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7:57 (목)
일본의 상징 `후지산'-본지 황선문 부장 서울시의사산악회 동행 취재기<하>
일본의 상징 `후지산'-본지 황선문 부장 서울시의사산악회 동행 취재기<하>
  • 황선문 기자
  • 승인 2006.07.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의 상징 `후지산'-

본지 황선문 부장

서울시의사산악회 동행 취재기<하>

 인간의 접근 허락치 않고 끝내 속살감춰

 고도가 올라갈수록 더욱 숨이 가빠와

 어느새 짙은 안개가 산허리를 감싸고

 간간이 불던 강풍도 더욱 세차게 분다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 알리는듯

 끝내 아름다움 잃지 않은 큰산에 경외감

  잠시 후 5고메 주차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오전 11시 드디어 후지산 정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길 왼편으로 기념품 가게가 보이고 가게 앞에는 방울이 달린 지팡이를 판매하고 있었다. 정교하게 깎아 만든 이 지팡이를 긴 것은 1000엔(우리 돈 약 8000원)에, 그보다 조금 작은 것은 800엔에 팔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지팡이를 구입한 사람들은 후지산을 오르는 중간 중간의 산장에서 찍어주는 낙인을 받아 기념으로 간직한다는 것이다.
 등산로 초입에 들어서자 오른편으로 말 2마리가 보이고 승마요금표가 눈에 들어온다. 5고메에서 7고메까지 등산 시는 1만2000엔(한화 약 9만6000원), 반대로 하산 시는 1만1000엔이라고 적혀있다. 백두산 천지를 오를 때에는 나무로 엮은 가마가 등장하더니 이 곳에서는 말이 그 임무를 맡아 노약자들을 수송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또한 단체로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말에 수레를 붙인 마차도 눈에 띈다.
 비교적 넓게 잘 닦인 등산로 양옆으로 도열한 백양목과 소나무가 우리일행을 반기는 듯하다. 서서히 컨디션을 조절하며 발걸음을 내딛는 데 말을 이용하여 하산하는 관광객들이 보인다. 마부가 앞에서 관광객이 탄 말을 끌고 있었다. 얼른 길을 비켜서며 신기한 광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조금 더 지나자 이번에는 뿌리까지 드러난 소나무가 길 한가운데 서 있다. 아마 뿌리를 덮고 있던 화산재들이 오랜 기간동안 흘러내려 그 속살을 보이며 애처롭게 등산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렇게 뿌리를 드러낸 나무들이 곳곳에 보인다. 아마 오래지않아 이 곳 나무들도 서서히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견돼 안타까워 보였다.
 어느새 안개가 휩싸이기 시작한다. 안개를 뚫고 오르는데 앞쪽에 콘크리트 터널이 눈에 들어온다. 그 터널기둥에 매달린 스피커에서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박홍구 회장은 저 콘크리트 터널은 낙석으로부터 등산객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라고 설명해 준다.
 비교적 평탄한 등산로를 따라 약 40분에 걸쳐 6고메(6合目 : 해발 2390미터)에 도착했다. 6고메를 알리는 푯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6고메에는 후지산경비파출소가 있었고, 그 파출소 안전지도 게시판에는 등산길 안내도와 함께 오늘 11시에 발표한 기상정보가 기록되어 있었다. 서풍이 강하게 부는 오늘은 최저기온 3도, 최고기온 8도라고 한다. 우리일행이 정상을 정복하는 내일은 최저기온 4도, 최고기온 10도에 한때 폭우가 내리고 오늘처럼 서풍이 강하게 불 것이라고 기록하고 있었다.
 5분간 휴식 후 7고메를 향해 출발했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등산로를 올려보니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의 7고메 산장들이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후지산 정상을 가린 구름이 보인다. 화산재 등산로는 부석거려 마치 모래와 자갈이 섞인 길을 걷는 것처럼 느껴졌다. 날씨는 더욱 흐려지고 간간이 바람이 세차게 분다.
 빠르게 걷지도 않는 데 숨이 가빠온다. 처음엔 체력저하나 운동부족으로 생각했으나, 높은 고도와 강풍으로 산소가 부족하여 나타나는 현상이었음을 곧 깨달았다.
 부석거리며 미끄러운 길을 천천히 올랐다. 길 오른편으로 커다란 낙석 방지용 펜스가 눈에 들어오고, 화산석이 널려있는 발 밑을 조심하라는 경고문이 곳곳에 보인다.
