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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의사회 창립 91주년 기념특집
2007 대선 캠프에 바란다<의약분업 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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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대선 캠프에 바란다<의약분업 재평가>
  • 의사신문
  • 승인 2006.11.3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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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적 실효성 상실···국민편익 초점둬야

지난 2005년 7월을 기점으로 하여 보건의료계의 화두였던 `의약분업정책의 재평가 문제'는 국회가 중심이 되어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끌어낸 것은 큰 결실이었다. 그러나, 해가 바뀌고 보건복지위원회가 새로 구성되면서 유야무야 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의료계의 전례가 없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0년 7월 1일 전격 도입된 의약분업제도(의사협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전문의약품 조제위임제도'라고 하고 있으나 정부가 의약분업이라는 용어를 채택하면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므로 이글에서는 의약분업으로 용어를 통일한다)는 1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8월 1일 전면 시행되었다.

정부는 당초 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재정절감효과가 발생하여 건강보험재정 안정화 및 국민 부담 절감을 목표로 했다. 또한 당시 사회 문제가 되어왔던 의약품 오·남용과 약화사고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의·약사의 전문성을 살려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을 목표로 하였다.

의료계에서는 여건이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보완 후시행'이 타당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대선공약과 9대 개혁과제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으로 시행된 의약분업제도는 `의약품 유통개혁', `의약품비리 근절', `환자의 알권리 보장' 등 의약분업제도와 근본적으로 무관한 사항들이 연계되어 졸속으로 시행된 것이 결국 화근이 되었다. 약사들의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의도가 숨겨진 의약분업은 결국 의·약사 상호 협력을 통한 국민의 건강권 보호라는 본연의 취지는 흐려지고, 예상치 못한 많은 문제점이 노정되었다.

첫째, 건강보험재정이 파탄에 빠지고 국민의료비는 급증하게 되었다. 의약분업의 도입 초반 3년간 국민이 추가로 부담하게 된 금액은 총 7조8837억원이었고, 그 중 약국조제료가 4조7697억원을 차지하였다(2003년도 한나라당 이원형 의원 국정감사 보도자료). 약국조제료는 의약분업의 실시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다.

둘째, 의약품 오남용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아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약사가 대체조제를 권유하는 사례는 2000년 5.2%에서 2003년 10.5%로 두배 이상 증가하였다. 정부는 의약분업 시행 후 항생제 사용이 감소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증가하였다. 항생제 국내생산이나 수입실적을 보면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항생제처방이 감소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심평원의 약제적정성평가의 결과일 뿐이다.

셋째, 국민불편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2004년 2월 한국 갤럽 설문조사에서 의약분업 이후 병의원 및 약국이용이 불편해졌다는 응답자가 67.6%로 편해졌다는 응답자 16.9%에 비해 세배 이상 많았다. 넷째, 약사들의 불법진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는 의료계뿐 아니라 약계와 보건복지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요약하면 국민들의 부담은 날로 늘고 있고, 불편함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의약분업정책이 궤도에 올라 안정상태라고 강변하는 정부와 약계는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 국민들이 불편함을 감수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강요해온 참여정부의 정책기조를 이어간다면 2007년 대선에서 분명 민심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언론계나 시민단체에서도 2000년 의약분업 시행당시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에 밀려 사안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 점을 시인하고 진정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정책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약분업제도가 분명 적은 비용으로, 국민들에게 접근성이 뛰어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면 피상적인 항목으로 정책의 성공여부를 평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의약분업 정책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책도입 및 결정단계의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으로 정책의 목표가 국민의 보건향상과 의료체계의 선진화에 얼마나 기여하였는지 그리고 국민의 만족도는 충분하게 고려하였는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둘째, 매몰비용과 기회비용을 포함한 비용대비 효율성을 정확하게 분석해야 한다. 물론 비용관련 분석에는 직접비용뿐만 아니라 기회비용 등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국민들에게 약속한 사항도 점검해야 한다. 여기에는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억제함으로써 국민부담이 절감될 것이라는 약속, 의·약사의 전문성을 살려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약속, 특히 약물 오·남용과 약화사고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는 약속은 의약분업의 전후 차이를 입증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 해도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강요하고 피곤함이 쌓이게 하는 정책은 옳지 않다. 또한 정책구현에 참여하는 일부 주체의 희생을 바탕으로 특정 직역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제도를 편법으로 운용할 여지를 주는 것도 타당치 않다. 이 제도를 추진하는 양대축인 의·약 간의 역할분담과 조정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상호 신뢰와 협조가 가능토록 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의약분업 시행 후 의료기관과 약국을 왕래해야 하는 점을 국민들이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 편익을 고려한 이 제도의 보완책으로 직능분업으로 되어있는 조제위임제도에 기관분업의 요소를 가미하여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히도록 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음을 제안한다.






신원형<서울특별시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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