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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수급정책 긴급진단<하>-의사수급 기반이 흔들린다
전문의 수급정책 긴급진단<하>-의사수급 기반이 흔들린다
  • 정재로 기자
  • 승인 2006.09.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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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개원할만한 좋은 입지조건을 고르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주위만 돌아봐도 겹치는 과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서울 D구의 경우 지난해만해도 의원 폐업률이 10%에 이른다. 개업과 폐업률이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예전에는 개업을 하면 자연 폐업 외에는 문을 닫는 일이 거의 없었지만 최근 들어 폐업률이 개업률을 앞지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 그만큼 지역의 의원은 이미 과포한 상태임을 암시하고 있다.

#의사수 증가율 OECD국가중 최고

 △의사수 이미 과잉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통계지표에 따르면 청구기관 의원수는 의약분업 이후인 2000년 1만9783개에서 2006년 1/4분기 현재 2만4310개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새 약 20%가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04년부터는 모든 신설의과대학에서 신규의사를 배출함에 따라 갈수록 개원의수 증가추세는 갈수록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OECD통계지표를 보더라도 인구대비 우리나라 의사 활동수가 10여 년 전에 비해 그 수가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의사 수 증가율은 OECD국가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자료에 따르면 이미 2004년을 기점으로 767명∼1230명의 의사가 과잉공급 되는 것으로 추정됐다(의원급 기준). 또한 연도별로 과잉공급의 규모가 더욱 커져 시간이 흐를수록 과잉공급 폭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인구대비 의과대학수가가 가장 높은 나라로 의사 과잉공급에 대한 위험성은 더욱 높은 실정이다. 지난 2002년도 당시 의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도 이러한 증가속도를 우려하며 향후 가까운 시일 내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의사인력 대 인구대비의 수가 높은 나라가 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전문의 대도시 집중...농촌이탈 `심각'


 △지역 의사수급 편차 심각 = 의사수급문제에 있어 의사수 불균형 외에 지역에 따른 의사수 편차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의협의 도·농별 전문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5년도 기준 도시의 전문의 수는 4만7947명으로 전체 95.1%로 나타났다. 반면 농촌(군지역)의 전문의 수는 4.9%로 대부분이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었다. 특히 의약분업 이후인 2001년 이후 통계를 집계하면 농촌의 경우 2001년 5.3%, 2002년 5.1%, 2004년 5.0%로 꾸준히 전문의들이 농촌을 이탈하는 것으로 조사돼 지역적 불균형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전문의도 내과나 일반외과 등 한두 과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타 전문의는 없는 실정이다.
 △의사수급 불균형, 의료전달체계 왜곡 초래 = 여기에 전공의 수급불균형까지 심화됨에 따라 의사수급문제가 결국 의료전달체계 왜곡을 불러오고 있다. 한양대병원 피부과 이창우 교수는 “최근 환자의 1/3이 무좀, 사마귀 등 대학병원에서 굳이 치료하지 않아도 될 환자들이 많이 증가했다”며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의아해 했다. 이 교수는 “최근 개원 성향이 피부미용이 중심이 되고, 비전문의들의 진료가 늘어남에 따라 오진 빈도수의 증가하고 돈이 안 되는 질병은 상급병원으로 보내는 경향이 많아졌다”며 최근 의료전달체계 왜곡 사례를 꼬집었다.

#장기적 세밀한 인력수급정책 `절실'

 또한 3차 병원으로의 집중현상이 이뤄짐에 따라 앞으로 수도권에만 4000병상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대학병원들의 급성병상 증가율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최근 OECD 헬스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급성병상수가 OECD국가에서 5번째로 높은 5.9병상(2003년 기준 인구천명당 급성병상수)으로 OECD 평균 3.8병상 보다 5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장기요양병상수는 최하위인 0.2병상으로 OECD국가 평균 3.9병상에 비해 1/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장기적으로 병상 수·공급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보건사회연구원 이상영 보건의료팀장은 “결국 의료수급의 불균형이 향후 의료전달체계의 더 큰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보다 장기적이고 세밀한 인력수급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방병원 비인기과목 전멸 예상

 △결론은 수가 = 이러한 불균형의 원인은 결국 수가라는 결론이다. 의사들이 대도시에만 집중되고 보험진료과목 보다는 비보험 진료과목의 과를 선택하고, 자신의 전문과목을 포기하는 등의 불균형은 결국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는 수가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이러한 의사수급문제가 장기화 되면 의사들이 꺼려하는 지방병원의 비인기과목은 거의 전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이화의대 예방의학과 정상혁 교수는 “대도시 3차 기관의 집중현상은 의사수의 부족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의사수의 부족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라며 “정부의 잘못된 수가정책이 인력수급 불균형을 초래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재로

 인터뷰 - 정상혁 이화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2013년 의사과잉 실감할 것

 이화의대 예방의학교실 정상혁 교수는 “우리나라 적정 의사수는 이미 과잉상태”며 최근 또다시 고개를 든 의사수 적정성 논란을 일축시켰다. 정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의대졸업생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적정 의사수는 이미 과잉공급 상태로 돌아섰다는 것. 따라서 이들이 전문의와 군생활을 마치는 향후 7년 후면 과포화상태를 실질적으로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OECD국가 중 우리나라 의사수가 가장 적다는 발표와 함께 국민대 류재우 교수의 `의사인력은 과잉공급인가?' 논문으로 의사수 적정성 논란이 또다시 일고 있는데….
 류재우 교수 논문의 의사수 산출방법은 방법론적으로 문제가 많다.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한편, 의사수를 경제구조와 보건의료시스템, 보건의료자원, 사회보장체계 구조가 다른 외국사례와 단순비교는 바람직하지가 않다. 2003년 의대정원 10%감축에 합의했듯이 의사수 과잉공급문제는 교육부와 복지부도 이미 공감한 부분이다.
 △현재 우리나라 의사수 어떻게 바라보는가?
 지난 2002년 의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에서 보고했듯이 지난해 2005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의사수는 정점에 다다른 상태다. 의사수는 당시 예상추계대로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이들이 전문의 수련과정과 군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진출하는 오는 2013년이면 의사과잉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10% 정원감축 효과 미미

 △지난 2003년부터 의과대학 정원수를 점차적으로 10% 감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영향은 얼마나 되나?
 의발특위 당시 연구결과에도 나왔듯이 10%감원은 미래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9년까지 30%를 줄인다고 가정했어도 2020년에야 다소 효과를 보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입학인원을 10%감원 조정으로는 향후 급증하는 의사인력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가경제발전 큰 걸림돌

 △의사인력 공급 과잉문제가 야기시킬 부작용은 무엇인가?
 과다한 의사인력의 배출은 필요한 의료수요외 왜곡되나 불필요한 의료수요를 창조하게 되고 결국은 국민의료비 지출을 증가시키게 된다. 국가 경제발전에 매우 중요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선진국들 역시 의사인력의 과잉공급으로 인한 문제 발생으로 1980년대 중반부터 의사인력감축을 위한 정책수립과 집행을 서두르고 있다.

BT산업/해외진출등 모색을

 △앞으로 의료계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가?
 속된말로 진료만으로는 앞으로 의사들이 먹고살기는 힘들어 질 것이다. 향후 진료분야의 진출보다는 생명공학 관련 산업 및 헬스케어산업에 진출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또한 국내보다는 해외진출에 눈을 돌려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입학정원 감축은 물론 향후 우수 잉여 인력들이 무쳐지지 않고 활용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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