 김진민 등반대장이 대열을 정비하기 위해 잠시 휴식할 것을 알리자, 대열을 정비하는 이재일 총무의 호탕한 목소리와 웃음이 일행을 압도한다. 언제 지팡이를 구입했는지 성북구의사회 노순성 회장의 손에는 등산로 초입의 가게에서 본 지팡이가 쥐어져 있었다. 늘 환하게 웃는 동작구의사회 강미자 회장은 준비해 온 간식들을 모두에게 나눠준다. 서울시의사회 서윤석 부회장은 지친 대원들을 독려하며 힘을 북돋운다. 이관우 법제이사는 이름 모를 야생화를 배경으로 사진촬영에 여념이 없고, 박상호 의무이사는 위트와 재치로 대화를 즐겁게 이끈다. 연재성 대외협력이사는 부친과 함께 이번 산행에 참가, 후지산 등반의 의미를 더했다. 황연미·전명숙·김혜원 대원은 이번 산행에 대해 담소를 나누며 환하게 웃는다. 서의산의 모든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김현조·조해석 대원은 잠시 휴식 중에도 다른 대원들을 챙기느라 분주하게 오간다.
 잠시 휴식 후 또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백두산에 이어 이번 후지산 등반에도 부인과 함께 동행한 이용배 훈련팀장은 산행내내 뜨거운 부부애를 과시, 일행 모두로부터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낮 12시 45분 7고메(7合目 : 해발 2700미터)의 산장에 도착했다. 산장 모퉁이 공터에 자리잡은 우리 일행은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점심식사 도중 간간이 강풍이 불어 화산재를 날린다. 얼른 도시락 뚜껑을 닫고 먼지를 피해 보지만 어느새 시커먼 화산재가 도시락에 점처럼 박힌다. 화산재가 수시로 눈에 들어가는가 하면 땀에 젖은 얼굴을 만지자 화산재가 계속 묻어 나온다.
 재빠르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1시 15분 8고메를 향해 출발했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더욱 더 숨이 가빠온다. 어느새 짙은 안개가 산허리를 감싸고 간간이 불던 강풍도 더욱 자주 세차게 분다.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세차게 부는 바람은 화산재까지 날리며 산행속도를 늦추게 만든다. 33명의 대원들은 길게 늘어서서 가쁜 숨을 내쉬며 힘겹게 한발 한발 올랐다.
 오후 2시 40분 8고메 초입의 타이시관(太子館, 해발 3100미터)에 도착했다. 잠시 휴식 후 우리일행이 묵을 후지산호텔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서부터 80분이나 걸린단다.
 고도가 3100미터를 넘어서니 안개와 강풍은 더욱 심하게 앞길을 가로막는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을 오르고 또 오른다. 지금부터는 고산병과 악천후와의 싸움이다. 머리가 무거워지며 가벼운 두통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슴도 답답해진다. 드디어 경미하게나마 고산증이 나타나는 것 같다. 산행 속도를 늦추고 심호흡을 하며 고도적응을 위해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 모두들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말소리도 줄어들고 행렬도 길게 늘어진다. 그러나 모두들 강한 정신력으로 잘 버텨내고 있었다.
 휴식도 취해가며 그렇게 70분을 올라 오후 4시 마침내 8고메(8合目)의 후지산호텔(해발 3400미터)에 도착했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자리에 앉자 산장 종업원이 따뜻한 차를 건넨다. 차를 마시는 동안 일행들이 속속 도착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허름한 산장에 불과하다. 숙소로 들어서자 더욱 놀랐다. 여행사 일정표를 보고 다인실이라는 것은 각오했으나, 이 정도일 줄은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우리도 사용하지 않는 두껍고 무거운 솜이불에 지저분한 담요와 매트, 칼 잠을 자야 할만큼 비좁은 자리 등등.
 습기를 잔뜩 머금은 이불 속은 칙칙할뿐더러 화산재도 널려 있었다. 모두들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이런 형편없는 시설인데도 호텔이라는 상호를 붙인 걸 보니 이 곳 후지산의 산장 중에서는 그나마 시설이 좋은 것 같다.
 짐을 정돈한 뒤 식당으로 향했다. 저녁은 간소하게 카레라이스가 나왔다. 식사도중 우리와 동행한 트레킹캠프 주정수 이사가 우리가 묵는 이곳 산장에서는 화장실을 이용료 지불 없이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는 것과, 내일은 새벽 2시에 기상하여 후지산일출을 본 후 하산한다는 일정을 알려준다. 식사도중 팩소주를 건넨다. 간단하게 몇 잔 마시니 두통이 사라지는 듯하다.
 식사가 끝난 후 올라 온 산길을 따라 저 아래를 내려보니 멋진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구름이 파도처럼 일렁이는 운해 사이로 가와구치호(河口湖)가 보이고 촘촘히 들어선 도시건물들이 하얀 점처럼 보인다. 얼른 카메라를 들고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 낸 절경을 담아 본다.
 저녁 8시 이른 잠자리에 들었다. 세차게 부는 강풍에 벽이 흔들린다. 겨우 눈을 붙이고 한 시간쯤 잤을까, 두통이 심해지고 긴박하게 요의가 느껴진다. 경미한 고산병인 것 같다. 밤새 잠들지 못하고 뒤척거리다가 화장실을 오갔다. 어느새 새벽 2시 기상하란다.
