가 제기된 의약품들에 대한 재분류를 약속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어 현재까지 2000년 5월 발표된 의약품분류의 기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는 2001년 말까지의 재분류 이후에도 5년 정도마다 의약품분류의 전면 재검토를 약속하기도 했으나 그 약속 역시 전혀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2000년 5월 발표된 분류는 주사제를 제외한 단일제 총 3816개의 처방 중 전문 2285(59.9%), 일반 1531(40.1%)로 이전의 분류에 비해 전문의약품의 비중이 다소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의약학적 원칙이나 선진 외국의 분류사례에 비추어 볼 때 마땅히 전문으로 분류되어야 할 처방들이 다수 일반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스테로이드 외용제 등의 경우 외국의 분류 사례와 크게 어긋나는 분류 결과를 보이고 있어 시급한 시정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의 의약품분류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요인들로는 △국내의약품 정보의 부실과 빈번한 오류 △법규 등에 나타나는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 용어와 기준의 모호성 △생약제의 충분한 검증 없는 일반의약품 분류와 한약제제의 분류 기준 미비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의약품 재분류 제도의 미비 △자가치료용 의약품의 일반소매점 판매 부재 △의약품분류 기구 구성에서 전문성의 결여 등을 들 수 있다.

올바른 의약품분류를 위한 제언 향후 국내에 의약학적 타당성과 일관성을 갖춘 올바른 의약품 분류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선행 조건으로 신뢰성 높고 포괄적인 국내의약품 정보 DB의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가 이를 시행할 여력이 없다면 의사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전문성과 신뢰성이 높은 국내의약품 DB 구축을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구축될 국내의약품 DB에는 약물상호작용, 연령별 용량, 병용금기 등의 보다 전문적인 내용을 보완하고, 각 의약품들의 선진국 분류 사례를 추가하여 중요한 참고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의약품분류 관련 법규들의 정비를 통해 전문·일반의약품의 개념과 구체적 기준 등도 더욱 보완되어야 할 것이며, 의약품분류와 관련된 용어도 그 의미가 뚜렷하지 않은 현재의 전문·일반에서 처방·비처방으로 변경하는 것이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의약분업 이후 약국 분포의 변화와 개점 시간 단축 등에 따른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비처방(일반) 의약품 가운데 소화제, 해열제, 비타민 등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것들은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전문(처방)·일반(비처방) 의약품의 2분류체계를 약국 외 판매가 가능한 `자유판매의약품'을 추가하는 3분류체계로 개편하는 것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보다 의약학적 원칙에 충실한 분류를 위해서는, 앞으로 의약품분류를 위해 구성하게 될 위원회나 연구진의 인적 구성에서 현재와 같은 의약계 `협상'을 전제로 한 `의사-약사 동수 참여' 관행보다는 분류 대상 약제에 대한 전문 지식과 학술적 판단 능력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새로운 풍토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은 개선 방향에 따라 문제가 제기된 의약품들에 대해서 합리적인 재분류작업을 가능한 빨리 시행해야 한다. 그 이후에는 모든 의약품에 대해서 정기적으로 체계적인 재평가를 실시해서 분류 전환이 필요한 경우 적절히 재분류하는 의약품재분류 제도를 정착, 발전시켜 나가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김헌식 <충북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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