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59 (금)
`노인수발보험제' 정책실패 가능성 높아
`노인수발보험제' 정책실패 가능성 높아
  • 정재로 기자
  • 승인 2006.10.1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8년 예고된 노인수발보험제도가 실행도 전에 벌써부터 정책실패 가능성이 예견되고 있다. 전문가들 주장에 따르면 정부가 추산한 비용으로는 보험의 기능을 갖추기에는 어림도 없다는 것. 결국 비현실적인 비용책정이 의약분업 당시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재정파탄을 불러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러한 압박이 건강보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 국회 정기국정감사를 앞두고 노인수발보험제도 전반에 대한 치명적인 문제들이 불거질 전망이다.

#최소 서비스 기준 추계 `시한폭탄'

 정부가 노인수발보험 시행 시 소요될 재정을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2008년 1조1921억원, 2010년 1조8732억원, 2015년 2조2381억원으로 추계됐다. 이를 직장가입자 보험료로 산출했을 때 1인당 보험료는 4460원, 7200원, 8458원으로 타 사회보험에 비해 부담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산 소요재정은 최소 서비스를 기준으로 추산한 비용이기 때문에 향후 재정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개연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발보험과 비슷한 성격의 일본 개호보험의 예를 보더라도 보험 시작해인 2000년 3조6000엔이었던 것이 2005년 6조8000엔으로 급격히 증가한 것을 보면 수발보험의 재정증가 요인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히 이번에 추산된 수발보험 소요예산을 구체적으로 따져보면 더욱 그렇다.
 우선 적용대상자를 최소화시킨 부분이다. 정부는 적용대상분류를 5등급으로 나누고 우선 2010년까지는 2개 등급까지, 2013년도까지는 3개 등급, 그리고 이후 재정상황에 따라 적용대상 등급을 확대해 나갈 방침을 정한 상태다. 하지만 정부 계획대로라면 1단계인 2008년 중증대상자 약 8만5000명만 적용할 경우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1.7%에 불과하며 2010년에 3등급까지 확대해도 16만7000명으로 노인인구의 3.3%에 못 미친다. 일본 15%, 독일 9.6%, 이스라엘 12%와 비교하면 적용대상자 폭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또한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장애자 포함 여부가 배제된 재정추계로 장애자 포함이 정책적으로 결정될 경우 재정증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왕진수가 3만5000원 책정 `황당'


 한편, 수발수가 역시 비현실적인 책정기준에 따른 수가상승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예로 올해 수발보험 제2차 시범사업 노인수발서비스 수가산정 기준을 보면 의사가 환자 가정에 직접 방문해 환자의 상태를 보고 간호수발 지시서를 발급할 경우 받는 수가는 3만5000원으로 책정됐다. 아무리 가까운 왕진이더라도 왕복시간과 진찰시간 등을 고려할 때 최소 몇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3만5000원의 왕진수가는 상당히 비현실적인 수가책정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가정수발 및 단기보호수발 등 간병인들의 행위료 역시 현재 수가기준으로 책정했지만 이 역시 10년 전 수가단표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에 향후 상승요인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인건비 상승률 및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할 경우 재정추이는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단순수발 및 목욕수발에만 국한되어 있는 수발서비스 확대 요구로 향후 범위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재정인상폭이 몇 배로 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예로 현재 중증환자들의 경우 가장 많이 소요되는 비용은 간병비, 식사비 그리고 기저귀 값이다. 한 간병용역회사에 따르면 중증환자의 경우 많으면 하루에 기저귀를 6개 정도를 갈아줘야 하는데 이 비용이 한 달 기준으로 60만∼80만원에 이른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 수발보험에는 기저귀는 물론 식사 재료비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보험으로서의 기능이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또한 비용증가 이유로 의료를 배제했지만 최소한 재활부분에 있어 서비스는 향후 반드시 추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재활서비스가 포함될 경우 재정 또한 폭발적인 증가요인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초기 수발보험연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현재와 같이 수발서비스가 대폭 제한된 상태에서 보험이 실행된다면 향후 서비스에 대한 불만과 서비스 확대의 요구가 빗발치게 될 것”이라며 “현재 추산된 비용은 향후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수발보험에 관여한 대부분의 관계자들도 향후 후폭풍이 두려워 수발보험 준비위원회에서 발을 빼려하고 있다”며 수발보험 준비의 부실성을 적날하게 폭로했다.

#막무가내 도입시 부작용 `후폭풍'

 이번 수발보험 시범사업 평가 총 책임을 맞은 보건사회연구원 선우덕 책임연구원도 “향후 수발보험 재정추이가 어떻게 변화될지는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선우덕 연구원은 “제1차 시범사업의 경우는 의료급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정확한 재정추계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정책적으로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았고 수가의 가변적인 요소가 많은 상태에서 정확한 재정추계는 무리가 있다”고 실토했다. 대한의사협회 장기요양대책위원회 윤종률 위원(한림의대 교수)도 “현재 정부는 향후 운영방법이나 재정추계에 대한 고민과 연구는 없이 오직 수발보험 도입에만 관심이 집중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향후 제도 도입된 뒤 점차 많은 문제점이 불거져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보다 현실적인 보험재정 추계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막무가내식으로 제도도입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부작용만 야기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노인수발보험과 관련해 제기된 △노인시설 및 인프라 부족 △사업의 관리주체 △재원조달 방식 △명칭문제 △장애인 포함여부 등의 문제점과 더불어 재정소요 문제까지 제기됨에 따라 수발보험제도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 6개 관련법들이 11월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6개 법안의 합의가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재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