 셋째 날 드디어 정상을 향해
 옆자리의 서윤석 대의산 회장이 두통약과 소화제, 영양제 등을 챙겨준다. 산장에서 마련한 도시락 아침을 먹고 새벽 2시 30분 드디어 후지산 정복을 위해 나섰다. 오늘은 제헌절, 이 아침에 일본의 상징이라는 후지산을 정복한다는 생각에 힘이 솟는 듯 하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그들의 상징을 밟는다는 묘한 기분이 든다.
 산장을 나서자 후지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의 긴 행렬이 나타난다. 우리일행도 그 행렬 속에 묻혀 정상으로 한 걸음씩 올랐다. 하늘이 뚫린 듯 폭우가 퍼붓고 성인도 날려버릴 듯한 강풍이 세차게 몰아친다. 또한 짙은 안개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만들어 산행을 더욱 힘들게 했다. 등산객이 몰리는 바람에 지체가 매우 심하다. 비에 젖은 장갑 속의 손가락 끝이 시려온다.
 예정시간보다 2배나 걸려 새벽 5시 20분 후지산 정상에 도착했다.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악천후로 인해 일출은 고사하고 분화구 일주도 포기한 채 인원점검을 마치고 서둘러 하산했다.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 일본인들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자랑으로 여기는 일본의 상징 후지산. 제헌절 아침 그 곳을 정복했다는 기쁨도 잠시, 후지산은 베일을 감싼 채 우리들의 도전을 외면했다.
 후지산은 우리에게 비록 정상 등정은 허락했지만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짙은 안개와 하늘이 뚫린 듯 퍼붓는 폭우, 세차게 몰아치는 강풍으로 끝내 그 속살을 보여주지 않았다. 다시 한번 산에 대한 경외감을 느꼈다.
 박홍구 회장이 선두에 서서 하산을 이끌었다. 8고메 지점의 수바시리 에도야(江戶屋) 산장 분기점에 도착 후 인원점검을 했다. 이 곳에서 길을 잘못 들면 수바시리 방면으로 하산할 위험이 매우 높다고 한다. 인원점검이 끝난 후 모두 안전하게 5고메 주차장을 향해서 하산하기 시작했다. 부석거리며 미끄러운 하산 길을 따라 빠르게 이동했다.
 아침 7시 40분 드디어 6고메에 도착했다. 경비파출소 옆 공터에서 비막이 재킷과 스패츠를 벗고 일행을 기다렸다. 잠시 후 도착한 일행과 합류하여 5고메 주차장으로 향했다. 8시 30분 5고메에 도착, 산행을 마무리했다.
 이 곳에서 식사를 한 후 버스에 몸을 싣고 가와구치 호수가 있는 이사와 지역의 온천으로 이동했다. 오전 10시 30분 온천에 도착, 산행에 지친 피로를 풀고 난 뒤 도쿄 신주쿠 지역을 거쳐 오후 5시 10분 도쿄 하네다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탑승수속을 끝내고 오후 7시 20분 하네다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 OZ1035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 후 밤 10시 2박 3일간 후지산 등반의 대장정을 마쳤다.
 한편 2박 3일간의 이번 후지산등반에는 서울시의사회에서 서윤석 부회장·이관우 법제이사·박상호 의무이사·연재성 대외협력이사 등 4명이, 구의사회장으로 노순성 성북구의사회장과 강미자 동작구의사회장이 참여했다. 또한 김진민·손영은, 이용배·김혜선, 이재일·강경숙 원장 등이 부부 동반으로, 연재성 이사는 부친인 연덕희 옹과 함께 참가했다. 그리고 박홍구 회장을 비롯하여 조인혜·강원경·황연미·전명숙·김혜원·김현조·조해석·손영호·신동엽·김용주·김명식·전윤창·홍두선·윤기영·고영임·박영환·박우상 원장 등이 참여했다.
 일본 제일의 높이를 자랑하는 후지산, 그 아름다운 모습으로 일본의 국가적 우상이자 안정의 상징이라는 후지산. 그 후지산도 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검붉은 화산재가 수시로 흘러내려 2700미터이상에는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산으로, 또한 곳곳에는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7·8월 두 달간만 정상을 오를 수 있다지만 이미 수많은 등산객이 다녀간 흔적과 상처는 도처에 흔했다.
 멀리서 본 외형과는 달리 후지산은 결코 아름답지 못했다. 그러나 후지산은 황량함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었지만 끝내 그 속살을 감추고 있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악천후로 인간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도전을 일삼는 인간에게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을 알리는 듯하다.
 끝내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후지산,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또 한번 느끼고 돌아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